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벤처캐피털 건너뛰는 초고액 자산가들…AI 스타트업에 직접 베팅하는 패밀리오피스

  • 임지민 기자
  • 입력 2026.04.08 18:26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세계 최고 부자들의 자산을 운용하는 패밀리오피스(초고액 자산가 전용 투자 관리 조직)들이 벤처캐피털(VC)을 거치지 않고 AI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2026년 2월 한 달에만 패밀리오피스들이 스타트업에 직접 집행한 투자 건수는 41건에 달했으며, 사실상 전부 AI 관련 기업이었다.

 

이 흐름에는 배경이 있다.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이전에도 수년간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주식시장에 상장되기 전 단계에서 이미 상당한 가치 상승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투자 자문사 아레나 프라이빗 웰스(Arena Private Wealth)는 최근 AI 추론용 반도체(AI 모델이 질문에 답하거나 작업을 수행할 때 쓰이는 칩) 스타트업 포지트론(Positron)의 2억3000만 달러 시리즈B 투자를 공동 주도하며 이사회 의석까지 확보했다.

 

포지트론은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 본사를 둔 3년 차 반도체 기업으로 이번 라운드에서 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이 라운드에는 아레나 외에 금융 트레이딩 기업 점프 트레이딩(Jump Trading), 투자사 언리스(Unless)가 공동 주도했으며 카타르 국부펀드(QIA),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기존 투자자들도 참여했다. 

 

회사의 현재 출하 제품인 '아틀라스(Atlas)' 칩은 엔비디아 H100 GPU 대비 전력 소비를 3분의 1 이하로 줄이면서 동등한 성능을 낸다고 주장한다. 이번 투자금은 차세대 칩 '아시모프(Asimov)' 개발에 투입되며 아시모프는 2026년 말 설계 완료, 2027년 초 양산을 목표로 한다.

 

아레나는 이번 투자에 앞서 제3자 기술 전문가를 동원해 기술 검증을 실시했다. ARM이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술의 신뢰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엔비디아나 AMD가 아닌 칩으로 오라클(Oracle) 같은 대형 클라우드 기업에 납품되고 있다는 점도 투자 결정에 무게를 더했다. 

 

아레나는 매년 소수의 직접 투자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며 포지트론이 현재 유일한 AI 추론 칩 투자처다.

 

같은 달 패밀리오피스들의 직접 투자 사례도 잇따라 나왔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부인 로린 파월 잡스(Laurene Powell Jobs)가 운영하는 에머슨 콜렉티브(Emerson Collective)는 AI 공간지능 기업 월드랩스(World Labs)의 10억 달러 펀딩에 참여했다. 

 

스탠퍼드대 AI 석학 페이페이 리(Fei-Fei Li)가 설립한 월드랩스는 텍스트, 이미지, 영상으로 3D 가상 세계를 생성하는 제품 '마블(Marble)'을 내놓고 있으며 이번 라운드에는 엔비디아, AMD, 오토데스크 등도 참여했다.

 

인도 IT 재벌 아짐 프레미(Azim Premji)의 패밀리오피스 프레미인베스트(PremjiInvest)는 AI 영상 생성 스타트업 런웨이(Runway)의 3억1500만 달러 시리즈E 투자에 합류했다. 런웨이는 이번 라운드로 기업 가치 약 53억 달러를 인정받았으며 제너럴 애틀랜틱이 주도하고 엔비디아, 어도비 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미트(Eric Schmidt)의 패밀리오피스 힐스파이어(Hillspire)는 AI 해석 가능성(interpretability) 연구 기업 굿파이어(Goodfire)의 1억5000만 달러 시리즈B에 참여했다. 

 

AI 해석 가능성이란 AI 모델이 왜 그런 답을 내놓는지 내부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기술 분야다. 굿파이어는 이번 라운드로 기업 가치 12억5000만 달러를 인정받았으며 자사 기술을 통해 대형 언어모델의 환각(hallucination·AI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생성하는 현상)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또 파트너사의 후성유전학 모델을 역설계해 알츠하이머 관련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견하기도 했다.

 

패밀리오피스가 직접 AI 기업을 창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는 2025년 11월 물리 세계를 위한 AI를 표방하는 스타트업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Project Prometheus)를 공동 창업하며 공동 CEO를 맡았다. 

 

이는 그가 2021년 아마존 CEO에서 물러난 이후 처음으로 기업 경영에 복귀한 것이다. 이 회사는 출범과 함께 62억 달러를 조성했으며 컴퓨터·항공우주·자동차 분야의 엔지니어링과 제조에 AI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동 CEO는 구글X에서 웨이모(자율주행차) 등을 이끌었던 물리학자 빅 바자이(Vik Bajaj)가 맡았다.

 

소규모 사례도 있다. 실리콘랩스(Silicon Labs) 전 CEO 타이슨 터틀(Tyson Tuttle)은 2026년 2월 제조 현장의 숙련자 지식을 AI로 보존·확장하는 스타트업 서킷(Circuit)을 공동 창업하고 3000만 달러 엔젤 투자를 유치했다. 

 

이 중 500만 달러는 그의 자체 패밀리오피스에서 나왔다. 실리콘랩스는 같은 달인 2026년 2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가 75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BNY 웰스(BNY Wealth)의 조사에 따르면 패밀리오피스의 83%가 향후 5년간 AI를 최우선 투자 전략으로 꼽았으며 절반 이상이 이미 AI 관련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에릭 슈미트의 힐스파이어는 CNBC가 선정한 2025년 미국 패밀리오피스 투자 활동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2025년 한 해에만 15건의 투자를 집행했다.

ⓒ 와이이코노미 & www.yeconomy.ai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벤처캐피털 건너뛰는 초고액 자산가들…AI 스타트업에 직접 베팅하는 패밀리오피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