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저성장의 구렁텅이에 빠진 한국 석유화학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고 있다.
올해 12월 들어 은행들이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절차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는데, 출발점은 2025년 11월 26일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산업통상부에 공식 제출한 사업재편 계획이다.
두 회사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별도 법인으로 묶겠다는 자구안을 내놨고 채권단은 이 계획이 실제로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12월 5일 산업은행 주도로 첫 자율협의회를 열었다.
NCC는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화학제품을 만드는 설비로 석유화학 사업의 출발점 역할을 하는데 이번 구조조정 논의의 핵심도 바로 이 NCC를 어디까지 정리하고 어떤 부채를 넘길지에 맞춰져 있다.
채권단은 협의회 직후인 12월 초부터 곧바로 실사에 들어갔다. 실사는 회사가 내놓은 자료와 현장을 직접 확인해 부채 규모와 사업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절차다.
특히 이번 실사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가진 전체 금융권 대출 중 NCC와 직접 연결된 채무만 별도로 분리해 ‘신설 NCC 법인’에 들어갈 부채를 재계산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각 은행이 보유한 채권 구조와 금리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채무를 하나로 통합하기 전에 정확한 정리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이 9월 말 기준으로 파악한 석유화학업계 전체 위험 노출액은 약 30조원이고 이 중 5대 시중은행의 대출 잔액만 16조2078억원에 달한다. 이런 규모를 감안하면 재편 과정에서 작은 오류도 금융권 전체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실사 절차가 중요하다.
채권단은 실사를 이달 말까지 마무리하고 2026년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일정표를 내부적으로 잠정 확정한 상태다.
지원 방식의 밑그림도 이미 마련돼 있다. 첫 번째는 상환 유예다. NCC 신설법인에 배정될 대출의 만기 도래 시점을 뒤로 미뤄 회사가 숨을 고를 시간을 확보해주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이자 경감이다. 구조조정 기간 동안 비용 부담을 줄여 정상 운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치다. 여기에 생산과 판매 회복에 필요한 신규 자금 지원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한 운전자금이나 필수 설비 유지 비용을 지원하는 식이다.
더 나아가 자본성이 있는 채권을 매입해 신설 법인의 재무구조를 두텁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속도가 붙는 배경에는 12월 2일 국회를 통과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법’이 있다. 이 법은 석유화학 기업이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절차를 단순화한 제도로 기업이 재편안을 제출하면 정부와 채권단이 이를 기반으로 직접 협의에 나설 수 있게 해준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바로 이 법을 토대로 11월 말에 자구안을 제출했고 금융위는 이후 12월 5일 채권단 회의를 통해 본격적인 실사 착수로 이어갔다.
다만 은행들은 지원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심사 기준은 오히려 더 까다롭게 조정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8월 이후 석유화학사를 원유 정제, 석유화학 제조, 고무·플라스틱 제조 등 세 부문으로 세분화해 위험도를 다르게 매기기 시작했다. 공급이 남아도는 석유화학 제조 부문은 대출 심사를 가장 엄격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은행들도 대출 만기 연장과 기존 이자 유지 정도 이상의 완화는 신중하게 접근 중이다. 중국산 화학제품 공급 증가로 업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리한 지원이 은행의 부실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구조조정 지원은 ‘11월 재편안 제출 → 12월 채권단 실사 → 내년 초 금융지원안 발표’라는 일정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지원은 하되 충분한 자구노력이 확인된 기업에 한정한다는 원칙 아래 진행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사실상 1호 케이스가 된 만큼 이 과정은 앞으로 다른 국내 석유화학사의 구조조정 모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BEST 뉴스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AI 전문 헤지펀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의 파산설이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 거액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실제 청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VARA가 대량 보유한 종목들이 이번 주 매도세의 한가운데 있었다. 15일(미국 동부...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ARK Invest)가 지난주 스페이스X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던 종목이다. 같은 기간 아크는 AI·바이오·방산 기술주를 늘리고 로빈후드와 테라다인 등 많이 오른 종목은 덜어냈다. 12일 시킹...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미국의 9월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고용 둔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 오른 5만1176.9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500... -
"팬더는 왔지만 반도체는 없었다"…미중 정상회담 성과는 '두 달짜리 휴전 연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25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사흘간의 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성과는 양국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한 합의다. 그 외에 AI 부문이나 지정학 현안에서 눈에 띄는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휴전 연장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이미 공개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월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저보스를 재무장관실 카운슬러로 영입했다.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시장과 직접 대화할 인물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카운슬러는 장관을 보좌하는 고위 자문직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 없어 ...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이 출렁였다.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를 내보내지 말자고 행정부 내부에서 주장해 왔다며 결정은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스콧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세계 성장률 3.1%로 소폭 올렸지만 IMF, "AI 한 다리로 버티는 경제" 경고
-
SK하이닉스, 미국 땅에서 메모리 생산?…인텔 오하이오 공장서 첫 현지 생산 추진
-
레버리지 규제 3천만원 벽에 진정된 '삼전·닉스 투심'…반토막난 공포지수
-
중국 DUV 국산화에 삼성·SK하이닉스 폭락했지만…HBM 벽은 노광장비 아닌 '베이스 다이'
-
"2배 믿고 샀는데 1.5배로 바꾼다고?"…레버리지 배율 축소, 넘어야 할 산은 '수익자총회'
-
앤트로픽, 삼성에 'AI 칩' 제조 의뢰 검토…엔비디아 독주 흔드나
-
'25년 만의 1위' SK하이닉스, 이번엔 나스닥으로…40조 끌어올 승부수 던진다
-
엔비디아·SK 손잡고 '실리콘부터 전력망까지' AI 동맹 시동
-
페라리 첫 전기차 올라탄 韓 첨단부품…SK·삼성 '초격차' 입증
-
파업 1시간 전 극적 합의 삼성전자, 10년짜리 성과급 제도 도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