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이에 미 재무부가 시중의 국채를 두 배로 되사들이겠다는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국채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기업 대출이자 주식시장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먼저 국채금리와 국채 가격은 시소처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는 만기에 받을 이자와 원금이 정해져 있는데 채권을 싼값에 사면 낸 돈 대비 받는 이자 비율이 커진다. 그래서 파는 사람이 많아 가격이 내려가면 금리는 자동으로 올라간다.
지난 8월 19일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5.32%까지 올라 19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고 10년 만기 금리도 20개월 만에 가장 높은 4.75%를 넘어섰다.
금리가 이렇게 튄 배경에는 국채 물량 과잉이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40조 달러에 육박하는 가운데, 최근 AI 투자 열풍으로 기업들이 회사채까지 대거 찍어내면서 채권시장에 물량이 넘쳤다. 8월 한 달에만 신규 회사채 발행액이 1080억 달러에 달했다.
돈을 빌리려는 쪽이 몰리면 빌리는 값인 금리가 오르고 국채도 그 파도에 휩쓸린다. 여기에 국채를 오래 들고 있는 대가로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텀 프리미엄'이라 부르는 이 추가 요구 수익률의 상승이 장기금리를 밀어 올렸다.
문제는 장기금리 급등이 주식시장에 독이라는 점이다. 안전한 국채 이자만으로 5%가 넘는 수익이 나오면, 투자자들은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을 살 이유가 줄어든다. 특히 먼 미래의 이익을 기대하며 높은 값에 거래되는 성장주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대출이자와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함께 올라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전체가 무거워진다.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더 가파르게 오르는 '베어 스티프닝' 현상까지 나타났다. 시장이 가장 꺼리는 형태의 금리 상승이다.
재무부가 급하게 되사기(바이백)카드를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시중에 풀린 장기 국채를 되사들이는 규모를 회당 최대 2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두 배 늘리기로 했다. 정부가 국채를 사주면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내려간다. 확대된 되사기는 9월 9일부터 시행되며 대상은 10년물 이상 장기물에 집중된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대목이 있다. 국채를 찍어내는 주체와 되사는 주체가 모두 미 재무부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총괄하는 재무부가 왼손으로 국채를 팔고 오른손으로 되사는 셈이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계산은 맞아떨어진다. 재무부가 최근 장기채는 적게 발행하고 단기채 위주로 물량을 찍고 있어 상대적으로 적은 장기채를 집중적으로 되사면 장기금리만 효과적으로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조치를 연방준비제도(Fed)의 국채 매입과 혼동해선 안 된다. 연준이 새로 찍은 돈으로 국채를 사는 양적완화는 시중 통화량을 늘려 물가를 자극한다. 반면 재무부 되사기는 세금과 발행 수입 같은 기존 자금으로 자기 국채를 회수하는 것이라 통화량이 늘지 않는다.
돈을 새로 푸는 부양책이 아니라는 의미다. 재무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되사기를 늘리는 동시에, 일본 등이 대규모 국채 매도 없이 달러를 확보하도록 돕는 연준의 별도 시설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하며 장기금리 억제를 여러 갈래로 밀어붙이고 있다.
발표 당일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30년물 금리가 9bp 급락했고,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5월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값은 온스당 4400달러를 넘어 6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가 없는 금을 들고 있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이 줄어 금의 매력이 커진다. 달러 약세까지 겹치자 비트코인도 6%가량 올랐다.
주목할 점은 최근 금값이 오른 이유가 두 얼굴을 가졌다는 것이다. 며칠 전만 해도 투자자들은 국채금리가 통제 불능으로 치솟는 데 대한 공포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금을 샀다면 이번에는 금리가 꺾이면서 금의 기회비용이 낮아진 덕에 샀다. 방향은 정반대지만 결국 금을 움직인 것은 금리라는 하나의 변수다.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미국이 불어난 빚과 치솟는 장기금리를 어떻게 다스리느냐다. 재무부의 되사기는 시장의 스트레스를 일시적으로 덜어주는 조치이지 부채 자체를 줄이는 해법은 아니다. 국채금리의 향방은 앞으로도 주식과 부동산, 환율을 관통하는 신호로 작동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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