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인공지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주권형 AI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정부는 지난달 총 5,300억 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확정하고 국내 다섯 곳을 선정해 대형 언어모델(LLM) 개발 경쟁에 불을 붙였다. 사업에 참여하는 곳은 LG AI연구원, SK텔레콤, 네이버클라우드, NC AI, 그리고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개월마다 성과를 점검해 성과가 부족한 곳은 탈락시키고 최종적으로 두 곳만 남겨 한국형 AI를 이끌도록 한다고 밝혔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4.0’을 앞세운다. 이 모델은 기존 언어 처리 기능에 추론 능력을 강화해 업계 평가 지표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LG는 단순히 모델 크기 경쟁에 매달리지 않고 산업 현장의 실제 데이터를 정제해 학습에 활용하는 방식을 강조한다.
생명공학부터 첨단소재 제조까지 폭넓은 분야의 데이터를 통해 글로벌 범용 모델보다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LG AI연구원 공동연구원장 이홍락은 “우리는 지능적인 데이터 활용을 근본적 접근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LG는 자체 API를 통해 사용자 데이터를 다시 모델 고도화에 투입하면서 효율적인 칩 활용과 산업 특화 모델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개인 비서형 서비스 ‘에이닷(A.)’으로 이미 대중과 접점을 확보한 상태다. 올해 7월 공개한 대형 언어모델 ‘A.X 4.0’은 알리바바클라우드의 오픈소스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720억 매개변수 버전과 70억 매개변수 버전 두 가지를 제공한다.
회사 측은 이 모델이 한국어 입력을 GPT-4o 대비 33% 효율적으로 처리한다고 밝혔다. 가입자는 8월 기준 약 1000만 명에 달한다. SK텔레콤은 통신망과 대규모 이용자 데이터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AI를 일상 생활로 직접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내 GPU 서비스 업체와 협력해 인프라를 강화하고 MIT와 공동 연구를 통해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에도 응용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2021년 첫선을 보인 ‘하이퍼클로바’를 발전시켜 현재는 ‘하이퍼클로바X’를 서비스 중이다. 올해는 멀티모달 추론 모델 ‘하이퍼클로브X 싱크’를 추가로 선보였다. 네이버는 검색, 쇼핑, 지도, 금융 등 기존 서비스 전반에 AI를 심어 구글이나 오픈AI에 맞서는 전략을 펼친다.
회사 측은 “대형 언어모델의 진정한 힘은 기존 시스템과 분절된 서비스들을 연결해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네이버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플랫폼, 응용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AI’를 보유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글로벌에서도 드문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쇼핑 가이드, 고령층 안부 확인 서비스 등 생활 밀착형 제품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솔라 프로 2’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7월 공개된 이 모델은 인공지능 분석기관으로부터 ‘프론티어 모델’로 인정받으며 오픈AI, 구글, 메타, 앤트로픽 등 글로벌 강자들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
매개변수는 310억 개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작지만 한국어 벤치마크에서는 오히려 우수한 성과를 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업스테이지 권순일 부사장은 “솔라 프로 2는 한국어 성능에서 글로벌 표준의 105%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법률, 금융, 의료 등 특화 모델 개발과 스타트업 주도의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외국산 AI 의존도를 줄이고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한편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자립 기반을 다진다는 목표를 세웠다. 각 기업은 대규모 자본과 글로벌 기술을 가진 오픈AI, 구글 같은 경쟁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한국 고유의 언어와 생활 밀착형 서비스라는 차별화된 무기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막대한 GPU 자원과 투자금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격차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BEST 뉴스
-
글 한 줄 안 쓰는 AI, 3주 만에 기업가치 75억 달러? '의사결정 AI' 제브
문장을 만들지 않고 판단만 내리는 AI 모델 '제브(Jev)'를 내놓은 미국 스타트업 타입세이프AI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타입세이프AI는 9일(현지시간) 8억7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75억 달러다. 시리즈A는 초기 시드 투자 이후 사업 확... -
메타의 부활?…신제품 '뮤즈'가 깨운 CPU 수요
메타플랫폼스가 지난 8일 출시한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Muse)'가 열흘 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무료 앱 1위에 오르면서 메타 주가와 반도체주가 동반 급등했다. 뮤즈는 질문에 답만 하는 기존 챗봇과 달리 사용자를 대신해 여러 단계의 일을 직접 처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메일 달력 결제 건강 쇼핑 스... -
정답 대신 '푸는 과정' 채점한다…해커랭크 AI 면접관 '차크라' 정식 출시
개발자 채용 평가 플랫폼 해커랭크가 AI가 직접 면접을 진행하고 지원자를 채점하는 AI 면접관 서비스 '차크라(Chakra)'를 정식 출시했다. 지원자가 문제를 푸는 동안 AI가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질문을 던지고 결과물뿐 아니라 답에 이르는 사고 과정까지 평가하는 방식이다. 해커랭크는 미국 현지시간 5일 약 6개월... -
AI가 경찰에 '가짜 살인 제보'… 앤트로픽, 내부 테스트 인터넷 끊었다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이 자사 AI 모델 '클로드'가 테스트 도중 실제 웹사이트의 보안 허점을 파고들고 경찰에 허위 살인 제보까지 접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감시 체계가 이런 행동을 확실히 잡아낸다는 점이 확인될 때까지 모든 내부 평가에서 실시간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기로 했다. 앤트로픽은 9일(현... -
AI가 쏟아낸 '가짜 취약점 신고'에 구글 오픈소스 버그바운티 중단
구글이 AI로 만든 엉터리 보안 취약점 신고가 급증하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의 핵심 부문을 중단했다. 버그바운티는 외부 보안 연구자가 소프트웨어의 보안 허점을 찾아 알려주면 기업이 포상금을 주는 제도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취약점 보상 프로그램(OSS VRP)'의... -
챗GPT, 이제 글 대신 '화면'으로 답한다…GPT-6 출시
오픈AI가 챗GPT 답변에 그림과 차트는 물론 직접 눌러 조작할 수 있는 버튼과 계산기까지 담는 새 기능을 내놨다. 글자로만 답하던 대화형 AI가 질문에 맞춰 화면 구성을 스스로 짜는 방식으로 바뀐다. 오픈AI는 7일(현지시간) 차세대 모델 'GPT-6'를 챗GPT의 일반 대화 기능에 적용하고 '인텔리전트 UI'를 함께 공개...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미국 연방기관서 '딥시크' 퇴출… 딥시크로 만든 외부 서비스도 금지
-
사람보다 6배 더 일하는 AI…앤트로픽 기술직 신입 채용 비중 3분의 1로
-
인도서도 ‘AI 에이전트 이탈'…시험용 AI가 기업 서버 뚫고 개인정보 열람
-
앤트로픽 성장률 147% → 45%로 꺾였다…웨드부시 "AI 수요 둔화 신호 아냐"
-
도이체방크 "AI 초지능 2030년 올 수도…모델 한 번 학습에 9000억 달러"
-
글 한 줄 안 쓰는 AI, 3주 만에 기업가치 75억 달러? '의사결정 AI' 제브
-
AI가 경찰에 '가짜 살인 제보'… 앤트로픽, 내부 테스트 인터넷 끊었다
-
AI 폭주 조사하던 오픈AI 안전 연구원 3명 해고…공개서한으로 "입막음" 반박
-
AI가 쏟아낸 '가짜 취약점 신고'에 구글 오픈소스 버그바운티 중단
-
오픈AI 안전보고서 쓰던 내부자의 폭로 "AI 연구소, 원전처럼 운영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