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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 속 ‘대학 중퇴’가 스펙?…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착각과 현실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2.3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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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업계에서 “대학 중퇴(dropout)”가 다시 하나의 성공 공식처럼 소비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회사를 창업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투자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흐름은 특히 AI 산업의 성장과 함께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대학 중퇴 창업자 신화는 사실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빌 게이츠,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 모두 대학을 끝까지 마치지 않은 인물들이다. 

 

이 사례들은 오랫동안 “학교보다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의 대표 예로 인용돼 왔다. 다만 최근 분위기는 과거와 결이 조금 다르다. 중퇴가 투자 유치를 위한 자기소개에서 일부러 강조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가 여는 데모데이에서는 창업자가 단 1분 동안 자신의 회사를 소개한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요즘 창업자들이 자주 꺼내는 말이 바로 “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이 회사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최근 배치에서 중퇴 사실을 직접 언급하는 창업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왜 하필 지금일까. 배경에는 AI 산업 특유의 속도감이 있다. AI는 소수의 인원만으로도 짧은 시간 안에 제품을 만들고 바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분야다. 예전처럼 공장을 짓거나 유통망을 깔 필요가 없다.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 당장 만들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불안감이 창업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는 데 1~2년을 더 쓰는 것조차 아까운 시간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학생들은 이 불안감을 극단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한 명문대 교수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둔 학생이 “학위가 오히려 투자에 불리할 수 있다”며 학교를 떠났다고 전했다. 투자자에게 ‘중퇴 창업자’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남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 분위기가 현실 전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의 다수는 학위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 창업가 네트워크인 엔데버(Endeavor)가 유니콘 기업 창업자들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창업자의 거의 대부분은 학사 이상의 학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중퇴는 극히 눈에 띄는 소수 사례일 뿐 일반적인 경로는 아니다.


AI 분야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주목받는 AI 스타트업의 창업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명문대를 졸업했다. 개발 도구 ‘커서(Cursor)’의 최고경영자는 MIT를 졸업했고, 또 다른 AI 기업 코그니션(Cognition)의 공동 창업자는 하버드대를 나왔다. 

 

젊은 창업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학위를 버리는 선택이 기본값이 된 것은 아니다.


일부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은 “중퇴는 그 자체로 이 사람이 얼마나 강하게 몰입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한다. 플랜 B를 버리고 올인했다는 인상이 들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투자자들은 “졸업 직전에 그만두었는지, 학위를 받았는지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학교를 다닌 경력과 인맥, 학교 이름이 주는 신뢰는 졸업 여부와 관계없이 남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은 지식뿐 아니라 사람을 얻는 공간이다. 함께 공부한 동료, 교수, 선배들은 이후 창업 과정에서 공동 창업자나 초기 고객, 투자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링크드인 같은 이력서를 보면 “어디를 다녔는지”가 더 중요하게 보이지, 졸업장을 받았는지 여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 다른 시각도 있다. 일부 투자자는 젊은 중퇴 창업자보다 경험 많은 창업자를 선호한다. 여러 번 실패해 본 경험, 사업에서의 시행착오, 사람과 조직을 다뤄본 기억이 중요하다는 이유다. 

 

실제로 대규모 기업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창업자의 평균 연령이 40대 중반에 가깝다는 결과도 있다. 경험이 쌓일수록 큰 사업을 만들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래서 지금 실리콘밸리에서의 ‘중퇴 열풍’은 일종의 AI 시대가 만들어낸 분위기에 가깝다. 빠르게 움직이는 산업 환경 속에서 중퇴는 “지금 당장 실행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는 도구가 됐다. 

 

하지만 데이터로 보면 학위와 경험, 네트워크는 여전히 중요한 자산이다. 학교를 그만두는 선택은 이미 사업이 돌아가고 있으며 1분 1초가 아까운 상태, 즉 시간이 정말로 가장 큰 병목일 때 고려할 문제다. 학위가 투자에 불리하다는 공포는 유행이 만들어낸 과장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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