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오픈AI의 갈등이 결국 배심원 앞까지 가게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머스크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배심원이 사실관계를 따져볼 만한 쟁점과 증거가 존재한다”며 재판 개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머스크가 OpenAI와 공동창업자였던 Sam Altman, Greg Brockman을 상대로 낸 소송은 2026년 봄 현재 본격적인 배심 재판 국면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사건은 “창업 당시의 약속이 법적으로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건의 출발점은 오픈AI의 탄생 배경이다. 오픈AI는 2015년 “인류 전체에 이익이 되는 인공지능 개발”을 목표로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출범했다. 머스크는 초기 투자자이자 공동창업자로 참여해 자금과 함께 자신의 명성과 네트워크를 제공했다.
머스크 측 주장은 비영리로 운영된다는 전제를 믿고 약 3,8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이 약속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는 것이다.
비영리란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주지 않고 연구 성과를 공익 목적에 쓰는 조직 형태를 뜻한다. 일반 기업처럼 배당이나 주가 상승을 목표로 하지 않는 구조다.
그러나 오픈AI는 2019년 큰 전환점을 맞는다.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인재 확보를 위해 영리 자회사를 설립하고 ‘수익 상한(capped-profit)’ 모델을 도입했다.
이는 투자자에게 일정 한도까지만 수익을 허용하고 그 이상은 다시 공익 목적에 쓰겠다는 방식이다. 일단 비영리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자금 조달을 위한 타협처럼 보인다. 이후 오픈AI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클라우드와 AI 인프라를 확보하며 급속히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챗GPT 같은 상용 서비스가 등장했고 오픈AI는 글로벌 AI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머스크는 이 지점을 문제 삼는다. 그는 오픈AI가 비영리 유지 약속을 사실상 파기하고 영리 기업처럼 행동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2025년 진행된 조직 재편을 핵심 근거로 든다. 당시 오픈AI의 영리 부문은 공익법인 형태로 전환됐고 원래의 비영리 조직이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가 확정됐다. 공익법인은 이익 추구와 공익 목적을 동시에 법적으로 명시한 회사 형태다.
오픈AI는 이를 두고 “공익 목적을 법적으로 더 강하게 고정한 선택”이라고 설명했지만 머스크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한 구조”라고 반박했다.
이번 재판에서 중요한 쟁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가장 먼저 창업 초기 오픈AI 경영진이 비영리 유지에 대해 어떤 말을 했는지다. 추상적인 이상이나 비전 제시에 불과했는지,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정도의 구체적인 약속이었는지가 핵심이다.
그 다음으로 머스크가 오픈AI의 방향 전환 가능성을 언제 인지했는지다. 만약 2019년 영리 자회사 설립 당시 이미 이를 알고 있었다면 소송의 정당성이 약해질 수 있다.
마지막은 소송 제기 시점이다. 미국 민사소송에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소멸시효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 법원은 이 부분 역시 배심원이 판단할 사안으로 남겨두었다.
오픈AI는 머스크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소송을 “근거 없는 주장”이며 “지속적인 압박 행위의 일부”라고 규정했다. 머스크가 2025년 오픈AI 인수를 시도했다가 거절당한 점도 언급되며 개인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머스크는 현재 별도의 AI 기업인 xAI를 운영하고 있어 경쟁 관계라는 점도 논란을 키운다.
이 소송이 주목받는 이유는 결과에 따라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배심 재판 과정에서 내부 이메일, 회의 기록, 투자 관련 문서가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오픈AI의 의사결정 과정과 빅테크 자본의 영향력을 외부에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동시에 AI 산업 전반에 “공익을 내세운 기술 조직이 상업화로 이동할 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기준을 남길 수도 있다. 이번 재판에서는 기술 기업의 설립 정신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법원이 해석하는 방법이 결과를 판가름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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