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은행권, 드디어 석유화학 구조조정 지원 절차 착수하나

  • 고건 기자
  • 입력 2025.12.08 15:50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마침내 저성장의 구렁텅이에 빠진 한국 석유화학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고 있다. 

 

올해 12월 들어 은행들이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절차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는데, 출발점은 2025년 11월 26일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산업통상부에 공식 제출한 사업재편 계획이다. 

 

두 회사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별도 법인으로 묶겠다는 자구안을 내놨고 채권단은 이 계획이 실제로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12월 5일 산업은행 주도로 첫 자율협의회를 열었다. 

 

NCC는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화학제품을 만드는 설비로 석유화학 사업의 출발점 역할을 하는데 이번 구조조정 논의의 핵심도 바로 이 NCC를 어디까지 정리하고 어떤 부채를 넘길지에 맞춰져 있다.


채권단은 협의회 직후인 12월 초부터 곧바로 실사에 들어갔다. 실사는 회사가 내놓은 자료와 현장을 직접 확인해 부채 규모와 사업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절차다. 

 

특히 이번 실사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가진 전체 금융권 대출 중 NCC와 직접 연결된 채무만 별도로 분리해 ‘신설 NCC 법인’에 들어갈 부채를 재계산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각 은행이 보유한 채권 구조와 금리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채무를 하나로 통합하기 전에 정확한 정리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이 9월 말 기준으로 파악한 석유화학업계 전체 위험 노출액은 약 30조원이고 이 중 5대 시중은행의 대출 잔액만 16조2078억원에 달한다. 이런 규모를 감안하면 재편 과정에서 작은 오류도 금융권 전체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실사 절차가 중요하다. 

 

채권단은 실사를 이달 말까지 마무리하고 2026년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일정표를 내부적으로 잠정 확정한 상태다.


지원 방식의 밑그림도 이미 마련돼 있다. 첫 번째는 상환 유예다. NCC 신설법인에 배정될 대출의 만기 도래 시점을 뒤로 미뤄 회사가 숨을 고를 시간을 확보해주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이자 경감이다. 구조조정 기간 동안 비용 부담을 줄여 정상 운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치다. 여기에 생산과 판매 회복에 필요한 신규 자금 지원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한 운전자금이나 필수 설비 유지 비용을 지원하는 식이다. 

 

더 나아가 자본성이 있는 채권을 매입해 신설 법인의 재무구조를 두텁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속도가 붙는 배경에는 12월 2일 국회를 통과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법’이 있다. 이 법은 석유화학 기업이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절차를 단순화한 제도로 기업이 재편안을 제출하면 정부와 채권단이 이를 기반으로 직접 협의에 나설 수 있게 해준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바로 이 법을 토대로 11월 말에 자구안을 제출했고 금융위는 이후 12월 5일 채권단 회의를 통해 본격적인 실사 착수로 이어갔다.


다만 은행들은 지원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심사 기준은 오히려 더 까다롭게 조정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8월 이후 석유화학사를 원유 정제, 석유화학 제조, 고무·플라스틱 제조 등 세 부문으로 세분화해 위험도를 다르게 매기기 시작했다. 공급이 남아도는 석유화학 제조 부문은 대출 심사를 가장 엄격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은행들도 대출 만기 연장과 기존 이자 유지 정도 이상의 완화는 신중하게 접근 중이다. 중국산 화학제품 공급 증가로 업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리한 지원이 은행의 부실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구조조정 지원은 ‘11월 재편안 제출 → 12월 채권단 실사 → 내년 초 금융지원안 발표’라는 일정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지원은 하되 충분한 자구노력이 확인된 기업에 한정한다는 원칙 아래 진행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사실상 1호 케이스가 된 만큼 이 과정은 앞으로 다른 국내 석유화학사의 구조조정 모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와이이코노미 & www.yeconomy.ai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은행권, 드디어 석유화학 구조조정 지원 절차 착수하나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