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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꼬마 AI 모델, 거대 모델에 대항할 수 있을까

  • 고건 기자
  • 입력 2025.10.0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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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만든 아주 작은 인공지능 하나가 전 세계 연구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름은 ‘타이니 리커시브 모델(Tiny Recursive Model, 이하 TRM)’이다. 숫자로 보면 더 놀랍다. 이 모델이 가진 학습 단위, 즉 뇌세포 같은 역할을 하는 ‘파라미터’가 단 700만 개뿐이다. 챗GPT 같은 초대형 인공지능은 보통 수천억 개를 쓰기 때문에 비교하면 1만 분의 1도 안 된다. 

 

그런데도 복잡한 문제를 푸는 능력에서는 오히려 이 거대 모델들을 앞질렀다고 한다. 삼성 AI 연구소가 공개한 이 결과는 지금까지 업계가 믿어온 “AI는 클수록 똑똑하다”는 믿음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삼성 연구진은 TRM이 기존 AI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AI는 질문을 받으면 한 번에 답을 만들어낸다. 마치 시험을 볼 때 답안지를 단번에 채워 넣고 끝내는 학생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TRM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처음엔 대략적인 답을 내놓고, 이를 스스로 여러 번 고치고 다듬는다. 마치 숙제를 하다가 “이건 아닌데?” 하면서 지우고 다시 쓰는 것처럼 반복해서 수정하는 구조다. 이 과정을 최대 16번까지 반복하며 답을 점점 더 정확하게 만든다. 

 

TRM이 가진 능력의 핵심은 이 ‘자기 수정’ 과정에 있다. 모델은 문제를 보고 임시로 답을 내고, 그 답을 기준으로 스스로 사고를 정리해 다시 답을 수정한다. 이렇게 스스로의 사고 과정을 고치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 지금까지의 대형 모델과 가장 큰 차이다. 

 

연구진은 “작지만 스스로 고치는 두뇌”라고 표현했다. 구조도 단순하다. 대부분의 인공지능은 층이 수십 개에 달하는 복잡한 신경망 구조를 쓰지만 TRM은 단 두 층만 사용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장점이 됐다. 너무 많은 층을 쌓으면 쓸데없는 정보까지 외워버려서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TRM은 작고 단순하기 때문에 이런 ‘헷갈림’을 최소화하고 중요한 패턴만 학습할 수 있었다. 실제 성적도 뛰어났다. 논리 퍼즐 테스트인 ‘스도쿠 익스트림(Sudoku-Extreme)’에서는 정답률이 87.4%에 달했다. 비슷한 구조의 기존 모델은 55% 정도에 머물렀다. 

 

복잡한 미로에서 길을 찾는 ‘메이즈 하드(Maze-Hard)’ 테스트에서는 정답률 85.3%를 기록해 기존 모델보다 10% 이상 높았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ARC-AGI’라는 지능 평가 시험이었다. 이 시험은 AI의 진짜 추리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TRM은 이 테스트에서 44.6%라는 높은 점수를 얻었는데 이는 2700만 개 파라미터를 쓴 기존 모델보다도 높았다. 특히 구글의 초대형 모델 제미니 2.5 프로가 같은 시험에서 기록한 점수는 4.9%에 불과했다. 작은 두뇌가 거대 두뇌를 이긴 셈이다. 

 

연구팀은 TRM이 이렇게 효율적인 이유를 단순한 구조와 반복 학습에 있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수학 이론이나 특수 장치 없이도 자기 피드백 구조만으로 정확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건 비용이다. 

 

연구진은 TRM을 단 4대의 그래픽카드(H100 GPU)로 이틀 정도만 학습시켰고, 전체 비용이 500달러도 안 들었다고 밝혔다. 반면 챗GPT 같은 초대형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는 수천만 달러가 들어간다. 즉, 적은 돈과 시간으로도 강력한 성능을 낼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다만 TRM이 모든 분야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숫자, 도형, 퍼즐처럼 명확한 정답이 있는 문제를 대상으로 했다. 사람처럼 복잡한 언어를 이해하거나 대화 맥락을 파악하는 영역에서는 아직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도 TRM은 언어형 AI가 아니라 추론형 AI이며 말을 잘 하는 모델이 아니라 생각을 잘 하는 모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성과는 인공지능 개발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의 AI 경쟁은 ‘누가 더 크냐’,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느냐’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삼성의 이번 연구는 ‘누가 더 효율적으로 생각하느냐’가 새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업계에서는 TRM이 대형 모델 경쟁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는 거대한 두뇌 대신, 작은 두뇌를 얼마나 똑똑하게 설계하느냐가 진짜 경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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