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900선을 넘어섰다.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3.92포인트 오른 4,904.66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장중에는 4,917선까지 치솟았다.
이제 5,000까지 남은 거리는 약 95포인트다. 숫자만 보면 상징적인 고지를 바로 눈앞에 둔 셈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출범한 정부가 내세웠던 ‘코스피 5,000’이 한층 더 현실적인 목표로 이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초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관련 경고 발언과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관세는 수입품에 매기는 세금으로 기업 이익과 물가에 영향을 주고 연준 발언은 기준금리 방향을 가늠하는 단서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재료가 겹치면 보통 주식시장은 움츠러든다.
실제로 코스피는 약세로 출발했다. 그러나 오전을 지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방향을 튼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오늘 유가증권시장에서 5천47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여기에 코스피200 선물에서도 1천232억원을 사들였다. 선물은 앞으로의 가격을 미리 약속해 거래하는 상품으로 지수 방향에 대한 강한 베팅 수단으로 쓰인다. 현물 주식과 선물을 동시에 사들이는 경우 지수를 끌어올리는 힘이 커진다.
반대로 개인과 기관은 매도 우위였다. 이 조합은 “외국인이 지수를 밀고 개인과 기관은 차익을 실현한 장”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날 상승으로 코스피는 12거래일 연속 올랐다. 2019년 이후 가장 긴 연속 상승 기록이다. 쉬는 날 없이 가격을 더 높게 받아준 날이 12번 이어졌다는 의미다. 단기 부담을 말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상승 흐름에 돈이 더 많이 실렸다는 신호로 읽힌다.
업종별로 보면 모두가 함께 오른 장은 아니었다. 대형주 중심의 장세였다. 로보틱스 기대가 반영된 현대차그룹주가 급등했고 방산과 조선주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바이오와 금융주는 약세였다.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보다 많았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지수는 강한데 체감은 다를 수 있는 날이었다.
종목별로는 상징적인 장면이 여럿 나왔다. 삼성전자는 장중 처음으로 15만원선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도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현대차는 하루 만에 16% 넘게 급등하며 시가총액 상위권 구도를 흔들었다. 이차전지주로도 순환매가 확산됐다.
순환매는 한 업종이 오른 뒤 다른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시장 자금이 특정 테마에만 갇히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스닥도 강했다. 코스닥지수는 960선을 넘기며 종가 기준으로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순매수가 지수를 끌어올렸고 로봇 관련 종목 다수가 상한가를 기록하며 변동성이 커졌다. 상한가는 하루에 오를 수 있는 최대 폭까지 가격이 오른 상태를 말한다. 이런 날은 기대와 과열이 동시에 커진다.
이번 상승 흐름에서 중요한 점은 지수가 오른 이유가 막연한 기대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외국인 수급이라는 구체적인 힘이 있었고 그 돈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같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되면서 지수 자체를 끌어올렸다. 지수는 시장 전체 평균이기 때문에 덩치가 큰 종목 몇 개가 움직이면 크게 흔들리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다.
그래서 오늘처럼 대형주가 강하면 종목 수 대비 지수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5,000선 돌파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5,000은 숫자 자체보다 심리적 의미가 크기 때문에 이 선을 넘으면 추가 매수와 차익 실현이 동시에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외국인 수급과 대형주 주도가 만들어낸 랠리였다. 이 흐름이 이어질지, 아니면 숨 고르기에 들어갈지는 다음 수급과 정책 신호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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