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내부에서 14년간 개발돼온 3차원 비전 기술 조직 리얼센스가 독립 회사로 분사했다. 리얼센스는 2025년 7월 11일 인텔에서 공식적으로 분리돼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으며, 동시에 5천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에는 인텔의 벤처 투자 조직인 인텔캐피털과 복수의 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했다. 이번 분사는 인텔 내부 인큐베이션 조직에서 성장해온 기술이 외부 자본을 통해 본격적인 확장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리얼센스는 로봇, 드론, 자율주행 장비 등 물리적 환경에서 움직이는 기계가 주변을 인식하는 데 쓰이는 3차원 카메라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다. 이 카메라는 두 개의 렌즈로 동일한 사물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촬영해 깊이 정보를 계산하는 스테레오 비전 방식에 적외선 기술을 결합한 구조다.
일반 카메라가 평면 이미지를 기록하는 데 그친다면, 리얼센스의 카메라는 물체까지의 거리와 공간 구조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로봇이 장애물을 피하고 이동 경로를 계획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이다.
리얼센스 최고경영자 나다브 오르바흐는 이 기술의 공통점을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기계’라고 설명했다. 로봇이나 드론은 실제 공간에서 판단과 행동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주변 환경을 빠르고 정확하게 3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르바흐는 2006년 인텔에 입사해 CPU 설계자로 경력을 시작했고 2011년부터 비전 기술 개발에 관여했다. 이후 인텔 내부에서 신기술 인큐베이션과 파괴적 혁신을 담당하다가 리얼센스 분사를 이끌게 됐다.
리얼센스는 초기에는 제스처 인식, 얼굴 인식 등 PC와 모바일 기기를 위한 기능을 실험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로봇 분야가 가장 적합한 시장이라는 판단에 도달했다. 현재 리얼센스의 카메라는 자율주행 이동 로봇과 산업용 로봇, 사람과 협업하는 협동 로봇 등 다양한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자율 이동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당수가 리얼센스의 깊이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
로봇 외 분야에서도 활용 사례는 늘고 있다. 양식장에서는 수조나 가두리 안의 물고기 밀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외식업체에서는 음식 용기의 잔량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시스템에 적용됐다.
이처럼 카메라가 과거에는 어려웠던 센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물리적 환경의 상태를 수치로 바꾸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리얼센스는 현재 3천 곳이 넘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 3~4년 사이 AI 기술 발전과 함께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로봇 분야에서 AI는 카메라로부터 들어오는 방대한 시각 정보를 해석하는 역할을 맡는다. AI 성능이 개선될수록 고해상도 3차원 데이터의 활용 가치도 함께 커지며 이는 리얼센스 제품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러한 수요를 인텔 내부 조직 형태로는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분사를 결정했다. 분사 계획은 2024년부터 논의됐으며 당시 인텔 최고경영자였던 팻 겔싱어의 승인 아래 추진됐다. 독립 이후 리얼센스는 확보한 자금을 영업과 시장 개척 조직 구축, 제품 성능 개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작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전 기술과 출입 통제 및 보안 분야 적용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로봇이 인간의 존재와 움직임을 더 정밀하게 인식하도록 돕는 방향이다.
리얼센스는 최근 전원과 데이터를 하나의 케이블로 처리하는 신형 깊이 카메라를 공개하며 하드웨어 라인업 확장에도 나섰다.
이 제품은 로봇에 필요한 관성 측정 센서와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강화해 실제 현장 적용을 염두에 둔 설계가 특징이다. 회사는 또한 AI 연산 플랫폼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로봇 개발자가 시뮬레이션부터 실제 배치까지의 과정을 단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리얼센스는 약 130명 규모의 조직으로 출범했으며 대부분이 인텔 시절부터 기술을 개발해온 인력이다. 회사는 독립 이후에도 기존 고객과의 공급 관계를 유지하면서 신규 산업 분야 개척을 병행하고 있다.
오르바흐는 투자 유치 과정이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대기업 내부에서 기술을 개발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자본 시장에서 직접 회사를 설명하고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분사를 통해 기술 개발과 시장 확장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리얼센스는 앞으로 로봇과 AI가 결합된 물리적 환경에서의 활용 사례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독립 기업으로서의 첫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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