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미권 주요 작가들이 출판 산업 전반에서 AI 활용을 제한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은 2025년 6월 28일 공개됐으며 소설가 로런 그로프, 레브 그로스먼, R.F. 쿠앙, 데니스 리헤인 등을 포함한 다수의 작가들이 서명자로 이름을 올렸다.
공개서한은 전 세계 주요 출판사를 수신 대상으로 삼아 AI 도구가 출판 제작 과정에 무분별하게 도입되는 흐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서한에서 작가들은 출판사들이 AI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창작의 핵심 영역은 인간의 노동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AI가 생성한 원고를 책으로 출간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공식적으로 천명할 것을 요구했다. 기계가 작성한 텍스트는 작가의 창작물로 간주할 수 없으며 출판사가 이를 상업적으로 유통하는 것은 저작 생태계를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오디오북 제작과 관련해서도 명확한 요구가 제시됐다. 서한은 출판사가 AI 음성 합성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인간 성우만을 고용해 오디오북을 제작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디오북은 연기와 해석이 결합된 2차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자동 음성으로 대체될 수 없다는 것이다.
출판사 내부 인력 구조와 관련한 요구도 포함됐다. 작가들은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팅 인력 등 기존 출판 인력을 AI 도구로 대체하거나 이들의 역할을 AI 결과물을 감시하는 수준으로 격하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AI는 보조 수단일 뿐 출판 제작 과정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공개서한의 배경에는 AI 학습 데이터 문제에 대한 작가들의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 서한은 다수의 AI 기업이 작가들의 책을 허가 없이 학습 데이터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AI 모델 훈련에 활용되면서도 정당한 보상이나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창작물로 발생한 수익이 작가가 아닌 기술 기업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서한 전반에 담겼다.
서한에는 “우리의 무급 노동 위에 구축된 기술로 다른 누군가가 돈을 벌게 될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는 AI 학습 구조를 비판적으로 설명하는 표현으로 작가들이 느끼는 경제적 위기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AI 모델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학습해 문장을 생성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데이터 상당수가 기존 출판물이라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공개서한의 반응은 빠르게 확산됐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서한이 처음 공개된 뒤 24시간 동안 약 1100명의 추가 서명이 이어졌다. 초기 서명자 명단에 이미 영향력 있는 작가들이 다수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출판 업계 전반에서 AI 활용에 대한 불안과 경계가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로 해석된다.
이와 동시에 법적 환경은 작가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같은 주 미국 연방 법원에서는 AI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작가 측 주장을 제한하는 판단이 잇따라 나왔다.
일부 판사는 AI 학습 과정이 기존 저작물을 그대로 복제해 유통하는 행위와는 다르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이로 인해 AI 학습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법적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개서한은 또 다른 경로로 출판사를 직접 압박하는 방식에 가깝다. 작가들은 출판사가 스스로 윤리적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약속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출판이라는 산업에서 인간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자는 요구가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한편 공개서한에 대한 출판사들의 공식 입장이나 대응 방침은 기사 작성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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