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23일 공개한 ‘AI 행동계획’은 미국 AI 기술의 글로벌 주도권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등 잠재적 경쟁국으로의 기술 확산을 막겠다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서에는 미국이 데이터센터 건설 규모, 컴퓨팅 하드웨어 성능, AI 모델 경쟁력에서 세계 선두에 있다는 평가가 담겼고 이 우위를 장기적 국제 동맹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방향성도 제시됐다. 동시에 미국의 혁신과 투자가 외국 경쟁국의 기술 도약에 활용되는 상황은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다만 이 목표를 어떤 정책 수단과 절차로 구현할지에 대한 설명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AI 행동계획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AI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이다. 행정부는 ‘창의적인 접근법’을 통해 민감한 AI 칩의 해외 유출을 막겠다고 밝혔고 이를 위해 두 가지 정책 권고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상무부와 국가안보회의 등 정부 기관이 민간 AI 산업과 협력해 칩 위치 확인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이다. 이는 특정 AI 칩이 어느 국가와 어느 시설에서 사용되는지를 기술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장치를 의미한다.
AI 칩은 대규모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핵심 장비로 군사 기술 개발이나 정보 분석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위치와 사용처를 파악하는 것이 통제의 출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두 번째 권고안은 수출 통제 집행 체계를 새로 설계하는 작업이다. 문서는 현재 미국과 동맹국들이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장비에는 수출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그 장비를 구성하는 세부 부품이나 하위 시스템에는 통제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일부 핵심 부품만으로도 기술 이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어떤 부품을 어떤 기준으로 규제할지, 이를 누가 감독할지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AI 행동계획은 수출 통제가 미국 단독으로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점도 전제했다. 문서에는 동맹국과의 정책 정렬이 필요하다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미국이 수출 통제를 강화하더라도 동맹국 기업이 빈자리를 채우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미국은 외국직접생산규칙과 2차 관세 같은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외국직접생산규칙은 미국 기술이 일정 비율 이상 사용된 해외 제품에 대해 미국 수출 규제를 적용하는 제도이며 2차 관세는 미국 제재를 우회한 제3국 기업에도 관세나 제재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원칙적 언급에 그쳤고 실제 적용 대상이나 시점은 제시되지 않았다. 문제는 AI 행동계획 전반이 방향성과 필요성만 제시한 채 실행 단계의 설계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글로벌 동맹을 어떻게 구축할지, 동맹국과 수출 규제 기준을 어떻게 맞출지, 미국 AI 기업들과 칩 위치 확인 기능을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지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다. 그래서 AI 행동계획은 이후 더 세부적인 규칙을 만들기 위한 기초 재료를 정리한 성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최근 몇 달간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 정책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행정부는 7월 들어 엔비디아와 AMD 등 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AI 칩 판매를 다시 허용했다.
이는 불과 몇 달 전 같은 제품에 대해 라이선스 제한을 도입해 사실상 중국 판매를 차단했던 조치와 정반대다. 정책 방향이 단기간에 뒤집히면서 시장에서는 수출 규제 전략의 일관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5월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마련했던 AI 확산 규칙을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이 규칙은 일부 국가가 구매할 수 있는 AI 연산 능력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내용이었으며 시행을 며칠 앞두고 철회됐다. 이 역시 AI 수출 통제 정책의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사례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추가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이 명령에 AI 칩 수출 규제의 구체적 기준이나 집행 방식이 포함될지는 불확실하다. 현재로서는 관련 부처를 묶어 정책 검토와 조율을 지시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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