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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이 불러온 해고의 시대, ‘기술 진보’의 그림자

  • 고건 기자
  • 입력 2025.10.2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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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들어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기업들은 ‘효율화’라는 이름 아래 인력을 줄이고 있다. 올해에만 10월까지 22,000명 이상이 기술 업계에서 일자리를 잃었고 특히 2월 한 달에만 16,000명이 넘는 인원이 해고됐다.


2024년 한 해 동안 150,000명 이상이 정리해고를 당했던 추세가 올해에도 멈추지 않은 것이다. 기술 발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AI는 이제 기업의 구조조정 도구로 변해가고 있다.


가장 최근의 10월만 봐도 상황은 심상치 않다. 오클라호마시티의 HR 소프트웨어 기업 페이컴(Paycom)은 AI와 자동화 덕분에 백오피스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500명 이상을 해고했다. 메타(Meta) 역시 600명을 감축했는데,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사 AI 인프라 부문이었다. 

 

FAIR 연구팀을 포함한 기존 AI 인력은 정리하면서도 새로 영입한 최고 AI 책임자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이 이끄는 TBD Labs의 핵심 인력은 유지했다. AI로 인한 해고와 동시에 더 좋은 AI 인재는 더 비싸게 모셔가는, 극단적인 이중 구조가 고착되고 있는 것이다.


10월에는 또 다른 상징적인 해고가 있었다. 구글(Google)은 클라우드 부문에서 디자이너 100명 이상을 내보냈다. 인공지능 중심 투자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디자인 인력을 ‘비핵심’으로 분류한 셈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AI를 활용하는 기업이 결국 사람의 자리를 없애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도 AI의 파급력은 예외가 아니다.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는 미 정부의 수출 통제 강화로 1,400명을 감원했다. 

 

공정 자동화와 효율화 명목이지만 업계에선 AI 중심 공정 설계가 빠르게 도입된 결과로 보고 있다.


AI의 영향은 기술 기업 이외의 경우에도 인력 구조 전체를 바꾸고 있다. 9월에는 유럽 최대 배달 플랫폼 저스트잇(Just Eat)이 고객센터와 영업 인력을 포함해 450명을 정리했다. 회사는 인공지능과 자동화 도입으로 수동 업무가 크게 줄었다며 고객 응대 대부분을 챗봇이 담당하도록 전환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프리랜서 중개 플랫폼 파이버(Fiverr)는 전체 인력의 30%인 250명을 해고하고 ‘AI 중심 회사’로 재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 인적 네트워크로 운영되던 고용 시장조차 이제 AI 알고리즘이 중심에 서 있다.


기업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하나같이 효율성, 수익성, 미래 대비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AI가 우리를 대체했다’는 직원들의 분노와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리쿠르트홀딩스(Recruit Holdings) 산하의 인디드(Indeed)와 글래스도어(Glassdoor)는 7월에만 1,300명을 감원했다. 

 

두 회사는 인사·채용 프로세스의 상당 부분을 AI로 자동화하겠다고 밝혔고, R&D 부문과 HR 인력이 가장 먼저 줄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올해에만 9,000명 이상을 정리해고했다. 공식 입장은 ‘조직 단순화’였지만 내부 문건에 따르면 비개발직을 줄이고 프로그래머 비율을 높이는 전환이 목적이었다.


AI의 파도는 스타트업에도 잔혹했다. AI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Windsurf)는 인수 이후 30명을 내보내고 남은 200명에게 자진 퇴직을 권유했다. 인수한 코그니션(Cognition)은 핵심 인재보다 지식재산권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다른 스타트업 깁셥(GupShup)은 불과 5개월 만에 두 차례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회사는 대화형 AI 기술을 강화한다며 개발자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했지만 실상은 IPO 준비 과정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특히 올해 들어 두드러지는 변화는 ‘AI 효율화’가 더 이상 실리콘밸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감원이 이어졌다. 인도의 전기차 스타트업 올라일렉트릭(Ola Electric)은 1,000명 이상을 내보냈다.


AI와 자동화 기술의 확산이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통 제조국가들도 ‘인력 과잉’을 이유로 해고를 감행하는 추세다.

 

AI가 고용 시장의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AI 도입 이후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직군은 ‘중간 관리직’과 ‘비핵심 기술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비개발직 인력을 줄이는 대신 코딩 직군을 확충하고 있고 세일즈포스와 메타는 고객지원과 운영 부서를 축소하며 ‘AI 자동화팀’을 신설했다. 

 

둘째, 기업의 해고 시점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올해 리비안(Rivian)은 단 3개월 간격으로 세 차례 감원을 단행했다. 수요 둔화와 정책 변화가 겹치면 AI 효율화는 즉각 인력감축으로 이어진다. 

 

셋째, AI 중심 인력의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AI 인프라 개발자와 데이터 과학자는 남고 나머지 부문은 퇴출된다.


2025년의 해고 통계는 결국 산업 구조가 얼마나 빠르게 AI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AI로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면 사람은 덜 필요하다는 공식이 업계 전반의 표준이 된 것이다. 이제 AI의 효율화 여부는 인력 구조조정의 기준선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는 지금 기술의 진보가 사람을 해방시키는 대신 일자리를 먼저 해방시키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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