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Ferrari)가 창사 이래 최초로 선보인 순수 전기차(BEV) '루체(Luce)'에 국내 기업들의 첨단 전장 부품이 대거 탑재됐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는 가운데 하이엔드(최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SK온의 고성능 배터리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핵심 부품으로 채택되며 K-부품 동맹의 기술적 해자(Moat)가 입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페라리가 전일 이탈리아 로마 칼라트라바 경기장에서 공개한 최고출력 1050마력(cv)의 하이퍼 전기 스포츠카 루체의 전력 공급망은 SK온이 전담한다.
신차 차체 하단에는 SK온의 최고급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파우치형 배터리(122kWh)가 전량 탑재된다. 셀당 에너지 밀도는 305Wh/kg에 달해 액체 전해질 기반 배터리로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14개 셀과 15개 모듈로 구성된 배터리 팩은 880V 초고전압 시스템을 구현해 350kW급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30㎞에 이른다.
1000마력을 상회하는 초고출력을 견디면서도 슈퍼카 특유의 경량화와 한계 주행 속 안전성을 동시에 담보해야 하는 만큼 페라리가 SK온의 고에너지밀도 셀 설계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 협력은 2019년 페라리의 첫 하이브리드 모델인 SF90 스트라달레부터 시작돼 296 GTB, 296 GTS 등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라인업으로 확대돼 왔으며 2024년 3월 차세대 셀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굳건한 파트너십이 순수 전기차로 확대됨에 따라 하이엔드 폼팩터(형태) 수주 확대를 통한 SK온의 수익성 개선(턴어라운드) 흐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래차의 핵심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을 비롯한 실내 디스플레이 생태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장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루체에 운전석 앞 비너클(12.9인치·12인치)과 중앙 제어용(10.1인치), 후석 승객 제어용(6.3인치) 패널 등 총 4종의 프리미엄 OLED를 단독 공급한다.
가장 주목받는 혁신은 업계 최초로 적용된 '다층 구조 설계(Multi-layer Structure)'다. 2장의 OLED 패널을 입체적으로 겹쳐 아날로그 속도계의 깊이감과 디지털의 심미성을 동시에 구현한 이 기술은 초고난도의 공정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아래층 12인치 패널에 기본 배경과 눈금이 표시되고 위층 12.9인치 패널에 뚫린 3개의 원형 홀을 통해 아래층 정보가 비치는 방식이다. 위층 패널의 홀 주변부는 실시간 토크(회전력)와 팝업 메시지, 경고등을 표시한다.
이를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갤럭시 스마트폰 펀치홀 카메라용으로 개발한 'HIAA(Hole in Active Area)' 공정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용 홀은 지름이 5㎜ 미만이지만 루체 비너클의 홀은 약 20배인 100㎜에 달한다.
큰 구멍을 뚫고도 화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박막봉지(TFE) 기술로 OLED 유기물의 수분·공기 접촉을 차단하고 신호 왜곡 문제를 해결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관련 특허는 500여 건에 달한다.
10.1인치 중앙 제어 패널에도 같은 기술이 적용됐다. 시계·스톱워치·나침반 등을 표시하는 멀티그래프 위에 3개의 기계식 바늘이 OLED를 관통한 채 360도 회전하며 정보를 표시한다.
스마트폰·TV 등 전통적 IT 세트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단가가 높고 진입장벽이 견고한 럭셔리 전장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확고한 선점 효과를 누리게 됐다.
증권가와 산업계는 최고 수준의 품질을 요구하는 페라리의 핵심 벤더(공급사)로 선정된 것 자체가 글로벌 B2B 수주전에서 강력한 '레퍼런스(사업 이력)'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루체의 차량 디자인이 아이폰·애플워치를 만든 조너선 아이브(Jony Ive)의 디자인 스튜디오 '러브프롬(LoveFrom)'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만큼 글로벌 럭셔리·테크 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연구원은 "하이엔드 럭셔리 전기차 부품은 기본 단가가 높아 부품사들의 실적 방어와 이익률 개선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며 무엇보다 중국산 저가 부품과의 기술 초격차를 증명하는 지표"라며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 속도 조절 속에서도 프리미엄 라인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들의 전장 부품 수주 잔고는 견조한 우상향을 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시작 가격이 55만 유로로 책정된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 루체는 오는 2026년 4분기 유럽 인도를 시작으로 2027년 2분기부터 미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본격 인도가 확대될 예정이다.
BEST 뉴스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AI 전문 헤지펀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의 파산설이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 거액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실제 청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VARA가 대량 보유한 종목들이 이번 주 매도세의 한가운데 있었다. 15일(미국 동부...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ARK Invest)가 지난주 스페이스X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던 종목이다. 같은 기간 아크는 AI·바이오·방산 기술주를 늘리고 로빈후드와 테라다인 등 많이 오른 종목은 덜어냈다. 12일 시킹...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미국의 9월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고용 둔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 오른 5만1176.9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500... -
"팬더는 왔지만 반도체는 없었다"…미중 정상회담 성과는 '두 달짜리 휴전 연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25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사흘간의 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성과는 양국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한 합의다. 그 외에 AI 부문이나 지정학 현안에서 눈에 띄는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휴전 연장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이미 공개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월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저보스를 재무장관실 카운슬러로 영입했다.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시장과 직접 대화할 인물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카운슬러는 장관을 보좌하는 고위 자문직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 없어 ...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이 출렁였다.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를 내보내지 말자고 행정부 내부에서 주장해 왔다며 결정은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스콧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세계 성장률 3.1%로 소폭 올렸지만 IMF, "AI 한 다리로 버티는 경제" 경고
-
SK하이닉스, 미국 땅에서 메모리 생산?…인텔 오하이오 공장서 첫 현지 생산 추진
-
레버리지 규제 3천만원 벽에 진정된 '삼전·닉스 투심'…반토막난 공포지수
-
중국 DUV 국산화에 삼성·SK하이닉스 폭락했지만…HBM 벽은 노광장비 아닌 '베이스 다이'
-
"2배 믿고 샀는데 1.5배로 바꾼다고?"…레버리지 배율 축소, 넘어야 할 산은 '수익자총회'
-
앤트로픽, 삼성에 'AI 칩' 제조 의뢰 검토…엔비디아 독주 흔드나
-
'25년 만의 1위' SK하이닉스, 이번엔 나스닥으로…40조 끌어올 승부수 던진다
-
엔비디아·SK 손잡고 '실리콘부터 전력망까지' AI 동맹 시동
-
페라리 첫 전기차 올라탄 韓 첨단부품…SK·삼성 '초격차' 입증
-
파업 1시간 전 극적 합의 삼성전자, 10년짜리 성과급 제도 도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