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22일 저녁 샌프란시스코에서 AI를 둘러싼 질문 상당수에 자신도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신흥·성장 시장의 창업자를 지원하는 국제 비영리단체의 그리스 지부인 엔데버 그리스가 마련한 행사였고 창업자와 투자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번 베이에어리어 일정을 사실 확인을 위한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같은 날 오전 테슬라와 벤처투자사 세쿼이아캐피털 등을 둘러봤고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한다. 스탠퍼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이번 방문을 귀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먼저 경제 성과를 앞세웠다. 세계 주요 지수 산출기관 MSCI는 그리스 증시를 내년에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다시 분류하기로 했다. 재정위기 당시인 2013년 강등된 지 13년 만이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를 그리스가 더 이상 특수 사례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국가 부채도 빠르게 갚고 있다. 그리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현재 4.3% 안팎으로 5% 수준인 미국 국채보다 낮다. 유로존 전체 금리가 낮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2012년 그리스 국채 금리가 4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지출 방향도 강조했다. 그리스는 코로나19 이후 유럽연합(EU)이 조성한 회복기금에서 약 360억 유로를 받았고 상당 부분을 디지털 기반시설에 썼다. 행정 서류를 창구 방문 없이 처리하는 온라인 포털이 대표적이다.
아테네 남동쪽 항구도시 라브리오에는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가 조립한 슈퍼컴퓨터 ‘다이달로스’가 들어섰다. 초당 8900조 번의 연산을 처리하는 성능으로 지난 6월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 31위에 올랐으며 올해 안에 연구·AI 지원 서비스를 본격 개시한다.
제도 변화도 이어졌다. 그리스는 직원에게 주식을 싸게 살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의 과세 방식을 바꿨고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해 통과된 법은 일부 업종에서 연 37일 한도로 하루 13시간 근무를 허용해 노동계 총파업을 불렀다.
해외에서 돌아오는 그리스인에게는 최대 7년간 소득세를 절반만 매긴다. 스타트업 취업자를 위한 기술 비자 등 체류 제도도 늘렸으나 미초타키스 총리는 심사 속도에는 아직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과거 기업을 낮춰 보던 국공립대가 이제 창업 기업을 배출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 취업비자 문턱이 높아진 점을 들어 해외 창업자들이 그리스 채용을 고려할 만하다는 제안도 내놨다.
AI의 사회적 영향으로 화제가 옮겨가자 그의 어조는 달라졌다. 그리스는 내년 1월부터 15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한다. 부모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되며 위반 플랫폼에는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까지 제재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그는 AI 챗봇의 중독성을 고려하면 이 조치가 이미 한발 늦은 싸움일 수 있다고 봤다. 아이들이 디지털 동반자나 디지털 연인과 함께 자라는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교실 문제에도 신중했다. 그리스는 오픈AI와 교사의 행정 업무를 줄이는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학생 개개인에 맞춘 AI 교사의 가능성도 언급했으나 기초 역량을 익히는 과정 자체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미 학생들이 챗봇으로 숙제를 처리하고 있으며 편한 쪽을 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그는 말했다.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그리스를 예외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전력과 물을 대량으로 쓴다는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그리스에서는 이렇다 할 반발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테네 인근에 데이터센터 단지를 짓고 있고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최근 그리스 최대 전력회사 PPC와 갈탄 발전 지역이던 코자니에 300메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합의했다. 향후 1기가와트까지 확장이 가능하며 AWS가 15년간 임차하는 구조다.
일자리에 대해서는 대체가 일어날 것이고 그 속도에 대비된 정부나 사회는 없다고 했다.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하는지를 두고는 개발사들 스스로 모델이 어떻게 스스로 개선되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말하는 만큼 그 경고를 들어야 한다는 쪽에 섰다.
어떤 형태로든 규제는 불가피하며 그 내용은 결국 미국이 결정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기술자와 사회과학자, 철학자, 역사가 등 각계각층이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그리스가 맡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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