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끌어올렸다. 석 달 전보다 0.7%포인트 높은 수치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상향 폭이 가장 컸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중동전쟁의 충격을 상쇄했다는 판단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IMF는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10월 세계경제전망(WEO)’을 발표했다. 세계경제전망은 IMF가 매년 4월과 10월 전체 회원국을 대상으로 내놓는 경제 예측 보고서다. 1월과 7월에는 한국 등 주요 30개국만 다룬 수정판을 낸다.
IMF는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8%로 올렸다. 보고서는 반도체에 대한 강한 해외 수요가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메우며 한국 성장을 떠받칠 것으로 봤고 한국과 대만을 AI용 컴퓨터 하드웨어 교역의 핵심 국가로 꼽았다.
전망대로라면 한국 성장률은 세계 평균(3.1%)을 0.2%포인트 웃돈다. 전 세계가 역성장한 2020년을 빼면 2010년 이후 16년 만이다.
이번 수치는 정부(3.0%)와 한국개발연구원(3.2%) 전망보다 높고 한국은행(3.3%)과 같다. IMF는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4만3512달러로 처음 4만 달러를 넘고 명목 GDP는 2조2458억 달러로 처음 2조 달러대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3.1%로 0.1%포인트 높였다. 지난해 3.5%보다는 낮다. 내년 전망치는 3.4%로 유지했다. 한국·미국·일본 등 41개국이 속한 선진국 그룹은 2.1%로 0.4%포인트 올랐다. 미국은 올해와 내년 모두 2.3%로 변동이 없었고 유로존은 1.1%, 일본은 0.7%로 소폭 상향됐다.
중국·인도 등 155개국이 속한 신흥개도국 그룹은 3.7%로 0.1%포인트 낮아졌다. 중국은 유가 상승과 소비 부진 탓에 4.5%로 하향됐고 원유 수출길이 막힌 사우디아라비아는 -3.3%로 5.0%포인트 급락했다.
IMF는 성장의 쏠림을 경고했다. 세계 성장의 95%를 만드는 국가가 4월 54개국에서 32개국으로 줄었다. 2023~2025년 AI 관련 상품 교역은 29% 늘어 전체 교역 증가율(8.3%)의 세 배를 넘었다. AI 교역을 빼면 전체 교역 증가율은 4.6%에 그친다.
물가 전망은 더 나빠졌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모두 포함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7%로 유지됐지만 내년 전망은 3.9%에서 4.1%로 올랐다. IMF는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96달러로 지난해보다 약 41% 오르고 내년에도 87달러에 머물 것으로 가정했다.
석 달 전 가정치는 89달러와 78달러였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내년 3월에야 다시 열린다는 전제다. 각국이 비축유를 풀어 버텨온 탓에 세계 원유 재고는 하루 약 270만 배럴씩 줄고 있다.
지난 8월 취임해 첫 브리핑에 나선 실바나 텐레이로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의 회복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시장의 조정 여력이 거의 바닥났고 성장이 AI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으며 정부의 재정 여력이 줄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물가가 목표치로 돌아올 때까지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정부의 에너지 지원은 일시적이고 취약계층에 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세계 경제가 AI라는 한 다리로 서 있는 상태라고 표현했다.
IMF는 AI 투자가 수익성 실망으로 급감하면 2028년 세계 GDP가 기본 전망보다 1.1% 줄고 미국은 1.8% 감소하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같은 날 나온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는 AI 관련 자산 급락과 국채금리 급등·사이버 공격을 금융시장의 3대 위험으로 지목했다. 미국 대형 기술기업이 S&P500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약 12%에서 35% 이상으로 커졌다.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전 세계 투자등급 회사채(신용도 높은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 발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1% 미만에서 10%로 뛰었다. 제이슨 우 IMF 부국장보는 AI의 수익 창출 능력에 의문이 생기면 주식 가치가 떨어지고 기업 부채 상환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초 4.2% 안팎에서 지난 9일 5.24%까지 올랐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자산 가치를 계산할 때 쓰는 할인율이 높아져 주식과 채권 가격이 함께 떨어진다.
IMF는 AI 자산 하락과 금리 상승·에너지 충격이 겹치면 세계 은행들의 핵심 자본비율(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기자본의 비율)이 1.5%포인트 떨어진 11.5%가 되고 자본비율 7% 미만 취약 은행이 전체 은행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에서 22%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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