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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 고건 기자
  • 입력 2026.09.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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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이 출렁였다.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를 내보내지 말자고 행정부 내부에서 주장해 왔다며 결정은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정제설비 능력을 감안해 실행이 가능한지 또 전면 금지와 부분 금지 중 어느 쪽이 작동할지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경에는 기록적인 연료 가격이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 집계로 미국 경유 평균 가격은 21일 갤런당 6.51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썼다. 1년 전 3.69달러에서 두 배 가까이 올랐고 올해 들어 상승률은 83%다. 

 

캘리포니아는 8.44달러에 달한다. 경유는 트럭과 기차, 농기계, 선박을 움직이는 연료여서 가격 상승분이 곧바로 운송비와 식료품 가격으로 옮겨간다.


공급 충격은 세 방향에서 동시에 왔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중동 정제시설 가동이 줄었고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능력의 약 4분의 1이 멈춰 섰다. 러시아는 자국 경유 수출을 10월 말까지 막아 놓은 상태다. 미국 증류유 재고는 경유와 난방유를 합친 통계로 9월 18일 기준 1억740만 배럴에 그쳐 5년 평균을 12% 밑돈다. 

 

정유사 가동률은 97%로 사실상 한계치다. 원유를 사서 석유제품으로 팔 때 남는 차익인 크랙 스프레드는 9월 3일 배럴당 108달러까지 치솟았다. 평상시 5~15달러 수준이다.


시장을 직접 움직인 것은 23일 폴리티코 보도였다. 백악관이 90일간 경유 수출을 중단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 전해지자 초저유황경유(ULSD) 선물은 장중 6% 넘게 떨어졌다가 4% 하락으로 마감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일시적 전면 금지를 검토한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행정부 내부 기류는 대통령과 다르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은 수출길이 막히면 멕시코만 저장탱크가 가득 차고 정유사가 원유 투입량 자체를 줄이게 돼 휘발유와 항공유 공급까지 동시에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제업의 복잡성을 고려해 투박한 망치를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상대국 보복을 불러 에너지를 외부에서 들여오는 캘리포니아 같은 주가 피해를 본다고 했다.


정치적 압박은 농업주에서 나왔다. 아이오와주의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주말 동안 수출 금수를 요구하며 1970년대 닉슨 대통령의 대두 수출 금수를 선례로 들었다. 당시 금수는 일본의 수요를 브라질로 돌려세워 아이오와 농가의 경쟁자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소속 상하원합동경제위원회 실무진은 농가가 올해 파종기에 경유 비용으로 14억 달러를 더 썼다고 추산했다. 11월 3일 중간선거가 다섯 주 앞이다.


재계는 반대 의사를 문서로 냈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전미제조업협회, 미국석유협회(API) 등은 23일 공동 서한에서 수출 금지가 연료 생산을 줄이고 공급을 더 빠듯하게 만들어 가정과 농민 트럭운전사의 비용을 높인다고 밝혔다.


정유주는 일주일 새 흔들렸다. 밸레로는 375.93달러로 주간 6.8% 내렸고 마라톤페트롤리엄은 388.51달러로 6.17% 필립스66은 256.46달러로 3.08% 하락했다. 다만 연초 대비로는 각각 134% 141% 102% 올라 있다. 밸레로의 2분기 정제부문 영업이익은 45억 달러였고 걸프연안 ULSD 마진은 배럴당 43.52달러로 1년 전 14.79달러의 세 배였다.


분석기관들의 진단은 부정적이다. 우드맥킨지는 수출을 막으면 걸프연안 재고가 빠르게 차 정유사가 원유 처리량을 크게 줄이고 결국 휘발유 수입이 늘어 부담이 경유에서 휘발유로 옮겨간다고 봤다. 9월 들어 미국 경유 수출의 유럽 비중은 50% 가까이로 지난해 평균 30%에서 높아졌다. 

 

수출이 막히면 북서유럽 경유 크랙이 27% 오르고 빈자리를 메울 여력은 중국 하루 30만 배럴 정도에 그친다. 에너지 경제학자 필립 벌레저는 경유 수요가 가격에 잘 반응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세계 가격이 최대 두 배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같은 조치를 두고 재앙적이라고 표현했다.


 

투자 분석가들은 수혜 대상이 미국 밖에 있다고 본다. 다미르 토키치는 밸레로와 마라톤 같은 미국 정유사의 마진이 좁아지는 대신 셸과 BP 같은 글로벌 정유사의 마진이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걸프연안에 일시적 공급 과잉이 생긴 뒤 정유사가 가동률을 낮추면서 중기적으로 부족이 심해지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석유산업 전반의 투자가 줄어든다는 전망이다. 또한 미국이 값싼 중질유를 들여와 비싼 정제품을 파는 구조로 무역수지를 메워 왔다는 점을 들어 세노버스 같은 캐나다 생산업체를 대안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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