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하는 군사작전을 승인하기 약 한 달 전 일론 머스크의 AI 챗봇 그록에게 작전의 여파를 물어본 것으로 나타났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1일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 기사에서 당시 배석했던 당국자를 인용해 전한 내용이다.
타임에 따르면 머스크는 2025년 12월 백악관 집무실을 비공개로 방문했다. 그는 정부 지출을 줄이겠다며 만든 정부효율부를 2025년 5월 떠난 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수 시간 동안 그록과 대화하며 자신의 임기와 업적을 평가해 달라고 요구했고 미국이 마두로를 붙잡을 경우 베네수엘라 국민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질문했다.
그록은 마두로가 억압적이고 지지 기반이 매우 약한 독재자이며 그가 축출되면 다수의 국민이 환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듬해 1월 3일 작전 직후 거리에서 환영 인파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록의 분석이 탁월했다고 평가했다고 타임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9월부터 마약을 운반한다고 지목한 베네수엘라 선박을 상대로 군사 타격을 지시해 왔다. 유엔 등에서는 재판 절차 없이 민간 선박 탑승자를 살상하는 행위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월 3일 미군은 '앱솔루트 리졸브'라는 이름의 작전으로 카라카스 일대 방공망과 군사시설을 폭격한 뒤 특수부대를 투입해 마두로와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붙잡았다. 두 사람은 마약 밀매 및 마약 테러 혐의로 뉴욕 연방법원에 넘겨졌고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록은 미군 작전에도 이미 투입돼 있다. 국방부 최고디지털·인공지능책임자 캐머런 스탠리는 지난 6월 법원에 제출한 선서진술서에서 머스크의 xAI가 만든 정부 전용 모델 '그록 거브'가 이란전 '에픽 퓨리' 작전 당시 96시간 안에 2000개 표적에 2000발 이상의 탄약을 투입하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이 모델은 미군이 각종 첩보와 영상 자료를 자동으로 분류해 표적 후보를 추려내는 '프로젝트 메이븐' 체계에 결합돼 운용된다. 최종 타격 승인은 사람이 한다는 것이 국방부 설명이다. 이 진술서는 xAI 데이터센터가 대기를 오염시킨다며 주민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시설 가동이 안보상 필수라고 주장하기 위해 제출됐다.
국방부와 AI 업계의 관계가 모두 원만한 것은 아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올해 초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했다. 외국 적성 기업에 주로 쓰는 분류로 지정되면 해당 기업 제품을 군과 군 납품업체가 쓸 수 없다.
앤트로픽이 자사 모델 클로드를 완전 자율 살상무기와 자국민 대상 대규모 감시에 쓰지 못하도록 한 계약 조건을 풀어 달라는 요구를 거부한 데 따른 조치다. 앤트로픽은 소송을 냈고 8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서는 일부 승소했지만 지난달 25일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2대 1로 국방부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기업이 모델 학습 단계에서 특정 작업을 거부하도록 설계할 수 있는 이상 군이 필요한 순간에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앤트로픽은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픈AI는 국방부와 별도 협약을 맺고 있다.
머스크의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30일 미래 전장을 연구하는 '프로젝트 메리디안'을 발표하며 머스크와 군용 드론 업체 안두릴 창업자 파머 러키 전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를 공동 책임자로 지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하 작전부터 지구와 달 사이 우주 공간까지를 다룬다.
같은 날 국방부는 무인·로봇 전력을 총괄하는 자율전투사령부 신설 계획도 내놨다. 스페이스X와 안두릴 모두 국방부와 거액의 계약을 맺고 있어 이해충돌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타임 인터뷰에서 AI 위험론을 가짜 위협이라고 일축했다. 규제 대신 법무부와 연방수사국의 법 집행이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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