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의 '모두를 위한 AI' 선언에 냉담한 반응…"당신이 말하니 믿기 어렵다"
- 고건 기자
- 입력 2026.08.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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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일 자사 블로그에 6500단어 분량의 장문 에세이 '미래는 모두를 위한 것'을 공개했다. AI가 소수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모든 개인의 손에 쥐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중과 업계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저커버그는 이 글에서 초지능(superintelligence·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의 AI)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이 '누가 가장 강력한 모델을 먼저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느냐'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의 역량 강화가 번영의 원천이고 AI의 가장 큰 쓸모는 일자리 자동화가 아니라 발명이며 힘의 균형이 안전의 토대라는 세 가지 철학을 제시했다. 한 사람만 초지능 변호사를 가지면 그는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소송에서 이기지만, 모두가 그런 변호사를 가지면 사법 정의가 더 공정하게 실현된다는 비유를 들었다.
에세이 공개는 신제품 출시와 같은 날 이뤄졌다. 메타는 이날 300억 개 매개변수(parameter·AI가 학습을 통해 조정하는 내부 수치로 모델 크기를 가늠하는 기준) 규모의 AI 모델 '뮤즈 글리머'를 아파치 2.0 라이선스로 공개했다. 이 라이선스는 상업적 이용과 수정, 재배포를 폭넓게 허용한다.
글리머는 가중치(weight·학습된 모델 내부의 수치 데이터)를 개방한 '오픈 웨이트' 모델로, 개발자가 내려받아 자신의 맥이나 PC에서 그래픽카드 한 장으로 구동할 수 있다. 인터넷 연결 없이도 일정 관리, 파일 정리, 코딩 같은 여러 단계의 작업을 스스로 수행하는 '에이전트' 용도를 겨냥했다.
30억 개 매개변수 모델은 원래 55기가바이트(GB)가 넘는 메모리를 필요로 하지만, 메타는 수치의 정밀도를 4비트 수준으로 압축해 용량을 20GB 아래로 줄였다. 이를 통해 24GB급 소비자용 그래픽카드에서도 돌아가도록 했다.
글리머는 메타의 폐쇄형 상위 모델 '뮤즈 스파크'로부터 증류(distillation·큰 모델의 출력을 활용해 작은 모델을 학습시키는 기법)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저커버그는 향후 상위 모델 '뮤즈 스파크 1.2'의 가중치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메타 주가는 발표 당일 개장 전 거래에서 3% 가까이 올랐다.
여러 매체는 이번 에세이를 신제품에 철학적 명분을 붙이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커버그가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같은 폐쇄형 모델 경쟁사를 직접 거명하지 않으면서 겨냥했다고 봤다.
메타는 그간 프런티어(최첨단)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소비자용 AI 챗봇 시장에서도 사람들이 개인 비서를 떠올릴 때 메타를 먼저 꼽지는 않는다.
테크크런치의 팟캐스트 '에쿼티'에서 진행자들은 이 비전에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리베카 벨란 기자는 메타가 최전선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자 '개인의 역량 강화'라는 다른 전장에서 승부를 보려 한다고 분석했다. 저커버그가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와 정반대 위치에 자신을 세우려 한다는 것이다.
앤트로픽을 비롯한 여러 연구소가 안전을 이유로 개발 속도를 늦추자고 말하는 반면, 저커버그는 중국에 한 치도 내줄 수 없다며 속도를 늦출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저커버그와 메타의 이력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벨란 기자는 저커버그가 과거 소셜미디어 시절에도 모두가 친구와 소통하고 사회적 관계망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분노를 유발하는 콘텐츠와 광고였다고 지적했다.
커스틴 코로세크 기자는 이 선언이 AI의 대가와 위험을 외면한 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테크크런치 AI 에디터 러셀 브랜덤은 이 글이 오히려 사람들이 AI를 싫어하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썼다. 그는 에세이 상당 부분이 지능에 관한 모호한 일반론에 머물러 있으며 특정 제품의 판매 논리가 철학적 결론으로 포장됐다고 봤다.
그는 오픈AI의 샘 올트먼이나 아모데이가 AI의 위험을 인정하고 자사의 예방책을 강조하며 신뢰를 얻으려 하는 반면, 저커버그는 그 과정을 건너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벨란 기자가 글리머를 직접 내려받아 보려 했으나 자신의 맥북에서는 실행할 수 없었다. 특정 하드웨어가 필요해 일반 사용자가 곧바로 쓰기는 어려운 구조였다. '모두를 위한 미래'라는 제목과 달리 아직 모두를 위한 것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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