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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도 불황도 없는데 적자 2조달러…미국 국채금리 6% 경고등

  • 고건 기자
  • 입력 2026.10.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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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의 한 해 재정적자가 2조달러에 이르렀다. 경기 침체나 전쟁 같은 비상 상황이 없는 시기에 나온 규모다. 국채 금리가 20여년 만의 최고치로 오른 가운데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가운데 하나인 핌코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6%에 닿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8일(현지시간) 월간 재정 보고서를 내고 지난달 30일 끝난 2026회계연도 적자를 약 2조달러로 추산했다. CBO는 의회 소속 초당적 예산 분석 기관이다. 

 

미국 정부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부터 이듬해 9월 30일까지다. 적자는 전년도 1조8000억달러보다 2180억달러 많고 CBO가 2월 내놓은 전망치 1조9000억달러도 1400억달러 웃돌았다. 경제 규모 대비로는 국내총생산(GDP)의 6.2%로 추정됐다.


지출이 세입보다 빠르게 늘었다. 연방정부 지출은 7조4000억달러로 전년보다 3860억달러(6%) 증가했고 세입은 5조4000억달러로 1690억달러(3%) 늘었다.


지출 증가는 이자 비용과 고령화 관련 지출이 이끌었다. 정부가 빌린 돈에 내는 이자에서 보유 자산으로 받는 이자를 뺀 순이자비용은 회계연도 첫 11개월 동안 약 1조500억달러에 달했다. 

 

이자 비용은 국방비를 넘어섰고 지출 항목 가운데 사회보장연금 다음으로 크다. 7월까지 집계에서는 사회보장연금·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가 연간 지출 증가분의 약 86%를 차지했다. 미국 정부 부채 총액은 8월 40조달러를 넘었다.


세입 쪽에서는 관세 수입이 크게 줄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했다. IEEPA는 대통령이 국가 비상 상황에서 경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판결에 따라 2월 24일부터 관세율이 낮아졌고 정부는 이미 걷은 관세 가운데 약 1000억달러를 수입업체에 돌려줬다. 

 

CBO는 올해 관세 수입이 2월 전망보다 약 2500억달러 적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 통과된 감세 법안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에 담긴 세금 감면과 지출 확대도 적자를 키웠다.


적자를 줄이려는 시도는 규모가 작았다. 정부효율부(DOGE)를 통한 연방 공무원 감축과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축소가 이뤄졌고 의료 보조금이 만료됐으며 저소득층 식비 지원(푸드스탬프) 수급 요건도 강화됐다. 

 

미국 투자매체 시킹알파는 법으로 지급 대상과 금액이 정해진 사회보장·메디케어 같은 의무지출 개혁과 세입 확대가 핵심 과제인데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이를 다루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영리 재정감시단체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의 마야 맥기니스 회장은 이번 적자가 전쟁이나 경기 침체 시기를 제외하면 역대 최대라고 평가했다. 그는 새 지출이 생기면 그 두 배 규모의 재원 절감을 의무화하는 '슈퍼 페이고(PAYGO)' 규칙과 적자를 GDP 대비 3% 수준으로 낮추는 목표를 제안했다.


채권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분기에만 90bp(1bp=0.01%포인트) 가까이 올라 이번 세기 최대 분기 상승 폭을 기록했고 이달 1일 5.34%까지 치솟았다. 200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채 금리는 정부의 차입 비용이자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다시 커진다.


재무부는 국채 바이백을 늘렸다. 바이백은 정부가 만기가 남은 국채를 시장에서 되사들여 장기 국채 물량을 줄이는 조치다. 재무부는 지난달 9일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60억달러로 세 배 늘렸지만 10년물 금리는 오히려 4.85%로 올랐다. 베센트 장관의 친구이자 멘토로 알려진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도 이 정책에 반대 의견을 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지난달 8일 텍사스주 댈러스 서던메소디스트대(SMU) 경영대 행사에서 미국의 문제는 지출이라며 연 3% 성장과 지출 억제를 병행하면 부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스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과 재정 건전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가 무효화되지 않았다면 약 1800억달러의 세수로 빚을 갚을 수 있었다고도 했다. 미국외교협회(CFR)는 미국이 2000년 이후 3% 성장을 달성한 해가 다섯 해뿐이라고 지적했다.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4% 올랐다.


필립 스웨이걸 CBO 국장은 부채 우려가 국채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작다고 평가했다. 10년물 금리는 CBO가 2월 제시한 올해 전망치 4.1%를 크게 웃돌고 있다.


재정 불안은 유럽에서도 번지고 있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1일 4.989%로 200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이는 152bp로 벌어져 2011년 이후 가장 컸다. 

 

두 나라 국채 금리 차이가 클수록 시장이 상환 능력을 더 의심한다는 의미다. 영국 30년물 금리는 6%에 도달했다. 주요 7개국(G7) 국가가 이 수준의 금리를 맞은 것은 2012년 유로존 위기 이후 처음이다.

 

(썸네일 사진 출처: Brookings Instit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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