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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 AI는 더 이상 안 돼”…구글이 찍은 2026년 스타트업 생존 지도

  • 임지민 기자
  • 입력 2026.02.2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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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열풍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스타트업들 가운데 일부 사업 모델이 이제는 생존 압박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구글에서 클라우드, 딥마인드, 알파벳 전반의 스타트업 조직을 총괄하는 대런 모우리 부사장은 최근 테크크런치(Techcrunch) 행사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공개 발언에서 대형 언어모델을 감싸기만 한 형태의 이른바 ‘LLM 래퍼’와 여러 AI 모델을 한데 묶어 제공하는 ‘AI 애그리게이터’ 사업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밝혔다.


LLM 래퍼는 오픈AI의 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앤트로픽의 클로드 같은 대형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특정 기능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만 덧붙여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를 말한다. 

 

예를 들어 기존 모델을 활용해 시험 공부를 돕거나 문서를 요약해주는 서비스를 내놓는 식이다. 기술의 핵심은 외부 모델에 있고, 스타트업은 이를 포장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구조다. 

 

2024년 중반 챗GPT 스토어가 열리면서 이런 형태의 서비스가 급증했다. 당시에는 모델 접근 자체가 차별화 요소로 작동했고 간단한 기능만 얹어도 빠르게 사용자를 모을 수 있었다.


2026년 현재 상황은 다르다. 대형 모델 제공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고도화된 기능과 도구를 잇달아 추가하면서 기본 모델만으로도 상당수 요구를 충족할 수 있게 됐다. 

 

모우리 부사장은 백엔드 모델이 사실상 대부분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얇은 지식재산권과 간단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장기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와 고객이 더 이상 ‘화이트라벨’에 가까운 구조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그는 차별화의 기준으로 ‘깊고 넓은 해자’를 언급했다. 이는 단순 기능이 아니라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기술적 축적이나 특정 산업에 특화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GPT를 기반으로 한 코딩 보조 도구인 커서나 법률 분야에 특화된 하비 AI는 단순히 모델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분야의 워크플로와 데이터에 깊이 결합해 서비스 범위를 확장해 왔다. 모델 위에 덧씌운 껍데기가 아니라 산업 현장에 스며든 구조를 만들어야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다른 위험군으로 지목된 AI 애그리게이터는 여러 모델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나 단일 API로 묶어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내부적으로 여러 모델에 분산 처리해 가장 적합한 답을 제공하는 구조다. 

 

일부 검색 기반 AI 서비스나 개발자용 플랫폼이 이 방식을 채택했다. 초기에는 각 모델의 성능 차이를 활용해 최적의 결과를 뽑아내는 전략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모델 제공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라우팅 기능, 성능 평가 도구, 보안 및 관리 기능을 내재화하면서 중간 계층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기업 고객 입장에서는 굳이 별도의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모델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 

 

모우리 부사장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목적과 산업 환경에 맞춰 지능적으로 작동하는 내장형 지식재산이라고 설명했다. 계산 자원이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의 중개 모델로는 성장 동력이 약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현재 상황을 2000년대 후반 클라우드 컴퓨팅 초창기와 비교했다. 당시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급성장하자 이를 재판매하며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청구 통합, 지원 서비스, 관리 도구를 앞세워 기업 고객을 끌어들였다. 

 

이후 AWS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적으로 기업용 기능을 강화하자 단순 재판매 모델은 빠르게 위축됐다. 살아남은 곳은 보안, 마이그레이션, 데브옵스 컨설팅처럼 추가 가치를 제공한 기업들이었다. 현재 AI 애그리게이터가 처한 환경도 유사하다는 진단이다.


한편 그는 모든 AI 스타트업의 전망이 어둡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025년 한 해 동안 개발자 플랫폼과 이른바 ‘바이브 코딩’ 영역이 기록적인 투자 유치를 이끌었으며 일부 기업은 대형 고객을 확보하며 성장 궤도에 올랐다. 

 

소비자 대상 서비스에서도 영상 생성 AI 같은 도구가 창작 활동의 진입 장벽을 낮추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구글의 영상 생성 모델 베오를 활용해 영화나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AI 외 분야에서도 데이터 활용도가 급증하는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테크와 기후 기술 영역은 방대한 데이터 접근성과 AI 결합을 통해 이전에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분석과 예측을 시도하고 있다. 벤처 투자 역시 이들 분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제 AI 모델 성능은 상향 평준화되고 핵심 기능은 플랫폼 기업 내부로 흡수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기술적 해자(Moat)가 깊지 않은 연결과 포장에 의존한 사업 구조는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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