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가 지난 16일 새 모델 '키미 K3'를 공개하면서 미국 AI 업계가 다시 한번 술렁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우위를 지켜온 최첨단 AI 영역에서 중국이 빠르게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난 것이다.
문샷AI는 키미 K3가 파라미터 2조 8000억 개 규모라고 밝혔다. 파라미터는 AI 신경망의 크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클수록 대체로 더 복잡한 처리를 할 수 있다. 이 규모는 현재까지 공개된 오픈소스(가중치 개방형) 모델 가운데 가장 크다.
오픈소스 모델이란 AI의 내부 설정값을 누구나 내려받아 자신의 시스템에서 직접 실행하고 수정할 수 있게 공개하는 방식을 말한다. 문샷AI는 K3의 전체 가중치를 오는 27일 공개할 예정이다.
문샷AI는 K3가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 5와 오픈AI의 GPT-5.6 솔 등 최상위 상용 모델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그 외 시험한 다른 모델들은 꾸준히 앞섰다고 설명했다. 특히 앤트로픽과 오픈AI의 선도 모델 바로 아래 등급인 클로드 오퍼스 4.8과 GPT-5.5는 코딩과 일반 에이전트 작업 등 여러 평가에서 앞섰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AI 성능 평가 플랫폼 아레나가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개발자들은 프런트엔드 코딩 부문에서 페이블 5나 솔보다 키미를 더 선호했다. 아레나의 전반적 언어 순위에서도 K3는 오퍼스 4.8을 앞섰다. 독립 분석기관 아티피셜애널리시스의 지능 평가에서는 3위에 올랐다. 가격은 경쟁 모델보다 약 40% 저렴하다.
이번 공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AI대회(WAIC)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시점과 맞물렸다. 시 주석은 AI 개발이 한 나라만의 독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국제 협력을 강조했고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기술 접근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표 직후 월가는 요동쳤다. 17일 나스닥 지수는 1.4% 하락했고, 엔비디아 주가는 2% 넘게 빠졌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한때 4조 8500억 달러까지 내려가 애플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반도체 관련 지수도 하락하며 6월 말 고점 대비 20% 낮아졌다. 저비용 오픈소스 모델의 확산은 구독료를 받아 폐쇄형 모델을 파는 미국 기업들의 수익 구조를 흔들 수 있고 AI 투자 확대에 베팅해 온 반도체 기업에도 부담이 된다. 2025년 1월 중국 딥시크가 저비용 모델 R1을 내놨을 때 시장이 받았던 충격이 재연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 AI 정책 책임자이자 현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데이비드 색스는 이번 결과를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데이터센터 신설을 막고 주(州) 단위 규제를 쌓으며 연방 차원의 사전 심사를 추진하는 사이 중국은 앞선 시스템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렇게 하면 AI 경쟁에서 진다"고 주장했다.
키미 K3가 미국 모델의 결과물을 학습에 활용했다는 이른바 '증류(distillation)' 의혹도 다시 불거졌다. 증류란 강력한 모델의 출력을 뽑아내 더 작은 모델을 훈련시키는 방식이다.
앤트로픽은 지난 2월 문샷AI와 딥시크, 미니맥스가 부정 계정으로 클로드의 능력을 무단 추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오픈AI의 전략미래 담당 딘 볼은 키미 K3의 성능이 증류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매우 좋은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가중치 개방형 모델이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재로 취급되는 미래를 우려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오픈소스 모델 사용에 규제 위험을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AI 전문 매체 트랜스포머의 편집자 샤킬 하심은 이번 우려가 과장됐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키미 K3가 위험한 사이버 공격 능력을 갖췄을 가능성이 낮고, 중국 정부 역시 자국 모델이 그런 능력을 갖추면 개방을 제한할 유인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 Kimi AI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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