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인프라가 사람이 아닌 기계를 위해 다시 설계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8일 자사 클라우드의 핵심 부품인 '오픈서치 서버리스'의 차세대 버전을 내놨다.
오픈서치 서버리스는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꺼내 검색하는 시스템으로 이번 버전은 AI 에이전트의 작업 방식에 맞춰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졌다.
그동안 클라우드는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사람은 검색하고 클릭하고 화면을 넘기는 행동을 일정하고 예측 가능한 속도로 반복한다. AI 에이전트는 다르다. 하나의 에이전트가 여러 하위 작업을 동시에 띄워 수백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뒤지고 문서를 찾고 외부 프로그램을 호출하는 일을 단 몇 초 만에 처리한 뒤 순식간에 사라진다.
작업이 한꺼번에 몰렸다가 한순간에 멈추는 이 불규칙한 흐름은 기존 인프라가 감당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은 방식이다.
AWS 오픈서치 서비스를 총괄하는 티아 화이트는 에이전트가 실험 단계를 지나 실제 업무에 투입되기 시작했고 예고 없이 작업이 폭증했다가 통보 없이 멈추는 특성 때문에 기업이 쓰지도 않는 컴퓨터 자원에 비용을 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버전의 핵심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부분과 연산을 처리하는 부분을 분리한 것이다. 이전 버전에서는 둘이 묶여 있어 작업이 없어도 최소 한 대의 장비를 항상 켜둬야 했고 기업은 노는 자원에도 비용을 냈다.
새 버전은 에이전트가 작업을 시작하면 연산 능력을 몇 초 만에 끌어올리고 작업이 끝나면 완전히 0으로 떨어뜨린다. 쓰지 않는 동안에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늘 주차 공간을 빌려두는 방식에서 세워둔 시간만큼만 내는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AWS는 이번 버전이 자원을 만드는 속도가 이전보다 최대 20배 빠르고 최대치에 맞춰 장비를 미리 깔아두는 기존 방식보다 비용을 최대 60% 줄여준다고 밝혔다. 약 97%를 처음부터 다시 만든 사실상의 재구축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출시와 함께 버셀, 키로 같은 AI 개발 도구와 바로 연결돼 개발자는 인프라를 직접 관리하지 않고도 몇 분 만에 에이전트용 검색 기능을 붙일 수 있다. 클로드 코드, 커서, 키로로 만든 에이전트에 오픈서치 기능을 직접 심는 '오픈서치 에이전트 스킬'도 함께 공개됐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기계가 만드는 트래픽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현실이 있다. 보안기업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31%가 사람이 아닌 봇에서 나왔다.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이 AI 크롤러와 검색엔진, AI 비서가 만든 요청이었다. 클라우드플레어의 라이 이 올센은 비인간 트래픽이 2027년 상반기 중 사람 트래픽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용 서비스에서도 흐름은 뚜렷하다. 구글은 이달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에서 사용자가 상품 조사나 여행 예약, 웹 탐색 같은 일을 AI에 맡기는 기능을 선보였다. 기업 내부에서도 직원과 고객을 위해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기계 간 트래픽이 쌓이고 있다.
인프라를 다시 짜는 움직임은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데이터 기업 데이터브릭스와 스노우플레이크는 기업 데이터를 AI가 기억하고 꺼내 쓰는 저장소로 자사를 재정의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애저에 에이전트 작업 폭증을 견디고 에이전트끼리 기억을 공유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지난달 에이전트에 작업 상태가 유지되는 독립 공간을 주고 즉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인프라를 공개했다. 기업이 에이전트를 들여올수록 기계 중심으로 인프라를 다시 설계하라는 압박은 커지고 결과적으로 에이전트를 더 싸고 쉽게 대규모로 쓰는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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