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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사라지고 개인만 남는다…일론 머스크가 보여주는 새로운 시대

  • 임지민 기자
  • 입력 2026.01.3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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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항공우주와 에너지, 의료, 미디어를 한데 묶은 이름을 떠올린다면 제너럴일렉트릭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이 모든 영역을 관통하는 이름은 심지어 기업도 아니고 한 사람이다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이자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의 수장이고 AI 기업 xAI와 위성통신 기업 스타링크의 실질적 지배자이며 소셜미디어 플랫폼 X의 소유주다. 여기에 뇌 신경 임플란트를 개발하는 뉴럴링크와 지하 터널 건설 기업 보링컴퍼니까지 더해지며 머스크의 활동 영역은 산업 분류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하나의 법인이 여러 사업을 거느리는 콘글로머릿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한 개인이 여러 기업을 직접 지휘하는 구조가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스크는 종종 헨리 포드에 비유돼 왔지만 최근에는 존 D 록펠러나 잭 웰치와의 비교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잭 웰치가 쇠퇴하던 제너럴일렉트릭을 공격적인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을 통해 거대 콘글로머릿으로 키워냈던 과정은 머스크의 행보와 닮아 있다는 평가다. 

 

웰치는 1981년 제너럴일렉트릭 최고경영자에 취임한 이후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비용 구조를 바꾸고 이후 NBC 등 기존 사업과 직접적 연관성이 낮은 기업까지 인수하며 영향력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제너럴일렉트릭은 수십 개 산업을 아우르는 기업 집단으로 성장했고 웰치는 경영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가 있다. 제너럴일렉트릭은 하나의 법인이었고 웰치는 그 법인을 이끈 경영자였다. 반면 머스크의 경우 여러 개의 독립된 기업들이 존재하고 이들을 묶는 중심축은 오직 개인인 머스크 자신이다. 

 

이 차이는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머스크의 개인 자산 가치는 미국 S&P500 기업의 97%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평가되며 약 8000억 달러에 근접했다는 추정도 나온다. 이는 물가를 반영해 계산한 제너럴일렉트릭 전성기 시가총액과 유사한 규모다.


머스크의 기업들은 오랫동안 표면적으로는 느슨하게 연결돼 있었다. 테슬라 차량이 보링컴퍼니의 터널을 통과하고 xAI의 AI 모델 그록이 테슬라 차량에 탑재되며 테슬라의 대형 에너지 저장장치 메가팩이 xAI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각각 xAI에 투자하며 자본 차원의 연결도 시작됐다. 이 변화는 머스크가 기업 간 결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과거 제너럴일렉트릭의 사례는 이 같은 구조가 가진 양면성을 보여준다. 웰치 재임 기간 동안 제너럴일렉트릭은 매출과 시가총액을 폭발적으로 키웠고 배당 역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금융 부문인 GE캐피털의 수익으로 다른 사업 부문의 부진을 가리는 구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제너럴일렉트릭은 기업 분할을 결정했고 콘글로머릿 모델은 해체 수순을 밟았다.


하버드경영대학원 데이비드 요피 교수는 머스크의 행보를 제너럴일렉트릭보다 미국 도금시대의 거물들과 더 가깝다고 평가한다. 

 

그는 머스크가 여러 기업을 직접 또는 이사회 영향력을 통해 통제하며 필요에 따라 결합과 분리를 시도하는 방식이 존 D 록펠러나 JP 모건의 방식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 거물들의 힘은 막대한 부와 느슨한 규제 환경에서 나왔다. 당시 록펠러의 자산은 미국 GDP의 1~2%에 달했고 이는 오늘날 머스크의 위치와 겹친다.


현재 미국은 도금시대와 달리 강력한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다. 다만 최근 규제 완화 흐름 속에서 이 제약이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머스크는 선거에 3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며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도 나서고 있다. 이는 산업적 영향력과 정치적 영향력이 동시에 확대되는 전형적인 도금시대식 행보로 해석된다.


콘글로머릿 모델 자체에 대한 금융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과거에는 하나의 기업이 여러 산업을 보유함으로써 경기 변동을 상쇄할 수 있다는 논리가 작동했다. 

 

그러나 이후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전문화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른바 콘글로머릿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현상인데, 복잡한 사업 구조가 기업 가치를 오히려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머스크가 관련 기업들을 실제로 합병할지 아니면 느슨한 개인 중심의 네트워크로 유지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썸네일 사진 출처: 일론 머스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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