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첨단 AI 모델에 걸었던 수출 규제를 약 2주 만에 풀었다. 앤트로픽은 현재 공개된 것 중 가장 앞선 성능으로 평가받는 두 모델을 다시 서비스에 올린다.
미국 상무부는 6월 30일 앤트로픽의 클로드 미토스5(Mythos 5)와 페이블5(Fable 5)에 적용했던 수출 통제를 철회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두 모델의 수출과 재수출, 국내 이전에 더 이상 별도 허가가 필요 없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통보를 받았다고 확인하며 다음 날인 7월 1일부터 접속을 순차적으로 복구하겠다고 했다.
문제의 규제는 6월 12일 시작됐다. 미국 정부는 이날 두 모델을 수출 통제 대상 기술 목록에 올렸다. 이렇게 지정되면 별도 승인 없이는 외국인에게 해당 기술을 제공할 수 없다. 미국은 '간주 수출(deemed export)'이라는 기준을 적용한다.
AI 모델을 외국 국적자에게 접근시키는 행위 자체를 설령 그 사람이 미국 안에 있더라도 수출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 탓에 규제 범위에는 미국 밖 이용자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 일하는 외국 국적자, 앤트로픽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까지 포함됐다.
국적별로 접근을 걸러내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앤트로픽은 결국 두 모델을 전 세계 모든 이용자에게서 내렸다.
발단은 아마존이었다. 아마존 연구진은 페이블5에 특정 코드를 읽고 그 안의 취약점을 찾아내도록 시키는 방식으로, 원래 막혀 있어야 할 사이버 공격 관련 정보를 끌어냈다.
AI의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이런 수법을 '탈옥(jailbreak)'이라 부른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6월 11일 백악관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꺼냈고 이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에게 직접 전달했다.
아마존은 앤트로픽에 130억달러를 투자한 최대 주주이자 클라우드 인프라를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다. 자사가 가장 크게 투자한 기업의 간판 제품에 대한 정부 규제를 촉발한 셈이다.
앤트로픽은 규제 지시를 따랐지만 근거에는 반발했다. 회사는 아마존이 찾은 우회 방법이 비교적 단순하며 오픈AI의 GPT-5.5 등 이미 공개된 다른 모델로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억 명이 쓰는 상용 모델을 좁은 범위의 탈옥 가능성 하나로 회수하는 기준을 업계 전체에 적용하면 모든 프런티어 모델 배포가 사실상 멈춘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었다. 다만 백악관의 데이비드 색스 AI 고문은 정부가 문제 해결이나 배포 중단을 요청했으나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앤트로픽과 트럼프 행정부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방부는 올해 초 앤트로픽 모델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했다. 회사가 대규모 감시나 자율살상무기 같은 특정 군사 목적에 자사 기술을 쓰지 못하게 한 뒤였다. 앤트로픽은 이 문제로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이버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규제가 실제 안전 조치라기보다, 정부와 대통령의 정치적 반대자들이 기술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 공개 비판해 온 앤트로픽 경영진을 압박하려는 지렛대로 보인다는 시각이 있었다.
규제가 이어지는 동안 아시아 기업들이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6월 27일 중국 사이버보안 기업 360은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툴롱펑을 공개하며 미토스와 견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주 도쿄의 사카나AI는 복어를 뜻하는 일본어에서 이름을 딴 푸구(Fugu)를 내놨다.
이 모델은 여러 외부 모델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에 접근해 작업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페이블5, 미토스 프리뷰에 견줄 성능을 낸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토스 수준에 근접한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미국 정부는 자국 AI의 국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앤트로픽에는 사업적 부담도 컸다. 회사가 밝힌 5월 기준 연 환산 매출은 470억달러다. 이 중 아시아 기업 고객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규제가 길어질수록 현지 언어에 최적화된 아시아 대체 모델이 그 공간을 메우는 구도였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기업공개(IPO)를 비공개로 신청했으며 올해 4분기 상장이 예상된다.
러트닉 장관은 이번 조치의 조건으로 앤트로픽이 보안 위험을 선제적으로 탐지·해결하고 미토스와 페이블을 포함한 향후 모델의 출시 기준을 정부와 함께 마련하며 악의적 활동을 정부에 알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이 내용 상당 부분을 규제가 생기기 몇 달 전 이미 자발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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