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 지 8개월 가까이 지나면서 미국 가구 한 곳이 떠안은 비용이 2000달러에 육박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미국 경제 전체로는 2650억달러 규모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평균적인 미국 가구가 부담한 비용을 이같이 계산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경제 분석 자회사다. 잔디는 비용을 에너지 가격 상승분과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그리고 세금으로 충당되는 군사비 세 갈래로 나눠 집계했다.
가장 큰 몫은 에너지로 가구당 약 1100달러다. 자동차 연료비와 난방비가 직접 올랐고 화물 운송비가 오르면서 상품 가격에도 비용이 얹혔다. 일반 휘발유 가격은 전쟁 전 갤런(약 3.8리터)당 3달러를 밑돌았으나 현재 4.37달러까지 올랐다. 트럭과 화물열차 연료로 쓰이는 경유는 6달러를 넘었고 항공유 가격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잔디는 지금 가격이 유지되면 가구당 에너지 비용이 매주 약 50달러씩 계속 불어난다고 설명했다.
미 교통부 산하 교통통계국(BTS)이 지난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36달러로 1년 전보다 37.6% 올랐다. 경유는 6.29달러로 1년 새 67.8%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치솟았던 2022년 6월 기록보다도 9.3% 높다.
미국 경유 재고는 최근 5년 평균보다 13% 적어 공급 여력이 빠듯하다. 이란이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유가가 급등했다.
겨울을 앞두고 난방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지원국장협회(NEADA)는 난방유를 쓰는 가구가 이번 겨울 평균 2279달러를 지출해 지난 겨울보다 548달러(31%) 더 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서 난방유를 쓰는 가구는 약 480만곳으로 북동부에 몰려 있다.
두 번째 항목은 이자 비용으로 가구당 540달러다. 전쟁발 물가 상승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다. 2023년 이후 첫 인상이다.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시중 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정책금리로 이것이 오르면 대출 이자도 따라 오른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4%로 연준 목표치 2%를 크게 웃돌았다.
잔디에 따르면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전쟁 전 6% 아래에서 7.5% 안팎까지 올랐다. 국책 모기지 업체 프레디맥의 주간 조사에서도 지난 8일 30년 고정금리 평균은 7.40%로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1년 전 6.30%보다 1%포인트 넘게 높다.
나머지 360달러는 군사비다. 잔디는 국방부가 공식 인정한 지출 가운데 납세자가 낸 세금으로 충당된 몫을 가구 수로 나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지난달 15일 보고서에서 8월 1일까지 국방부가 전쟁에 쓴 비용을 약 380억달러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217억달러가 미사일 등 소모한 탄약을 다시 채우는 데 들었다.
CBO는 교전이 이어지면 매달 20억~30억달러가 더 들고 전쟁 여파로 내년 1분기까지 개인소비 물가 상승률이 0.5%포인트가량 높아질 것으로 봤다. 파손된 미군 시설 복구비는 이 추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6월 전쟁 비용 등을 위해 876억달러 규모 추가 예산을 요청했으나 의회는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
잔디는 이 같은 전쟁 비용이 지난 8개월 동안 미국 가계 소득 증가분의 약 절반을 잠식했다고 분석했다.
잔디의 추산치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커졌다. 그는 6월 초 가구당 750달러(총 1000억달러)로 계산했고 6월 말 1000달러, 7월 1100달러, 8월 1200달러로 잇따라 높여 잡았다. 5월 말에는 전쟁이 1년 동안 이어지면 가구당 부담이 2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8개월 만에 그 수준에 도달했다.
잔디는 소득에서 에너지 지출 비중이 큰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이들 가구가 저축을 줄여 부담을 메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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