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AI 기업에 가장 강력한 AI 모델을 일반에 공개하기 30일 전 정부에 먼저 제출해 점검받도록 요청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첨단 인공지능 혁신과 안보 증진'이라는 이름의 이 명령은 규제를 최소화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으로 AI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감독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행정명령의 핵심은 AI 기업이 새 모델을 외부에 내놓기 전 정부가 그 성능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절차다. 다만 이 절차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기댄다.
명령문은 "이 조항의 어떤 내용도 새 AI 모델의 개발이나 공개를 위해 정부의 의무적 인허가나 사전승인을 요구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기업이 참여를 거부해도 제재할 수단은 없고 모델 출시를 막거나 늦출 권한도 담기지 않았다.
검토 대상은 모든 AI가 아니라 '주요 첨단 모델(covered frontier model)'로 분류된 소수의 최상위 모델이다. 어떤 모델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국가안보국(NSA)이 결정한다.
명령은 재무부 NSA 사이버안보·인프라보안국(CISA)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등이 60일 안에 AI의 사이버 공격 능력을 측정하는 비공개 기준을 만들도록 했다. 이 기준을 넘는 모델이 검토 대상이 되며 해당 기업은 출시 30일 전까지 정부에 접근 권한을 내줄 수 있다.
이번 명령은 한 차례 무산됐다 되살아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거의 동일한 내용에 서명하려다 행사를 몇 시간 앞두고 취소했다.
당시 초안은 정부 검토 기간을 최대 90일로 잡았는데 일론 머스크, 메타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벤처투자자 데이비드 색스 등이 직접 백악관에 전화를 걸어 반대했다. 검토 기간이 길면 미국 기업의 신제품 출시가 늦어져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논리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기업의 주도권을 해치고 싶지 않다며 보류했다.
전 백악관 AI 책임자였던 색스는 이번 수정안에서 검토 기간을 30일로 줄이고 자율 방식으로 바꾼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90일에서 30일로 줄인 변화가 기업이 신제품 출시를 늦추지 않고도 절차를 따를 수 있게 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명령이 모든 신모델이 아니라 사이버 능력에서 의미 있는 도약을 이룬 모델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각의 우려처럼 'AI판 식품의약국(FDA)' 같은 허가 기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리콘밸리 주요 경영진을 불러 공개 서명식을 열 계획이었으나 결국 비공개로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검토 절차 외에 사이버안보 강화 방안도 담았다. 재무부 주도로 AI 관련 보안 취약점 정보를 모으고 공유하는 'AI 사이버안보 정보센터'를 세우고 연방기관과 병원 지방은행 같은 핵심 시설에 AI 기반 보안 도구를 보급하도록 했다. 법무부에는 AI를 이용한 해킹이나 무단 접속 범죄를 최우선 단속 대상으로 다루라고 지시했다.
이 명령이 나온 배경에는 앤트로픽이 4월 공개한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 프리뷰'가 있다. 이 모델은 널리 쓰이는 운영체제에서 심각한 보안 허점을 사람보다 뛰어나게 찾아내 워싱턴과 월가에 충격을 줬다. 보안을 강화하는 데 쓸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해커가 시스템을 공격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커진 것이다.
앤트로픽은 이 모델을 일반에 풀지 않고 일부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운영해 왔다. 회사는 행정명령 서명 당일 이 프로그램을 15개국 이상 약 150개 기관으로 확대했다. 전력, 수도, 의료, 통신 등 한 곳이 뚫리면 1억 명 넘는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시설 운영자들이 새로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AI 관련 행정명령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 그는 주(州)마다 제각각인 AI 규제를 하나의 연방 기준으로 통합하는 '단일 규칙서' 마련을 지시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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