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19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으며 국가부채 위기론이 다시 번지는 가운데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자산운용사 디시플린펀드의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 컬런 로시는 24일 소셜미디어에 미국 민간 부문이 보유한 총자산이 약 489조 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국채 위기 우려가 과장됐다고 밝혔다.
로시의 논리는 정부 부채만 떼어놓고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부채 위기론자들이 '구성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계장부의 부채 항목만 들여다보고 그 반대편에서 함께 불어난 자산 항목은 무시한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 부채가 40조 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민간 자산은 그 열 배 규모다. 정부의 세원이 되는 민간 부문이 튼튼하기 때문에 지난 20년간 금리가 대체로 안정적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금리 수준에 대해서도 그는 '최근 경험 편향'을 지적했다. 사람들이 가까운 과거만 기준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1960년 이후 평균 5.8%였고 현재 5.19%는 오히려 장기 평균을 밑돈다. 그는 지금 벌어지는 일이 위기가 아니라 물가 기대가 역사적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라고 봤다.
시장 상황은 그리 차분하지 않다. 24일 10년물 금리는 5.22%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30년물은 5.50%로 2004년 이후 가장 높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도 4.94%까지 올랐다. 채권은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가 오르는 구조여서 금리 급등은 곧 매도세를 뜻한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수준보다 속도다. 10년물 금리는 8월 한때 4.6%를 밑돌았고 2주 전에도 4.8% 아래였다. 최근 5년간 상승폭은 1980년대 이후 가장 크다. 금리가 이 속도로 오르면 기업 가치 평가와 대출 금리가 한꺼번에 재조정돼 적응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배경에는 유가가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이어지며 브렌트유는 배럴당 103달러를 넘었고 미국 경유 가격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3일 발표된 S&P 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4년 넘는 기간 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같은 날 700억 달러 규모 5년물 국채 입찰은 부진했다. 낙찰금리가 5.033%로 최근 6회 평균 4.186%를 크게 웃돌았고 각국 중앙은행이 포함된 간접 입찰자 비중은 54%로 평균 65%에 못 미쳤다.
매도세는 미국에 국한되지 않았다. 일본 10년물 금리는 1996년 이후, 독일 10년물은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블룸버그 집계상 전 세계 국채 평균 금리는 4%에 근접해 2007년 이후 가장 높다. 채권 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ICE BofA MOVE 지수도 3월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75~4.00%로 조정했다. 2023년 이후 첫 인상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24일 런던에서 연내 추가 인상이 합리적인 예상이라고 말했고 마이클 바 연준 이사도 물가를 목표치인 2%로 되돌리려면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 집계 기준 10월 인상 확률은 하루 만에 53%에서 77.5%로 뛰었다.
재무부도 움직였다. 스콧 베센트 장관은 8월 국채 바이백 규모를 회당 2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 이상으로 늘렸다. 바이백은 정부가 이미 발행한 국채를 되사들여 가격을 떠받치는 조치다.
발표 직후 금리는 내렸지만 효과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미국 국가부채는 8월 40조 달러를 넘어섰고 2026 회계연도 첫 10개월간 순이자 지급액은 9630억 달러로 재정지출의 약 15%를 차지했다.
로시의 낙관론에 대한 반론도 있다. 미국외교협회는 8월 보고서에서 7월 기준 국가부채가 39조70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의 100%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협회는 달러가 기축통화여서 미국이 싼값에 돈을 빌려온 이른바 '과도한 특권'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봤다.
불확실성이 커질 때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로 피신하는 대신 위험에 대한 추가 보상을 요구하면서 금리가 오히려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가계가 체감하는 영향도 나타났다. 미국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를 넘어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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