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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발목 잡는 건 칩 아닌 돈"…브로드컴, 고객사 칩값까지 직접 빌려준다

  • 고건 기자
  • 입력 2026.10.1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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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혹 탄 최고경영자(CEO)가 AI 산업의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반도체 공급이 아닌 자본을 지목했다. 갈수록 성능이 높아지는 AI 모델을 뒷받침하기 위해 업계가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칩을 사고 데이터센터를 지을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 성장 속도를 좌우하게 됐다는 진단이다.


1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탄 CEO는 브로드컴이 웨이퍼와 메모리 부족 문제를 극복해 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는 자금 조달이 주된 병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웨이퍼는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둥근 원판으로 칩 생산의 기초 재료다.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D램을 여러 층 쌓아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인 제품으로 AI 수요가 몰리면서 공급난이 이어져 왔다. 탄 CEO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최첨단 AI 개발사가 AI 개인비서 등에 쓰이는 최신 모델로 상당한 매출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탄 CEO는 지난달 골드만삭스 주최 콘퍼런스에서 최첨단 모델 하나가 1기가와트(GW) 규모 컴퓨팅 설비를 쓰면 연간 300억 달러의 반복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설비 운영비는 연간 약 100억 달러라는 계산을 제시했다. 

 

기가와트는 데이터센터 규모를 전력 소비량으로 나타내는 단위다. 그는 웨이퍼·메모리·기판 공급은 미리 계획할 수 있지만 전력이 갖춰진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는 예측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브로드컴은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등 특정 고객 용도에 맞춘 AI 반도체를 설계해 공급한다. 회사는 이를 XPU로 부른다. 탄 CEO는 9월 초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맞춤형 칩 고객사 6곳 가운데 외부 자금이 필요한 곳은 오픈AI와 앤트로픽 두 곳뿐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기술력을 갖췄지만 성장 속도를 감당할 자본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브로드컴이 오픈AI와 공동 개발 중인 맞춤형 AI 칩 구매 자금으로 500억 달러 이상을 마련하기 위해 아폴로·블랙스톤 등 사모대출 업체와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모대출은 은행이 아닌 자산운용사가 기관투자자 돈을 모아 기업에 직접 빌려주는 방식이다. 협상은 초기 단계로 규모가 바뀔 수 있으며 이르면 연말 마무리를 목표로 한다. 조달 자금은 수 GW 규모 칩 물량을 뒷받침할 수 있다. 오픈AI는 사내 칩 프로젝트를 '넥서스'로 부르며 1·2세대 칩에 각각 '할라피뇨'와 '세라노'라는 고추 이름을 붙였다. 

 

두 회사는 지난해 10월 10GW 규모 맞춤형 가속기를 올해 하반기부터 2029년 말까지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탄 CEO는 할라피뇨가 2027년 1.3GW 규모로 배치될 것으로 봤다.


앤트로픽과의 관계는 더 깊다. 로이터가 지난 1일 앤트로픽 기업공개(IPO) 투자설명서를 근거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앤트로픽에 최대 420억 달러를 빌려주기로 했다. 대출은 전환사채 형태다. 

 

전환사채는 일정 조건에서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으로 브로드컴이나 브로드컴이 지정한 금융 파트너가 앤트로픽 주주가 될 수 있다. 이 금액은 앤트로픽이 5년간 TPU 연산 능력을 빌려 쓰기로 약정한 1252억 달러의 약 3분의 1이다. 앤트로픽은 IPO 완료 전에는 채권이 발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설명서에는 브로드컴이 하드웨어 공급자이자 자금 제공자라는 이중 역할 때문에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대금 미지급이나 계약 불이행이 생기면 임차 의무 상당 부분을 즉시 갚아야 하고 이때 420억 달러 한도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위험 요인도 명시됐다. 

 

앤트로픽은 2027년 브로드컴 칩 설계 사업의 최대 고객이 될 전망이다. 브로드컴은 앤트로픽이 2027년 차세대 TPU를 5GW 규모로 배치하고 2028년 10GW를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지난 2일 브로드컴의 월가 신디케이트가 앤트로픽 등 AI 기업을 위한 600억 달러 규모 칩 금융 조성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신디케이트는 여러 금융사가 대규모 대출을 나눠 맡는 연합체다. 

 

은행들은 420억 달러 규모 A등급 선순위 담보 트랜치를 투자자에게 배분할 준비에 들어갔고 블랙스톤은 180억 달러 규모 B등급 후순위 트랜치를 주도하며 이 중 90억 달러를 자체 펀드로 부담한다. 선순위는 먼저 돈을 돌려받는 대신 이자가 낮고 후순위는 나중에 돌려받는 대신 이자가 높다.


이 금융 구조의 출발점은 지난 6월 출범한 ‘AI XPV 플랫폼'이다. 브로드컴은 아폴로·블랙스톤과 함께 2028년까지 오픈AI와 앤트로픽 등에 20GW 이상 컴퓨팅 설비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이 플랫폼을 세웠다. 

 

여기서는 첫 거래로 아폴로 주도 350억 달러를 조달해 앤트로픽의 1GW 이상 증설에 투입했다. 금융 파트너가 브로드컴 칩 기반 AI 서버 랙을 사들여 고객사에 빌려주는 구조다. 브로드컴은 임차료 지급을 보증했으며 모든 랙이 배치될 경우 최대 보증 책임은 약 290억 달러다.


브로드컴의 3분기 AI 반도체 매출은 167억 달러였다. 회사는 4분기 217억 달러를 거쳐 2027 회계연도 약 1150억 달러, 2028 회계연도 약 2300억 달러의 AI 반도체 매출을 전망했다. 3분기 말 기준 보유 현금과 단기 투자자산은 240억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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