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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가 멈추지 않는 이유…글로벌 자금 흐름 때문?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1.2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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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이 1470원대를 다시 뚫으면서 외환시장이 거센 흔들림을 겪고 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5.6원으로 마감해 4월 이후 최고치를 새로 썼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오를 만한 조건이 겹겹이 쌓였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어떤 이유들이 원화 약세를 이끌고 있는지 살펴본다.

 

미국발 위험 회피 심리

 

뉴욕 증시에선 최근 AI 관련주 거품 논란이 재점화하며 장중 급등과 급락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21일 하루 외국인이 코스피 주식을 대규모로 순매도하며 주가와 환율이 동시에 흔들렸다. 특히 나스닥이 크게 빠질 때마다 원달러 환율이 즉각 반응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어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을 ‘변동성 높은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딜러들 사이에선 “위험 신호만 켜지면 한국에서 자금이 먼저 빠져나가는 패턴이 굳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연준의 금리 동결 우려

 

시장은 12월 FOMC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보다 현 상태 유지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힌 상황이 아닌 데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과 관세 정책을 동시에 밀어붙이면서 물가 압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연준이 예상보다 오래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한국 기준금리가 2.5%로 내려와 있는 상황에서 미국 금리가 그대로 유지되면 한미 금리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리가 높은 쪽으로 돈이 흐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외국인 자금이 달러로 이동하는 트렌드는 당분간 바뀌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엔저의 영향


최근 원화는 위안화와의 커플링(동조) 현상을 끝내고 오히려 엔화와 거의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주요 기관 분석에 따르면 원화와 엔화의 상관계수가 0.9를 넘어가는 구간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은 총리 교체 이후 재정지출 확대와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가면서 엔저 기조를 사실상 용인하는 분위기다. 그 결과 엔달러 환율이 빠르게 뛰었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엔화가 떨어지면 한국 원화도 밀릴 것”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두 나라가 모두 수출 강국이다 보니 일본이 통화 약세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 한국도 비슷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국의 미국 주식 투자 열풍

 

한국은 현재 순자산 1조 달러를 넘어선 ‘순채권국’이고 경상수지 흑자도 꾸준히 나고 있지만 정작 그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가 대부분 해외 투자로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 서학개미와 연기금, 대기업 등이 해외 주식과 채권에 쏟아부은 금액이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거의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해외투자 확대 자체는 긍정적 효과가 있으나 국내 금융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흐름이 지속되면 환율에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번 달러가 한국에 머물지 않고 해외로 나가면서 원화 약세가 더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자금 흐름과 밸류에이션 

 

최근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AI 대형주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반면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11월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수조 원 규모로 매도 우위를 보였고 이 과정에서 환율도 연달아 뛰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들도 “국내 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사고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파는 모습이 겹치면서 환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최근 1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가까지 반영해 계산한 원화의 실질 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론적으로는 원화가 ‘싼 상태’지만 시장은 이 약세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원화가 저평가된 것은 맞지만 지금은 가격보다 심리가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싼 통화라도 앞으로 더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자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심리적 요인과 수급 문제가 겹치면서 환율이 한 방향으로만 밀리고 있다. 환율이 높게 형성되면 수출기업들은 달러를 굳이 빨리 팔 이유가 없다. 해외 투자나 인수합병에 써야 할 자금이 많다 보니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바로 원화로 바꾸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가 주요 수출기업들과 만나 환전 물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시장에서는 “실제로 나온 물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은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고 규제기관의 실개입도 소극적이라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시장은 스스로 움직이는 방향을 더 신뢰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약세 흐름이 크게 꺾이기 어렵다고 본다. 미국의 금리 결정 방향, 일본의 정책 스탠스, AI 관련 변동성, 글로벌 증시 흐름 등이 모두 원화와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에 대한 환헤지를 확대하기 시작하면 1480원대 중반에서 일종의 ‘저항선’이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는 가능성의 영역에 가까워 당장 시장 흐름을 바꿀 만큼 강력한 변수로 보긴 어렵다.


미국발 금리와 정책 리스크가 살아 있고 일본이 엔저 기조를 유지하며 한국 내부에서조차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의 환율은 글로벌 매크로 환경 속에서 달러가 유일한 ‘안전 통화’ 역할을 하는 구도가 굳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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