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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규제 3천만원 벽에 진정된 '삼전·닉스 투심'…반토막난 공포지수

  • 고건 기자
  • 입력 2026.09.0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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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국내 증시에 처음 등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두 달 만에 시장을 뒤흔든 뒤 금융당국의 고강도 규제로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이 상품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6월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증시 변동성도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특정 한 종목의 하루 등락 폭을 2배로 부풀려 따라가도록 설계된 고위험 투자 상품이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루에 3% 오르면 이 상품은 6% 수익이 나고, 반대로 3% 떨어지면 6% 손실이 나는 구조다. 적은 돈으로 큰 베팅을 할 수 있어 개인투자자가 몰렸다.


문제는 이런 상품이 주가 급등락을 오히려 키운다는 데 있었다. 상품 운용사는 정해진 2배 배율을 맞추기 위해 기초가 되는 주식이 오르면 더 사들이고 떨어지면 내다 판다. 시장이 오를 때 같이 사고 내릴 때 같이 파는 매매가 자동으로 발생해 주가 흐름을 한쪽으로 증폭시킨다. 

 

5월 27일 상장 당시 16개 상품의 시가총액은 4조4000억원이었지만 7월 15일 11조9000억원으로 불어났고, 한때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거래대금이 전체 증시의 80%를 넘길 정도로 쏠렸다.


증시도 요동쳤다. 코스피200 옵션 가격으로 향후 30일간 예상 변동성을 계산해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2025년 말 28.9에서 6월 29일 장중 97.99까지 치솟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하루 8% 이상 떨어질 때 거래를 강제로 멈추는 서킷브레이커도 지난달 사상 최다인 네 차례 발동됐고, 전체 거래일의 절반 가까이 코스피가 하루 5% 이상 움직였다.


금융당국은 두 차례에 걸쳐 제동을 걸었다. 7월 16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내놓은 보완방안에서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단일종목 관련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증권사·운용사의 광고와 이벤트성 마케팅을 즉시 금지했다. 핵심은 진입 문턱을 높인 것이다. 

 

이 상품을 사려면 계좌에 미리 넣어둬야 하는 최소 현금인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렸고 그동안 예탁금으로 인정해주던 주식·채권 등의 자산은 빼고 현금만 인정하기로 했다. 강화된 기준은 새 투자자뿐 아니라 기존 투자자의 추가 매수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미국·홍콩 등 해외 상장 상품으로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 상품에도 같은 예탁금 기준을 걸었다. 이 조치는 7월 31일부터 시행됐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예탁금이 오르기 전 하루 평균 10조원대였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의 거래대금은 8월 6일부터 줄곧 1조원을 밑돌았고, 8월 10일에는 5923억원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대금은 6월 정점의 4%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상품에 담긴 전체 운용자산도 6월 말 114억달러에서 8월 27일 50억달러로 반 토막 났다. 개인투자자는 규제 이후 2주 연속 이 상품을 순매도했다.


빠져나간 자금은 특정 종목 하나가 아니라 코스피200이나 미국 S&P500 같은 여러 종목을 묶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옮겨갔다. 8월 4일부터 10일까지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상품 가운데 8개가 이런 지수형 상품이었다. 한 종목에 몰렸던 위험이 분산된 것으로 시장을 흔들던 수급 쏠림이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동성 지표도 뚜렷하게 내렸다. VKOSPI는 7월 29일 장중 93선을 넘었지만 8월 들어 빠르게 떨어져 8월 12일 56선까지 내려왔고 8월 말에는 4개월 반 만에 50포인트를 밑돌았다. 

 

블룸버그는 강제 청산으로 빚을 내 산 물량이 정리되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국 증시 혼란의 가장 심각한 국면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는 빚을 줄여가는 이른바 디레버리징 과정이 절반 이상 진행된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신용거래를 통해 빌린 돈으로 산 주식 물량이 시장 하락 과정에서 대거 정리됐고 주식 매수용으로 빌린 자금 잔액인 신용융자 잔액은 8월 4일 27조4000억원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변동성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보기는 이르다. VKOSPI가 여전히 50선에 머물러 통상적인 20~30선을 크게 웃도는 데다 규제로 막힌 레버리지 수요가 국내 지수형 상품이나 해외 상품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새로운 변수로 지목된다. 

 

8월 한 달 코스피는 6000선에서 7000선 사이 좁은 구간에 갇혔고, 8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25조8000억원으로 전달보다 30% 줄어 6월의 절반 수준으로 시장 활력이 함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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