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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부른 9억4200만 달러…치료는 그대로, 보험사 청구서만 늘었다

  • 고건 기자
  • 입력 2026.09.2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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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보험금을 청구할 때 쓰는 AI 도구가 미국 의료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최대 민영 건강보험 연합체인 블루크로스블루실드협회(BCBSA)는 9월 24일 회원 보험사들이 2024년과 2025년 2년간 2023년보다 9억4200만 달러를 더 지출했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BCBSA는 31개 독립 보험사로 구성돼 미국인 3명 중 1명꼴인 1억 명 이상을 보장한다.


분석의 핵심은 병원이 기록하는 환자 상태와 실제로 제공한 치료 사이의 간극이다. BCBSA가 입원 청구 자료를 들여다본 결과 '의학적으로 복잡한 사례'로 분류된 입원 건의 비중은 2023년 초 37%에서 2025년 말 40%로 올랐다. 

 

미국 병원은 진단명 조합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받는 포괄수가(DRG) 방식으로 보상받는데 환자 상태가 복잡하다고 기록될수록 같은 시술이라도 더 높은 등급의 수가를 받는다.


증가분의 약 70%는 부상병명에서 나왔다. 부상병명은 입원의 주된 이유와 별개로 함께 기록되는 질환을 뜻한다. 이런 부상병명이 추가되면서 더 높은 수가 구간으로 올라간 사례가 기준 시점보다 5만5000건 이상 많았고 여기서만 6억5300만 달러가 발생했다. 초과 사례 한 건당 약 1만1000달러다.


BCBSA는 이번 분석과 함께 대장 수술 입원 건을 들여다본 백서를 내놨다. 2023년 1분기부터 2025년 4분기 사이 대장 수술 환자에게 부분 장폐색이 함께 기록된 비율은 55% 늘었고 체내 산성도가 높아지는 상태가 기록된 비율은 33% 늘었다. 

 

반면 치료 강도는 따라 오르지 않았다. 복잡 사례 비중이 가장 높은 상위 4분의 1 병원들은 전체 건의 65%를 복잡 사례로 청구했지만 중환자실 이용률과 수혈률 재수술률 평균 재원일수는 다른 병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았다.


출혈 후 빈혈 진단에서는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이 진단을 많이 붙인 상위 병원들의 수혈 시행률은 16.9%로 나머지 병원의 19.3%보다 낮았다. 백서는 이를 기록 관행이 바뀐 것을 보여주는 가장 강한 신호로 지목했다.


BCBSA 제품·데이터과학 담당 수석부사장 루크 챌커는 기자 브리핑에서 코딩은 분명히 달라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치료 변화의 근거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딩은 진료 내용을 청구용 표준 코드로 옮기는 작업이다. 

 

임상 담당 부사장 라지아 하시미는 기록할 만큼 중요한 상태였다면 그에 맞는 조치가 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챌커는 이 상황을 보험사와 병원의 전쟁이 아니라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국면이라고 표현했다.


BCBSA는 코딩 증가의 배경으로 AI 수익주기관리 도구의 확산을 들었다. 의무기록과 검사 결과를 훑어 청구 가능한 진단을 찾아내는 소프트웨어와 진료실 대화를 듣고 기록을 자동 작성하는 앰비언트 스크라이브가 대표적이다. 6월 조사에서 미국 의료기관의 63% 이상이 청구 업무에 AI를 쓴다고 답했다.


다만 BCBSA는 코드 증가가 곧 부적절한 AI 사용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분석이 임상 기록이 아닌 청구 데이터에 기반한 점도 한계로 언급했다.


병원 측 반박도 있다. 미국병원협회(AHA)는 8월 발표한 자료에서 환자가 고령화되고 중증화된 결과이자 기존 질환을 더 정확히 기록하게 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병원 환자 중증도가 약 5% 올랐다는 수치를 근거로 들었다. 보험사들도 진단 코드를 부풀린 사례로 감사와 소송을 받아왔다는 점도 지적했다.


BCBSA는 앞서 3월에도 분만 입원 건을 분석해 전국 기준 입원 6억6300만 달러와 외래 16억7000만 달러의 추가 지출이 AI 기반 코딩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추정치를 내놨다. 이번 9억4200만 달러는 블루크로스 계열 보험사의 입원 청구만 계산한 수치다.


보험사와 병원 양쪽이 모두 AI를 쓰면서 갈등은 자동화되고 있다. 보험사는 AI로 청구를 심사하고 수가를 깎으며 병원은 AI로 기록을 더 촘촘하게 만든다. 

 

AI 의료기록 업체 어브리지 창업자 시브 라오는 뉴욕타임스에 봇이 봇과 싸우고 에이전트가 에이전트와 싸우는 상황을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같은 기술이 마찰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챌커는 외래 진료와 다른 진단군을 대상으로 한 후속 분석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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