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수백만 달러를 들여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과 고객관리시스템(CRM), 각종 회계 소프트웨어를 도입했지만 정작 월말 결산은 여전히 엑셀에서 이뤄지고 있다.
숫자를 맞추기 위해 각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내려받아 스프레드시트에 붙여넣고 함수로 값을 대조하며 조정하는 작업이 반복된다. 이 오래된 관행을 정면으로 겨냥한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전직 마이크로소프트 임원 두 명이 설립한 AI 기반 재무 자동화 스타트업 ‘맥시모어(Maximor)’가 9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고 공식 출범했다. 이번 투자는 미국 벤처캐피털 파운데이션캐피털이 주도했으며 기관 투자자인 가이아벤처스와 볼드캡이 참여했다.
여기에 램프, 구스토, 몽고DB, 주오라 등 주요 테크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과 회계법인 출신 인사들이 엔젤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퍼플렉시티 최고경영자 아라빈드 스리니바스와 주오라 최고경영자 티엔 추오도 투자에 합류했다.
맥시모어는 재무팀이 엑셀에 의존해 수행하던 반복 업무를 AI 에이전트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기업 내부의 ERP와 CRM, 급여 시스템, 청구·회계 소프트웨어에 직접 연결해 거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불러오고 이를 자동으로 정리·대조하는 구조다.
기존에는 월말이 돼야 각 부서의 데이터를 취합해 숫자를 맞출 수 있었지만 맥시모어는 실시간으로 재무 데이터를 통합해 가시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이 매달 재무제표를 마감하는 ‘월말 결산’ 기간을 단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기 고객사로 언급된 미국 부동산 기술 기업 렌틀리는 맥시모어 도입 이후 결산 기간을 기존 8일에서 4일로 줄였다고 밝혔다.
렌틀리는 추가로 채용하려던 회계 인력 2명을 뽑지 않아도 됐고 재무팀 인력의 절반가량이 전략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었다. 반복적인 숫자 대조와 자료 정리 대신 분석과 의사결정 지원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맥시모어의 시스템은 넷스위트, 인택트 같은 ERP와 퀵북스, 조호북스 등 회계 도구는 물론 급여·CRM·각종 SaaS 플랫폼과 연동된다.
연결이 완료되면 AI 에이전트가 거래 내역을 기반으로 작업 문서와 검토 노트, 감사 추적 기록을 자동으로 생성한다. 감사 추적 기록은 회계 감사 과정에서 숫자가 어떤 근거로 작성됐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다. 외부 감사인이 요구하는 문서를 자동으로 준비해 감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흥미로운 점은 맥시모어가 엑셀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많은 회계 담당자와 감사인이 여전히 엑셀 형식의 자료를 선호한다는 현실을 반영해 정리된 데이터를 다시 스프레드시트로 내보낼 수 있도록 했다.
회사 측은 자사 플랫폼이 내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엑셀 양쪽에서 결과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상호운용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특징은 ‘휴먼 인 더 루프’ 구조다. AI가 대부분의 작업을 수행하되 필요할 경우 사람이 검토 단계에 참여하는 모델이다. 자체 재무팀이 없는 기업을 위해 회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회사 측은 AI 에이전트가 준비자 역할을 맡고 사람은 검토자로 기능하는 전통적 회계 조직과 유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람난단 크리슈나무르티는 2024년 여름 맥시모어를 설립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디지털 전환 그룹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코카콜라를 포함한 포춘 500대 기업의 재무·데이터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최고기술책임자 아제이 크리슈나 아무단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부 매출 시스템 개편 작업을 수행한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도공과대학(IIT) 마드라스 시절부터 14년간 함께 일해왔다.
맥시모어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인도 벵갈루루에 사무소를 운영한다. 전체 직원 18명 중 절반가량이 미국, 나머지가 인도에 근무하고 있으며 양 지역에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주 고객층은 연매출 5000만 달러 이상 기업으로 미국과 중국, 인도 등지에서 초기 고객을 확보했다. 또한 미국 회계기준(GAAP)과 국제회계기준(IFRS)을 모두 지원해 글로벌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썸네일 사진 출처: Maximor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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