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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막은 자리를 노리는 유럽, 프랑스 미스트랄의 '주권 AI' 승부수

  • 고건 기자
  • 입력 2026.07.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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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자국 대표 AI 기업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을 정부 차원에서 통제하려는 시도를 보이면서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Mistral AI)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의 움직임과 맞물려 미스트랄이 '유럽판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발단은 지난 6월 중순 트럼프 행정부가 앤트로픽에 내린 수출통제 명령이다.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 '페이블 5'와 '미토스 5'를 외국인이 쓰지 못하도록 했고 앤트로픽은 규정을 지키기 위해 두 모델을 전면 중단했다. 

 

이 명령은 지난 7월 1일 상무부가 통제를 해제하면서 풀렸지만 미국이 첨단 AI를 전략 물자처럼 관리하려 한다는 사실을 각국에 각인시켰다.

 

미스트랄은 2023년 4월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최고경영자(CEO) 아르튀르 망슈는 구글 딥마인드, 최고기술책임자(CTO) 티모테 라크루아와 최고과학책임자 기욤 랑플은 메타 출신이다. 세 사람 모두 파리에 자리 잡은 미국 빅테크의 AI 연구 조직을 거쳤다.

 

미스트랄은 흔히 '유럽의 오픈AI'로 불리지만 실제 사업 방식은 챗봇 회사와 거리가 있다. 회사는 정부와 대기업의 자체 전산 시설에 자사 모델을 직접 심고 고객 데이터로 맞춤형 모델을 만들어주는 '포지(Forge)' 플랫폼을 운영한다. 

 

남의 서버를 빌려 쓰는 대신 조직 내부에 AI를 두고 데이터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망슈는 AI를 모든 조직이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필수 재화로 규정하며 국가나 특정 기업이 AI 배포를 좌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회사의 존재 이유라고 밝혀왔다.

 

실적도 빠르게 늘고 있다. 미스트랄은 지난 2월 연간 반복 매출(구독처럼 매년 꾸준히 들어오는 매출)이 1년 만에 2000만달러에서 4억달러 이상으로 뛰었다고 밝혔고 올해 10억달러 돌파를 자신하고 있다. 회사 규모도 창업 당시 15명에서 1000명 수준으로 커졌다.

 

투자 유치도 이어진다. 지난해 9월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주도한 시리즈C에서 17억유로를 조달하며 117억유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약 30억유로(약 35억달러)를 추가로 모으는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성사되면 기업가치는 200억유로 안팎으로 뛴다. 다만 이는 오픈AI나 앤트로픽이 끌어모은 자금에 비하면 여전히 일부에 불과하다.

 

제품 개편도 잇따랐다. 미스트랄은 지난 5월 28일 소비자용 챗봇 '르 샤(Le Chat)'를 '바이브(Vibe)'로 이름을 바꾸고 단순 대화 도구에서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로 성격을 바꿨다. 

 

바이브의 '워크 모드'는 구글 워크스페이스, 아웃룩, 슬랙 등과 연결돼 이메일 작성과 보고서 정리 같은 여러 단계 작업을 사용자 승인을 거쳐 자동으로 수행한다. '코드 모드'는 깃허브 등과 연동해 소프트웨어 개발을 코드 제출 단계까지 처리한다. 요금은 무료, 프로(월 14.99유로), 팀(사용자당 월 24.99유로), 기업용으로 나뉜다.

 

기반 시설 투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는 프랑스와 스웨덴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40억유로를 투입하는 '미스트랄 컴퓨트' 계획을 지난해 6월 내놓았다. 

 

지난 3월에는 은행 컨소시엄에서 8억3000만달러의 부채를 조달해 파리 남쪽 브뤼예르르샤텔에 엔비디아 최신 칩 1만3800개를 갖춘 데이터센터를 마련했다. 2027년 말까지 유럽 전역에 200메가와트(㎿) 규모의 연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인수도 활발하다. 미스트랄은 지난 2월 클라우드 기반 시설 기업 코예브(Koyeb)를 사들인 데 이어 5월 오스트리아 스타트업 에미(Emmi AI)를 인수했다. 

 

에미는 항공기 날개 주변의 공기 흐름이나 부품에 걸리는 힘을 컴퓨터로 계산하는 '물리 AI'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이 기술을 쓰면 며칠 걸리던 산업 시뮬레이션을 실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미스트랄은 이를 통해 항공·자동차·반도체 제조 분야로 사업을 넓히려 한다.

 

자체 반도체 설계 가능성에 대해 망슈는 언젠가 필요한 시점이 올 것이라면서도 당분간은 엔비디아에 의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각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해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회사가 매물이 아니며 기업공개(IPO)가 목표라고 못박았다.

 

(썸네일 사진 출처: 퀄컴 AI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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