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 앤트로픽이 자체 AI 칩을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2일(현지시간) 관계자들을 인용해 챗봇 '클로드(Claude)'를 개발한 앤트로픽이 맞춤형 AI 칩 개발에 착수했으며 이를 위탁 생산할 파트너로 삼성전자와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다. 앤트로픽은 이 칩을 어떤 용도로 쓸지, 성능을 얼마나 높일지, 서버에 어떻게 탑재할지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다. 설계나 실제 제조 작업도 시작되지 않았고 회사가 계획을 접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앤트로픽의 움직임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인력 영입에 있다. 앤트로픽은 최근 클라이브 챈을 엔지니어링 조직에 합류시켰다. 그는 경쟁사 오픈AI의 자체 칩 개발팀 초기 멤버였다. 오픈AI는 이미 반도체 설계 기업 브로드컴과 손잡고 지난달 24일 첫 자체 칩 '할라피뇨(Jalapeño)'를 공개했다.
이 칩은 학습이 끝난 AI 모델이 실제로 답변을 내놓는 과정, 즉 '추론'에 특화된 제품으로 일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쓸 때보다 비용을 절반가량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앤트로픽이 이 팀 출신을 데려온 것은 같은 길을 가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AI 기업들이 직접 칩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비용과 종속성이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약 74%를 점유하며 사실상 독주하고 있다. 클로드처럼 정교한 모델은 학습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이용자 수백만 명이 매일 쓰는 서비스를 돌리는 데는 더 큰 비용이 든다.
엔비디아의 범용 GPU는 여러 작업을 두루 처리하도록 만들어진 탓에 AI 추론만 놓고 보면 불필요한 낭비가 생긴다. 특정 작업에 맞춰 설계한 맞춤형 칩은 이 낭비를 줄여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구글은 수년 전부터 자체 칩 '텐서처리장치(TPU)'를 써 왔고 아마존도 '트레이니엄'과 '인퍼런시아'를 개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역시 자체 칩을 만들며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춰 왔다.
앤트로픽은 이번 논의가 기존 파트너를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는 디인포메이션에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트레이니엄 칩과 구글의 TPU, 엔비디아의 GPU가 앞으로도 자사 컴퓨팅 전략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드맵에 대한 추가 설명은 하지 않았다.
앤트로픽은 이와 별개로 마이크로소프트, 영국 스타트업 프랙타일(Fractile)의 칩 도입도 검토 중이다. 특정 공급사에 매달리지 않고 여러 곳을 두루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논의에서 삼성전자가 거론되는 배경에는 자금과 생산 능력이 함께 있다. 삼성전자는 앤트로픽이 지난 5월 마무리한 650억달러 규모의 시리즈 H 투자에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함께 참여했다.
이 투자로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는 9650억달러로 뛰어 AI 기업 중 최고 수준에 올랐다. 다만 세 곳 가운데 삼성전자만이 파운드리, 즉 다른 회사가 설계한 칩을 위탁받아 자사 공장에서 제조하는 사업을 갖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든다.
삼성전자가 앤트로픽의 칩을 실제로 찍어낼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기술적으로는 삼성전자의 2나노미터(㎚) 공정과 첨단 패키징 설비가 논의의 핵심이다. 나노 공정은 반도체 회로 선폭을 뜻하며 숫자가 작을수록 더 미세하고 성능이 높은 칩을 만들 수 있다. 2나노는 현재 상용화 최전선에 있는 기술이다.
앤트로픽이 삼성전자와 손잡는다면 삼성 파운드리는 이 분야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힐 발판을 얻게 된다. 다만 삼성은 그동안 최첨단 공정에서 TSMC보다 수율, 즉 정상 제품이 나오는 비율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칩이 일정한 비용으로 제때 공급돼야 하는 앤트로픽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이다.공교롭게도 삼성전자는 오픈AI를 위한 맞춤형 추론 칩을 개발하다 6월 초 이를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전략적 이견 때문이라는 것이 한국 언론들의 설명이다. 이 무렵 방한을 준비하던 오픈AI CEO 샘 올트먼은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삼성이 오픈AI에 쏟으려던 2나노 생산 능력과 인력이 앤트로픽으로 방향을 틀 경우 AI 반도체 진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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