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AI가 대신 골라 산다? 아무도 안 그럴 것" 애플스토어 만든 남자의 반박
- 고건 기자
- 입력 2026.09.2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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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스토어를 처음 설계한 론 존슨이 실리콘밸리의 'AI 쇼핑' 승부수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놨다. 구글과 오픈AI 등 거대 기술기업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AI가 사람 대신 물건을 골라 사주는 시대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소비자가 그만큼 쇼핑을 기계에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올해 66세인 존슨은 2000년 애플에 합류해 온라인 쇼핑이 막 커지던 시기에 오프라인 매장 사업을 만들었다. 그가 세운 매장은 애플이 제품을 팔고 고객과 관계를 맺는 핵심 통로로 자리 잡았다.
존슨은 최근 인터뷰에서 AI는 온라인 쇼핑 경험을 개선하는 신기술이지만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쇼핑하는지 자체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기술기업들이 쇼핑에 AI를 깊숙이 투입하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AI가 상품을 찾고 사는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이른바 '에이전틱 커머스'다. 이용자가 대화하듯 요청하면 AI 프로그램이 상품 검색부터 비교, 결제까지 알아서 처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구글은 올해 1월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CP)'을 공개하며 이 흐름에 뛰어들었다. AI 프로그램이 상품 발견에서 결제까지 소비자를 이끌 수 있도록 만든 공통 규격이다. 서로 다른 쇼핑몰과 결제 시스템을 AI가 하나의 언어로 다룰 수 있게 해 검색·비교·장바구니·결제를 대화창 안에서 끝내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구글은 쇼피파이, 엣시, 웨이페어, 타깃 등과 함께 규격을 만들었고 검색의 AI 모드와 제미나이 앱에서 미국 소매업체 상품을 바로 결제하는 기능으로 확대하고 있다.
오픈AI도 챗GPT를 쇼핑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이어왔다. 지난해 9월 대화창 안에서 상품을 바로 사는 '인스턴트 체크아웃'을 선보였고 결제 회사 스트라이프와 함께 만든 '에이전틱 커머스 프로토콜(ACP)'을 공개했다. 다만 이 시도는 순탄치 않았다.
실제로 기능을 켠 판매자가 극소수에 그치자 오픈AI는 올해 3월 대화창 내 직접 결제 방식을 접고 상품을 추천해 판매자 사이트나 앱으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틀었다. AI는 상품을 발견하고 추천하는 역할을 맡되 실제 결제는 판매자가 담당하는 구조다.
존슨은 이런 흐름의 한계를 분명히 했다. 누군가 1000달러나 2000달러짜리 노트북을 웹사이트나 매장에 한 번도 들르지 않고 AI에 맡겨 고르고 사게 두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노트북 구매는 지나치게 개인적인 선택이라는 이유에서다.
사는 사람은 제품의 무게를 느끼고 화면을 직접 보며 어떤 크기가 자신에게 맞는지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AI가 선택지를 좁혀줄 수는 있지만 상당수 소비자는 그만한 돈을 쓰기 전에 제품을 직접 경험하려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AI는 소비자가 제품을 몸으로 겪게 만들지는 못하며 결국 매장을 찾는 손님을 더 잘 아는 손님으로 만들어 줄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확신은 20여 년 전 애플의 결정에서 비롯됐다. 애플 매장은 처음부터 맥을 사는 곳일 뿐 아니라 제품을 써보고 사용법을 배우며 문제가 생겼을 때 다시 찾아와 도움을 받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경쟁사들은 유리를 많이 쓴 디자인과 트인 매장 구조, 기술 지원 창구인 '지니어스 바'까지 따라 했지만 정작 사람은 놓쳤다고 그는 지적했다.
애플의 비결은 매장에 있는 직원과 그들이 고객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애플 매장 직원은 판매 실적에 따른 수당을 받지 않는데, 파는 압박을 없애고 고객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게 하려는 설계였다.
존슨은 애플을 떠난 뒤 2011년 백화점 체인 JC페니 경영을 맡아 대대적 개편에 나섰다가 매출이 급락하며 2년도 안 돼 물러났다. 그는 직원과 고객을 함께 데려가지 않은 채 너무 많은 것을 너무 빨리 바꾸려 했다고 돌아봤다. 이후 창업한 기술 방문 서비스 회사 인조이 테크놀로지는 2022년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AI 쇼핑에 회의적이지만 존슨은 기술 자체에는 낙관적이다. 그는 자신을 AI 신봉자이자 낙관론자라고 표현했다. 다만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는 도구로는 보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 역시 AI를 받아들였겠지만 인간의 직관을 대신하는 용도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존슨의 이런 이야기는 최근 펴낸 저서 '숍 디퍼런트'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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