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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잘 쓰고 있어요"라던 개발자들, 이제는 "클로드밖에 없다"

  • 고건 기자
  • 입력 2026.04.2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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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가 거침없이 몸집을 불리는 사이 경쟁사 앤트로픽이 기업 시장을 조용히 잠식하고 있다. 4월 열린 AI 업계 최대 행사 중 하나인 'HumanX' 컨퍼런스에서 6500여 명의 참석자들이 가장 많이 입에 올린 이름은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Claude)였다. 

 

특히 코딩 전용 도구인 '클로드 코드(Claude Code)'는 행사 내내 거의 모든 대화에 등장했다. 한 참석자는 클로드 코드가 기업 개발자들 사이에서 "종교 같은 존재"가 됐다고 표현했다.

 

앤트로픽은 이 행사 기간에 연간 매출 환산 기준 300억 달러 돌파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말 90억 달러 수준이었던 매출이 불과 4개월 만에 세 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같은 시점 오픈AI의 연간 매출 환산 기준은 약 250억 달러로 앤트로픽에 역전당했다. 매출의 80%는 기업 고객에서 나온다. 포천 10대 기업 중 8곳이 이미 클로드를 사용 중이다.

 

반면 오픈AI는 이 시기 안팎으로 유례없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대형 출판사 뉴요커는 4월 7일 로넌 패로우 기자가 1년 반에 걸쳐 취재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 관련 심층 조사 보도를 공개했다. 100명 이상을 인터뷰하고 200페이지가 넘는 내부 문서를 확보한 이 보도는 올트먼이 이사회와 경영진에게 사실을 반복적으로 왜곡했다는 의혹을 담았다. 

 

오픈AI 공동창업자이자 전 수석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2023년 가을 올트먼의 행동 패턴에 관해 작성한 70페이지 분량의 내부 메모도 포함됐다. 메모에는 "샘은 일관되게 거짓말하는 패턴을 보인다"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고 보도는 전했다. 현재 앤트로픽 CEO인 다리오 아모데이가 오픈AI 재직 당시 작성한 방대한 개인 기록도 이번 보도에 활용됐다.

 

이 보도가 공개된 시점은 오픈AI가 잇따라 기업 인수를 발표하던 시기와 겹친다. 오픈AI는 4월 2일 기술 전문 미디어 스타트업 TBPN 인수를, 4월 13일에는 개인 재무 스타트업 히로 파이낸스(Hiro Finance) 인수를 공식화했다.

 

TBPN은 전직 창업자 출신인 존 쿠건과 조르디 헤이스가 진행하는 일일 라이브 기술 토크쇼다.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유튜브와 X(구 트위터)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마크 저커버그, 사티아 나델라 등 주요 테크 CEO들이 출연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채널을 "실리콘밸리의 최신 강박"이라고 묘사했다. 

 

유튜브 구독자는 약 7만 4000명으로 대형 채널은 아니지만 2025년 광고 매출 500만 달러를 올렸고 2026년에는 150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외부 투자 없이 흑자를 내는 구조였다.

 

오픈AI는 TBPN을 전략 조직 산하에 두기로 했다. 편집 독립성은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보고 라인은 오픈AI의 정치·홍보 총괄 책임자인 크리스 러헤인이다. 러헤인은 클린턴 백악관 시절 언론 대응 전략을 총괄한 인물로 정치적 메시지 관리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오픈AI가 TBPN을 인수한 직후 업계 일각에서는 "편집 독립성 선언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나왔다. 독립 언론을 광고하면서 홍보·정무 조직 아래 두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NPR은 이에 대해 AI 기업과 투자사들이 자사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미디어 채널을 만드는 흐름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히로 파이낸스는 2024년 설립된 개인 재무 관리 스타트업이다. AI를 활용해 사용자의 수입과 지출, 부채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재무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설립자 에단 블로흐는 앞서 개인 저축 자동화 앱 디짓(Digit)을 2021년 2억 달러 이상에 매각한 연쇄 창업자다. 

 

히로는 핀테크 전문 벤처캐피털 리빗(Ribbit)과 제너럴 카탈리스트 등의 투자를 받았으며 서비스 출시 5개월 만에 인수됐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히로는 인수 즉시 신규 가입을 중단했고 4월 20일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했다. 

 

직원 전원이 오픈AI로 이직하는 이른바 '어쿼하이어(acqui-hire)' 방식의 인수다. 어쿼하이어란 기술이나 사업 자체보다 인재 확보를 주목적으로 하는 기업 인수 방식을 가리킨다.

 

두 건의 인수는 오픈AI가 현재 풀어야 할 두 가지 과제를 반영한다는 시각이 많다. 첫째는 수익 모델이다. 챗GPT는 전 세계 주간 활성 사용자 9억 명을 보유한 거대 소비자 플랫폼이지만 이것이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오픈AI는 2028년까지 연간 컴퓨팅 비용으로만 1210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같은 해에도 850억 달러의 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흑자 전환은 2030년 이후로 예상된다. 히로 설립자처럼 소비자 앱에서 성과를 낸 창업자를 영입해 챗GPT의 수익화를 새로운 방향으로 모색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기업 시장에서의 열세다. 오픈AI의 기업 고객 비중은 현재 전체 매출의 40% 수준이다. 연말까지 소비자와 기업 매출 비중을 동등하게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앤트로픽은 이미 매출의 80%를 기업에서 올리고 있다. 클로드 코드는 2025년 5월 정식 출시된 이후 2026년 2월 기준으로 연간 환산 매출 25억 달러를 돌파했다. 

 

개발자 대상 설문 조사에서 1만 5000명의 응답자 중 46%가 가장 선호하는 AI 코딩 도구로 클로드 코드를 꼽았다. AI 에이전트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개발자 중 71%가 클로드 코드를 쓰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의료 소프트웨어 기업 에픽(Epic)은 HumanX에서 클로드 코드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개발자가 아닌 지원 인력과 운영 담당자라는 수치를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세 개 주요 클라우드 플랫폼 모두에서 클로드를 서비스하는 유일한 AI 프런티어 모델이기도 하다. 이는 클라우드 벤더에 중립적인 기업들이 도입하기 쉬운 구조다. 

 

앤트로픽은 구글, 브로드컴과 차세대 컴퓨팅 인프라 계약도 체결해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TPU(구글이 개발한 AI 연산 전용 칩) 용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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