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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서 ‘주(州) AI 규제 10년 유예’ 조항 절차 관문 통과

  • 강혜원 기자
  • 입력 2025.06.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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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에서 각 주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AI 규제를 일정 기간 집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핵심 절차 관문을 통과했다. 6월 22일 공화당 주도로 추진된 이 조항은 연방 예산 법안에 포함되는 방식으로 설계됐으며 상원 내 규칙 위반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에서 배제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 

 

해당 조항은 향후 10년 동안 주 정부가 AI 관련 규제를 집행할 경우 연방 브로드밴드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I 규제를 직접 금지하는 대신 연방 재정 지원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꾼 것이 특징이다.


이번 판단은 상원 의회규칙 담당관이 이 조항이 이른바 ‘버드 룰’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하면서 나왔다. 버드 룰은 예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책 조항을 예산조정 법안에 포함시키는 것을 제한하는 상원 규칙이다. 

 

예산조정 법안은 필리버스터를 거치지 않고 단순 과반으로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다수당이 주요 정책을 신속히 처리할 때 활용된다. 상원은 이 규칙을 통해 예산과 무관한 정책이 예산 법안에 끼워 넣어지는 것을 차단해 왔다. 

 

공화당은 AI 규제 유예 조항을 그대로 포함할 경우 버드 룰 위반으로 삭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조문을 수정했다. 주 정부가 AI 규제를 집행하면 연방 브로드밴드 예산을 지급하지 않는 구조로 바꾸면서 예산과 직접적인 연계를 강조했다.


상원 의회규칙 담당관은 이 같은 수정이 예산 집행과 직접 연결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해당 조항이 버드 룰에 따라 자동 배제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조항은 공화당이 추진 중인 대규모 예산 법안인 ‘원 빅 뷰티풀 빌’에 포함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법안은 단순 과반으로 상원을 통과할 수 있어 민주당의 협조 없이도 처리될 수 있는 구조다.


공화당 지도부는 주별로 상이한 AI 규제가 난립할 경우 국가 차원의 안보와 산업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주마다 서로 다른 규제 체계가 만들어질 경우 기술 기업과 연방 정부 차원의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조항에 대해 지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은 연방 차원의 일관된 정책 틀이 마련되기 전까지 주 규제가 먼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테네시주의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은 주 정부가 주민 보호를 위해 규제에 나설 권한을 제한하는 조치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원에서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이 이 조항을 주 권한 침해라고 규정하며 상원에서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연방 정부가 예산을 수단으로 주 정책을 통제하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드러나고 있다.


규제 옹호 단체와 시민단체의 반응은 더욱 강경하다. AI 규제를 지지하는 단체들은 조항의 문구가 AI에 국한되지 않고 알고리즘 기반 기술 전반을 포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소비자 보호, 개인정보 보호, 딥페이크 대응,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따른 차별 방지 등 다양한 주 차원의 법률이 동시에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연방 차원의 대체 규제나 보호 장치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 규제만 묶어둘 경우 규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논란은 주 정부들이 이미 AI 규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졌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개빈 뉴섬 주지사가 지난해 주 의회를 통과한 대형 AI 안전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딥페이크 대응 등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제 법안에 서명했다. 

 

뉴욕에서는 주 의회를 통과한 AI 안전 법안이 주지사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으며 유타주는 AI 활용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투명성 규제를 이미 시행 중이다. 

 

이처럼 주별로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이 현실화된 시점에서 연방 예산과 연계된 규제 유예 조항이 등장하면서 정치적 긴장이 높아졌다.


상원에서 절차 관문을 넘었다는 사실이 곧 최종 입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조항은 향후 상원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공화당 내 이탈표 규모에 따라 수정되거나 제외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하원은 이미 AI 규제 유예 조항이 포함된 법안을 통과시킨 상태지만 이후 일부 의원들의 공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상원과 하원 간 최종 조정 과정에서도 해당 조항의 존속 여부는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번 사안은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 권한 배분 문제와 함께 AI 기술 규제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입장 차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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