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저녁 백악관 관저에서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와 단독 만찬을 가졌다. 두 사람이 일대일로 마주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악시오스가 처음 보도했고 CNBC와 더힐 등이 별도로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폭스뉴스 취재진에게 만찬 사실을 인정했다.
아모데이는 지난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해 열린 백악관 국빈만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등 주요 기술기업 수장이 모두 참석한 자리였다.
당시엔 일정이 겹쳤다는 것이 앤트로픽 측 설명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아모데이를 따로 초청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를 보호하면서 초지능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초지능은 트럼프 대통령이 AI를 대신해 쓰는 표현이다.
양측 관계는 올해 내내 냉랭했다. 갈등은 2월 국방부가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면서 본격화됐다. 공급망 위험 지정은 통상 적대국 정부와의 연계가 의심되는 업체에 붙는 딱지다.
미국 기업이 이 지정을 받은 것은 앤트로픽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앤트로픽의 AI 클로드를 모든 합법적 용도에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회사가 거부하면서 해당 조치가 내려졌다. 아모데이는 자사 모델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감시나 사람 개입 없이 작동하는 자율무기에 쓰이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앤트로픽은 3월 두 건의 연방 소송을 제기했고 8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는 승소했다. 당시 리타 린 판사는 정부 조치가 실질적 근거 없이 회사를 본보기로 삼으려는 보복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25일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2 대 1로 국방부 손을 들어줬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판결 직후 소셜미디어에 앤트로픽이 공급망 위험임이 확인됐다고 적었다.
갈등의 또 다른 축은 규제 논쟁이다. 아모데이는 12일 개인 홈페이지에 약 3800단어 분량의 글을 올려 업계 전체가 모델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발 중단이 아니라 안전성 검증이 따라올 수 있을 만큼 속도를 조절하자는 취지다.
그는 세 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외부 평가자가 연구소 내부에 직원 수준의 접근 권한을 갖고 상주하는 방식이 첫 단계다. 앤트로픽은 위생검사관에 비유한 이 구조를 먼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업계와 정부가 공동 안전 기준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가 함께 조율하는 단계를 제안했다. 올트먼과 머스크가 공개 지지했다.
이 글은 8일 앤트로픽 연구원 제이콥 콕슨이 회사를 떠나며 남긴 경고 직후에 나왔다. 오픈AI와 앤트로픽에서 3년간 사전학습 연구를 했다는 콕슨은 두 회사 모두 책임 있게 행동하지 않으며 스스로 성능을 개선하는 AI를 향해 경주하고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트루스소셜에 AI에 필요한 통제 장치는 강하고 머리 좋은 대통령뿐이라며 아모데이가 완벽한 천사인 척하고 있다고 썼다. 행정부가 이미 이들 기업에 상당한 형사적 규제적 권한을 갖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공지능 종말론은 허구라는 주장도 반복했다.
아모데이는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화상 브리핑에서 AI가 현재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안보 사안이라고 말했다. 생물무기 제조에 AI를 쓰지 못하게 하는 좁은 범위의 합의부터 시작해 검증 체계와 공통 시험 기준 그리고 중대 사고 통보 제도를 갖추자고 제안했다.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AI를 통제하려는 국제적 시도를 세계주의적 책략이라며 거부했다.
만찬 직전까지 견제도 이어졌다. 24일 백악관 내부에는 트럼프 정치 고문이 작성한 문건이 돌았다. 기부와 자원 배분의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사상 운동인 효과적 이타주의를 주류에서 벗어난 집단으로 규정하고 아모데이와 그의 누나인 다니엘라 아모데이 앤트로픽 사장을 이 운동의 핵심 인물로 지목한 내용이다.
회사는 그동안 이 명칭과 거리를 둬왔다. 만찬 당일에도 아모데이에 대한 또 다른 부정적 문건이 백악관에 전달됐다. 작성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29일 백악관에서 주요 AI 기업 경영진과 회동한다. 참석자 명단과 의제는 공개되지 않았다. 앤트로픽은 11월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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