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 사회에서 AI를 향한 여론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와 업계 안팎의 발언은 이런 흐름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8월 18일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성인 52%가 일상에서 AI 사용이 늘어나는 데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그렇게 답한 비율은 2021년 37%였다. 반대로 "우려보다 기대가 크다"는 응답은 9%에 그쳤는데 이는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30세 미만 젊은 층에서 우려가 크다는 응답이 처음으로 과반(55%)을 넘어섰다. 응답자의 71%는 앞으로 20년간 AI가 일자리를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6월 22~28일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다.
젊은 세대의 불신은 AI 업계를 이끄는 인물들을 향해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방송사 CNBC가 여론조사업체 제너레이션랩과 함께 18~34세 미국인 1088명을 조사한 결과 AI 업계 주요 인물 9명의 이름을 제시하고 "AI 문제에서 이들이 책임 있게 행동할 것으로 신뢰하는가"를 묻자 9명 모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했다.
빅데이터 분석기업 팔란티어의 최고경영자(CEO) 알렉스 카프가 81%로 불신도가 가장 높았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약 74%)와 AI 기업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76%)가 뒤를 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만 유일하게 신뢰한다는 응답(35%)이 불신을 웃돌지 못한 채 그나마 가장 나은 평가를 받았다. 응답자의 45%는 AI가 자신의 경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봤고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우려는 세대와 정파를 가리지 않는다. 시사지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5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70% 이상이 AI가 지나치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화당 지지층에서 68%, 민주당 지지층에서 77%가 같은 응답을 내놨다.
이런 반감은 이제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주 빅테크 기업들이 전국에 AI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계획을 놓고 홍보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센터는 AI를 학습시키고 구동하는 데 필요한 대규모 전산 설비로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하고 주민 전기요금을 끌어올리면서도 완공 뒤에는 상주 일자리를 거의 만들지 않아 지역 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기업들은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일자리 보장, 수자원 투자 같은 지역 혜택을 약속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주 리치랜드 패리시에서는 메타의 데이터센터 건설로 지역 판매세 수입이 급증하면서 교사들에게 최대 5만 달러가 넘는 보너스가 지급되기도 했다.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8월 19일 공화당 상원선거위원회(NRSC)가 주요 AI 기업들에 보낸 내부 메모를 입수해 보도했다. 메모는 오하이오주 상원 선거에서 데이터센터 문제가 공화당 존 허스티드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 셰러드 브라운 후보가 허스티드를 "오하이오 데이터센터의 얼굴"로 규정하며 수백만 달러를 들여 공세를 펴고 있고 이 전략이 실제로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NRSC는 메모에서 "허스티드가 지고 그 원인이 데이터센터로 지목되면 전국의 정치인들이 이를 지켜보고 앞으로 어떤 데이터센터에도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기업들이 나서서 데이터센터가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지를 지역 주민에게 설득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업계 내부에서도 문제를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CEO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AI에 대한 반감이 실재한다며 업계가 일반인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한 탓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덕분에 감당할 수 없던 주치의를 언제든 둘 수 있게 됐다"고 사람들이 말할 만한 실생활 제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앤트로픽의 아모데이 CEO 역시 8월 16일 엑스(X)에 올린 글에서 AI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큰 문제"이자 근본적인 "신뢰의 위기"로 규정했다. 그는 사람들이 기업과 정부, 기술업계가 자신들을 속여 이득을 취하려 한다고 의심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AI 기업들, 앤트로픽을 포함해 가장 정확한 비판은 세상에 도움이 되겠다던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한 것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해법으로 암 정복 같은 실질적 성과를 내놓는 것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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