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의 핵심 장비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국산화에 나섰다는 소식에 국내 반도체 대장주가 하루 만에 급락했다.
28일 삼성전자는 13.4%, SK하이닉스는 14.7% 떨어지며 각각 22만 원, 155만 원에 마감했다. 두 종목이 정규장에서 이 수준까지 밀린 것은 각각 4월과 5월 이후 처음이다. 마이크론과 AMD 등 미국 반도체주도 함께 하락했다. 이 하락세는 29일까지 지속됐다.
노광장비는 빛을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장비로 반도체 제조의 심장으로 불린다.
그동안 네덜란드 ASML이 세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왔다. DUV는 이보다 한 단계 위인 극자외선(EUV) 장비의 아랫급이지만 미국의 수출 통제로 EUV 도입이 막힌 중국이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성능의 장비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상하이 국유기업 아이성나가 화웨이 계열 장비업체 유량성과 국영 SMEE의 개발 인력을 흡수해 자체 DUV 생산을 시작했으며, 올해 5대, 내년 20대를 SMIC와 CXMT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시장이 놀란 것은 장비 자체가 아니다. AI용 메모리는 계속 부족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세 곳만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희소성'이 이들 주가의 프리미엄을 떠받쳐 왔는데, 중국의 장비 자립이 그 전제에 균열을 냈다는 불안이 작용했다.
같은 주 중국 최대 D램 업체 CXMT가 상하이 증시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66% 폭등하며 공급 과잉 우려까지 겹쳤다. 코스피는 이틀 연속 매매를 강제로 멈추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그러나 이번 장비가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까지 흔들기는 어렵다. HBM은 D램 칩을 수직으로 12단씩 쌓아 만드는 3차원 적층 제품이다. 경쟁력이 회로를 얼마나 미세하게 새기느냐가 아니라 칩을 얼마나 정교하게 쌓느냐에서 갈린다.
칩을 위아래로 관통하는 수천 개의 미세 구멍(TSV)을 뚫고 층층이 붙이는 접합 기술이 최대 병목인데 10년 넘게 축적한 노하우 싸움이기 때문에 장비 몇 대를 사들인다고 따라잡히지 않는다. SK하이닉스가 이 접합 공정에서 앞서며 HBM 시장을 주도해 왔다.
결정적 관문은 따로 있다. HBM은 쌓이는 D램 층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맨 아래에는 데이터 흐름을 통제하는 '베이스 다이'라는 제어 칩이 깔린다. 이 칩은 메모리가 아니라 CPU·GPU와 같은 연산용 로직 칩에 해당해 세대가 올라간 HBM4부터는 EUV 없이 만들 수 없다.
중국은 첨단 연산 칩조차 EUV가 막혀 만들지 못해 이번 DUV 국산화만으로는 이 관문을 통과하기 어렵다. 옛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억지로 만들면 데이터 전송 속도가 10% 넘게 떨어져 처음부터 반쪽짜리 제품이 된다.
D램 자체는 사정이 다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D램은 상당 부분 DUV로 찍어내며, 중국도 시간이 지나면 범용 D램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값싼 범용 메모리 시장은 중국에 점진적으로 내줄 수 있다는 의미다.
HBM과 격차가 벌어지는 지점은 노광장비가 아니라 EUV 적용 정도와 접합 기술 그리고 완성품 중 정상 제품 비율인 수율이다. SK하이닉스는 최신 D램에 EUV를 여섯 겹 적용하고 ASML의 차세대 하이NA EUV 장비를 D램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중국이 DUV 한 대를 겨우 만드는 사이 두 세대 위 장비를 돌리고 있는 셈이다.
수치로도 차이가 뚜렷하다. CXMT는 한 세대 아래인 HBM3E조차 양산 목표가 2027년으로 선두보다 3~4년 뒤처져 있고, HBM 수율은 25% 수준으로 알려졌다. DUV로 미세 공정을 억지로 구현하다 보니 비트당 원가도 선두보다 30% 넘게 높아 메모리 가격이 정상으로 내려오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생산 규모 역시 올해 5대로 ASML이 연간 출하하는 130여 대에 비하면 미미하다.
이번 사안은 중국이 이미 하던 일을 자국 장비로 대체하는 공급망 자립의 성격이 짙다. HBM의 벽은 노광장비가 아니라 베이스 다이와 EUV, 접합 기술에 있으며 이 벽이 DUV 장비 몇 대로 무너질 확률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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