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환경운동가 에린 브로코비치가 AI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추적 지도를 공개했다. 데이터센터가 어디에 들어서고 주민들이 어떤 피해를 호소하는지 직접 모아 한 화면에 펼쳐 보이겠다는 것이다.
브로코비치는 19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의 전력회사 PG&E가 식수원을 발암물질로 오염시킨 사건을 파헤쳐 1996년 3억3300만달러 배상 합의를 끌어낸 인물이다. 당시 이야기는 2000년 영화로 만들어졌고 그를 연기한 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았다.
브로코비치가 4월 말 문을 연 사이트(brockovichdatacenter.com)에는 미국 전역의 데이터센터가 지도 위 점으로 표시된다. 가동 중인 시설뿐 아니라 공사 중이거나 계획 단계인 곳까지 담겼다.
다만 AI 연산을 처리하는 대형·초대형 시설만 대상으로 하며 규모가 작은 곳은 빠진다. 여기에 주민들이 직접 올린 불편·피해 신고가 겹쳐 표시되는 방식이다.
반응은 빨랐다. 처음 30개로 시작한 지도는 한 달 만에 신고 3862건이 쌓였고 지도 위 점은 2716개로 늘었다. 49개 주에서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 건수는 텍사스주가 가장 많아 600건을 넘겼다.
브로코비치가 자신의 뉴스레터 '브로코비치 리포트'에 올린 글의 제목은 "데이터센터가 그렇게 좋다면 왜 몰래 짓는가"였다. 그는 제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가 소음이나 물 사용 전기요금 인상이 아니라 '투명성'이었다고 적었다.
주민들은 자신이 입막음당하고 무시당했으며 일이 비밀스럽게 진행됐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사업이 물밑에서 합의되고 주민이 회의장에 가보면 이미 결정이 끝나 있더라는 호소가 많았다.
주민들의 불만은 데이터센터의 작동 방식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수많은 서버가 내뿜는 열을 식히기 위해 막대한 물을 끌어 쓴다. 전력 소비도 커 인근 가정의 전기요금을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이트가 꼽은 주요 우려도 물 사용·전력 소비·건강 순이었다.
서버 장비를 자주 교체하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전자폐기물도 문제로 지목됐다. 일부 주민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축 폐사나 집값 하락을 함께 걱정했다.
브로코비치는 데이터센터나 AI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지도가 드러낸 '패턴'이다. 인허가를 다 받아둔 뒤에야 사업을 발표하고 개발업체는 주민 전화에 응답하지 않으며 지역 공무원은 이웃 주민이 사업의 존재를 알기도 전에 비밀유지협약(NDA)에 서명한다는 것이다.
NDA는 계약 내용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문서로 이 경우 사업 정보가 주민에게 닿지 않게 막는 장치로 작동한다.
그의 지도에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일시 중단시킨 지역 15곳과 용도·허가 신청을 반려한 지역 6곳이 함께 정리돼 있다. 여기서 일시 중단(모라토리엄)은 지자체가 관련 규정을 마련할 때까지 새 사업 승인을 멈추는 조치를 말한다.
실제로 미국 곳곳이 비슷한 조치에 나섰다. 메인주는 20메가와트가 넘는 데이터센터 신축을 2027년 11월까지 막는 법을 통과시켜 주 단위로는 처음 가동을 멈춰 세웠다. 콜로라도주 덴버시도 5월 1년짜리 중단을 의결했는데 시의회는 만장일치로 안건을 처리했고 시의회 의장은 사업에 세제 혜택을 줬던 결정을 공개 사과했다.
뉴욕주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 시설의 허가를 3년 넘게 멈추자는 법안이 올해 초 발의됐다. 연방 차원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이 3월 전국적 신축 중단 법안을 내놨다. 비영리 조사기관 데이터센터워치는 1년 남짓한 기간에 지역 단체 140여 곳이 6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막거나 늦췄다고 집계했다.
브로코비치는 주민이 사진과 영상을 직접 올릴 수 있는 기능도 곧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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