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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은 없다, 월 800만 달러씩 태우던 AI 스타트업 세레브라스 나스닥서 부활

  • 고건 기자
  • 입력 2026.05.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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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I 반도체 기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스(Cerebras Systems)가 14일 나스닥에 상장하며 시가총액 약 950억 달러를 기록했다. 

 

공모가 185달러로 출발한 주가는 첫날 311달러까지 치솟았고 주말 기준 약 600억 달러대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2026년 들어 가장 큰 미국 기술 기업 기업공개(IPO)이자 2019년 우버 상장 이후 최대 규모다.

 

화려한 데뷔 뒤에는 회사가 거의 문을 닫을 뻔했던 시기가 있었다. 창업 3년 차이던 2019년, 세레브라스는 한 달에 약 800만 달러를 태우며 누적 2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단 하나의 기술 문제에 쏟아붓고 있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앤드루 펠드먼은 테크크런치 인터뷰에서 당시 몇 주에 한 번씩 이사회에 나가 또 실패했고 또 돈이 사라졌다고 보고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회사는 그대로 끝날 상황이었다.

 

세레브라스의 아이디어 자체는 단순했다. 반도체 업계는 50년 넘게 둥근 실리콘 원판(웨이퍼)을 잘게 잘라 작은 칩 수백 개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AI 연산에는 막대한 처리 능력이 필요해 작은 칩 수천 개를 연결한 뒤 서로 통신시키는 방식으로 처리해왔는데 펠드먼 등 창업자들은 웨이퍼를 자르지 않고 통째로 하나의 거대한 칩으로 만들면 훨씬 빠를 것이라고 봤다. 문제는 그 누구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대만 TSMC와 협력해 거대 칩 제조 자체에는 성공했지만 진짜 벽은 그다음에 있었다. 칩을 메인보드에 붙이고 전력을 공급하며 발열을 식히고 데이터를 주고받게 하는 이른바 '패키징' 단계였다. 세레브라스의 칩은 기존 최대 칩보다 58배 컸고 전력 사용량은 40배에 달했다. 

 

그 크기에 맞는 방열판도, 부품 협력사도, 제조 파트너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칩이 깨지지 않도록 나사 40개를 동시에 조이는 전용 장비를 직접 만들어야 했을 정도다.

 

수많은 칩을 부수며 시행착오를 반복한 끝에 2019년 7월 처음으로 칩이 정상 작동했다. 펠드먼은 그날 창업 멤버 전원이 실험실에서 그저 컴퓨터에 깜빡이는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이전에 함께 클라우드 서버 스타트업 시마이크로(SeaMicro)를 창업해 2012년 AMD에 약 3억3400만 달러에 매각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었다.

 

세레브라스의 핵심 제품은 3세대 웨이퍼 스케일 엔진(WSE-3)이다. 일반 AI 칩이 손톱만 한 크기인 반면 WSE-3는 한 변이 약 21.5㎝인 정사각형으로 디너 접시만 하다. 4조 개의 트랜지스터와 90만 개 AI 연산 코어를 담아 엔비디아 H100 GPU보다 면적이 57배 크고 메모리 대역폭은 약 7000배에 이른다. 

 

다수의 칩을 연결해 통신시킬 필요가 없어 AI 모델이 답변을 생성하는 추론(inference) 단계에서 속도가 크게 빨라진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상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24년 9월 처음 상장을 신청했을 때 매출의 85%가 아랍에미리트(UAE) 클라우드 기업 G42 한 곳에서 나온다는 점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사 대상이 되며 1년여간 발이 묶였다. G42가 중국 화웨이와 거래해왔다는 점이 미국 안보 당국의 우려를 산 것이다. 

 

올해 4월 재신청한 증권신고서(S-1)에는 오픈AI와 아마존웹서비스(AWS)라는 두 대형 고객사가 추가됐다.

 

특히 오픈AI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오픈AI는 지난 1월 세레브라스에 750메가와트의 컴퓨팅 용량을 2028년까지 공급받는 2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고 같은 시기 10억 달러를 6% 금리로 빌려줬다. 이 대출은 세레브라스 주식 약 3340만 주를 거의 무상에 가까운 가격에 살 수 있는 워런트로 담보됐다. 

 

상장 직후 주가 기준 이 워런트의 가치만 90억 달러를 넘는다. 펠드먼은 대출 조건으로 오픈AI의 경쟁사에 칩을 팔지 않기로 한 일시적 약정도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그 경쟁사를 앤트로픽으로 보고 있으나 회사는 확인을 거부했다. 

 

다만 회사가 아직 여러 대형 AI 기업을 동시에 감당할 만큼 크지 않아 당분간은 한 명의 큰손에 집중하는 전략이라는 것이 펠드먼의 설명이다.

 

3월에는 AWS가 자사 데이터센터에 세레브라스 시스템을 도입해 아마존 베드록(Bedrock) 플랫폼에서 추론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2025년 매출은 5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6% 늘었다. 다만 매출의 86%가 두 고객에 집중된 점, 오픈AI가 고객이자 채권자이자 잠재 주주인 복합적 관계 등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썸네일 사진 출처: 피그마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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