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5분의 1이 2035년이면 데이터센터 몫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블룸버그의 에너지 분석기관 블룸버그NEF가 7월 21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밝힌 수치다. 현재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 비중이 5.9%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0년 사이 네 배 가까이 뛰는 셈이다.
데이터센터는 검색, 영상 스트리밍, 클라우드 저장, AI 연산 같은 디지털 서비스를 처리하는 대형 컴퓨터 시설이다. 최근 전력 수요가 급증한 배경에는 AI가 있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이용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 모두 막대한 전기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블룸버그NEF는 앞으로 10년간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규모가 194기가와트(GW)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AI 학습과 추론에 쓰이며, 상당수가 미국에 집중된다. 2033년이면 전 세계 AI용 반도체가 소비하는 전력의 64%를 미국이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주목할 대목은 이 전망치가 불과 반년 만에 큰 폭으로 뛰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NEF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2035년 전력 수요 예측과 비교하면 이번 수치는 83% 높다.
예측을 끌어올린 것은 블룸버그NEF만이 아니다. 전력업계 비영리 연구기관 EPRI는 2024년 추정치를 두 배 이상으로 올려 잡았고, 신용평가사 S&P의 전망도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사이 3분의 1 넘게 상향됐다. 새로 발표되는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그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새로 지어질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이미 여력이 빠듯한 전력망에 몰린다는 점이다. 미국 전력망은 여러 지역 운영기관이 나눠 관리하는데 각 기관은 넓은 지역의 발전소와 송전선을 묶어 전기 수급을 조율한다.
이 가운데 버지니아부터 일리노이까지 13개 주를 아우르는 최대 운영기관 PJM은 관할 지역 전력의 34%가 데이터센터로 흘러갈 것으로 예측됐다. 텍사스 대부분을 담당하는 ERCOT 역시 발전 능력의 22%를 데이터센터에 내줘야 할 상황이다.
PJM은 이미 미국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곳이다. 발전소와 대규모 시설을 전력망에 연결해 달라는 신청이 밀려들면서 처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급기야 새 발전원을 망에 잇는 신청을 4년간 중단하기까지 했다. 그사이 수요는 계속 불어나 수급 불균형이 심해졌다.
PJM은 올해 4월 신청 접수를 다시 열었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대형 전력회사 아메리칸일렉트릭파워(AEP)는 발전소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PJM 탈퇴 가능성까지 꺼내 들었다.
전기 요금 부담은 이미 현실이 됐다. PJM 지역의 도매 전기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76%나 뛰었다. 이는 PJM 역사상 가장 큰 연간 상승 폭이다. 가격을 밀어 올린 핵심 요인은 이른바 용량 경매다.
전력망 운영기관은 미래에 전기가 모자라지 않도록 발전소들이 일정 규모의 발전 능력을 미리 확보하게 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경매를 매년 연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 비용이 급등했고, 그만큼 일반 가정과 기업의 요금으로 전가됐다.
이런 혼잡에도 데이터센터의 PJM 연결 수요는 여전히 뜨겁다. 가장 최근 용량 경매에서 발생한 비용의 38%가 데이터센터에서 나왔다.
전력 수요 증가는 미국 외 국가들로도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AI 확산이 지금의 가파른 속도를 이어갈 경우 2033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1,935테라와트시(TWh)의 새로운 전력 수요를 만들어낼 것으로 봤다. 인도가 1년간 쓰는 전체 전력량에 맞먹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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