애플이 음성비서 시리의 첫 외부 챗봇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상당한 전략적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블룸버그는 최근 보도를 통해 애플의 전 시리 책임자였던 존 지아난드레아가 오픈AI의 챗GPT 대신 구글의 제미나이를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는 애플이 AI 분야에서 겪고 있는 시행착오와 의사결정 구조의 혼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지아난드레아는 시리에 처음으로 외부 챗봇을 연결하는 결정이 장기적으로 애플의 AI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오픈AI의 챗GPT가 단기간 동안 기술적 주목을 받는 데 비해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봤고 특히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애플의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애플은 개인정보를 기기 안에서 처리하거나 최소한의 정보만 외부로 전송하는 구조를 핵심 가치로 삼아 왔기 때문에 이 부분은 내부 논의에서 중요한 쟁점이었다.
지아난드레아는 과거 구글에서 검색과 AI 부문을 총괄했던 인물로 대규모 언어 모델과 검색 인프라를 결합한 구글의 기술 전략에 익숙한 인물이다.
그는 구글의 제미나이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대규모 사용자 데이터를 다뤄온 경험이 있어 안정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애플 내부의 최종 결정은 그의 의견과 달랐다.
애플은 2024년 6월 열린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시리에 챗GPT를 통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기능은 시리가 기존 규칙 기반 응답이나 간단한 정보 제공보다 조금 더 복잡한 질문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이용자에게 챗GPT 사용 여부를 묻고 외부 AI 모델의 답변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애플은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질문이 자동으로 외부로 전송되지 않으며 명확한 동의가 있을 때만 오픈AI 서버로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능은 2024년 12월부터 일반 이용자에게 제공되기 시작했다.
애플이 챗GPT를 먼저 선택한 배경에 대해 회사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당시 챗GPT가 대중적 인지도와 완성도 측면에서 가장 빠르게 상용화된 모델이었고 개발자 생태계에서도 활용 사례가 풍부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로서는 단기간에 사용자 체감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선택지를 택한 셈이다.
블룸버그 보도는 이 결정 이후 애플의 AI 조직이 순탄치 않았다는 점도 함께 전했다. 지아난드레아는 2025년 3월 조직 개편 과정에서 AI 관련 핵심 권한을 일부 박탈당하며 사실상 좌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플이 AI 전략 전반에 대해 내부적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로 애플은 자체 AI 모델 개발 속도가 경쟁사에 비해 느리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시리의 근본적인 성능 개선도 여러 차례 연기된 바 있다.
한편 애플은 챗GPT 통합을 단일 해법으로 고정하지는 않았다. 2024년부터 시리에 여러 외부 챗봇을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제미나이 역시 향후 선택지 중 하나로 언급됐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AI 기반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플렉시티와도 초기 단계의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시리 안에서 챗GPT의 대안으로 퍼플렉시티를 제공하거나 애플의 사파리 브라우저에서 새로운 검색 옵션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애플이 상황에 따라 여러 모델을 병행 활용하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애플은 자체적으로 대규모 언어 모델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외부에 공개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 결과 당분간은 외부 AI 기업과의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보도는 애플이 AI 경쟁에서 후발 주자로 평가받는 이유를 설명하는 단서로도 읽힌다.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통합에 강점을 가진 애플조차 생성형 AI 분야에서는 명확한 방향성을 정립하지 못한 채 내부 논쟁과 전략 수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애플의 AI 전략은 여전히 안개 속에서 헤매고 있으며 시리의 진화 방향 역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는 애플이 외부 파트너십과 자체 기술 개발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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