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핀테크 기업 블록(Block)이 최근 직원 절반에 가까운 인력을 정리했다. AI를 회사 운영의 중심에 두겠다는 이유였다. 경영난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이를 AI 시대의 첫 본격 구조조정 신호로 받아들였다.
블록(Block)은 2009년 잭 도시가 설립한 미국 핀테크 기업이다. 원래 사명은 스퀘어(Square)였으며 소상공인이 스마트폰에 카드 리더기를 연결해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든 회사로 출발했다. 이후 개인 간 송금 서비스 ‘캐시앱(Cash App)’을 키우며 소비자 금융 영역으로 확장했다.
현재는 비트코인 결제와 블록체인 기술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사진 출처: 잭 도시 CEO 트위터)
잭 도시 블록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회사를 1만명 규모에서 6000명 수준으로 축소하며 입장을 밝혔다. 조직을 더 작고 평평하게 만들어 빠르게 움직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번 결정이 회사가 어려워서 내린 선택은 아니라고 밝혔다.
감원 규모가 워낙 엄청났기 때문에 블록 주가는 발표 직후 하루 만에 17% 급등했다. 월가는 비용 절감 효과와 함께 AI 중심 재편이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했다. 이를 경영 전략의 전환으로 해석한 것이다.
회사를 떠난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해고된 한 데이터 분석가는 자신의 업무 상당 부분이 이미 자동화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반복적인 데이터 정리와 보고서 작성 업무는 생성형 AI 도구로 대체가 가능해졌고 업무 속도와 정확도도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AI가 얼마나 빠르게 업무를 잠식했는지 실감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동안 미국 기술기업들은 경기 둔화와 과잉 고용을 이유로 감원을 이어왔지만 AI를 직접적 원인으로 내세운 경우는 드물었다. 블록은 해고를 앞두고 이를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공표한 몇 안 되는 기업이다.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자 발라지 스리니바산은 이번 감원을 “첫 번째 AI 해고”라고 규정하며 기술 업계 전반에 충격파가 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업과 개인 모두 AI 도구를 익히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블록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과도하게 인력을 늘렸고 주가가 팬데믹 고점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AI가 명분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AI를 중심에 둔 조직 재설계가 실제 비용 구조와 인력 운영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AI 산업 내부에서도 비슷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무언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글로 화제를 모은 AI 기업가 매트 슈머는 이번 사례가 대형 기업에서 AI가 직접 해고를 유발한 첫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의 일자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며 생산성 격차가 급격히 벌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노동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AI가 사무직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기존 일자리 감소 속도가 신규 일자리 창출 속도를 앞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과거 산업혁명 사례처럼 생산성 향상이 결국 새로운 수요를 만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기업이 선제적으로 인력 구조를 바꾸는 움직임이 현실화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연방준비제도(Fed)도 AI 확산이 물가와 고용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줄어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될 수 있지만, 동시에 특정 직군의 고용 축소가 소비 여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기술 혁신이 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정책 판단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블록의 선택을 따라할 가능성도 있다. 이제 일부 기업은 소수의 고급 인력과 AI 도구를 결합해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구조를 지향한다. 업무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되면 중간 단계의 반복 업무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화이트칼라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AI 도구 활용 능력이 새로운 기본 역량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기술을 잘 다루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대체하는 구조가 나타날 확률도 낮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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