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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 1년 내 의무화, 코스피 6000 이후 ‘K-디스카운트’ 정면 돌파

  • 고건 기자
  • 입력 2026.02.2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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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를 사들여도 그대로 쌓아두는 오랜 관행이 막을 내리게 됐다. 기업이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안에 원칙적으로 소각해야 하고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도 6개월 유예를 거쳐 1년 6개월 이내에 없애야 한다는 3차 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를 통과했다. 

 

자사주를 태워 발행주식 수를 줄이도록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하여 26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 6000선을 넘어섰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사주를 그대로 두면 주식 수는 줄지 않고, 필요할 경우 우호 지분에 넘겨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우회적 활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고 같은 이익과 배당 총액이라도 주당순이익(EPS)과 주당배당금(DPS)이 높아진다. 주식의 몫이 커지는 구조다.


증권가는 이번 조치를 한국 증시 저평가의 핵심 요인으로 꼽혀 온 지배구조 문제를 손보는 마지막 퍼즐로 평가하고 있다.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와 불투명한 거버넌스가 오랜 기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꼬리표를 낳았는데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지 못하도록 한 이번 개정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장 관심은 이제 기업들의 실제 행동으로 옮겨가고 있다. 3월 정기주주총회와 이후 실적 발표에서 자사주 소각 계획을 구체화하는지가 관건이다. 

 

자연히 수혜주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단, 이번 경우 업종 전체를 묶어 접근하기보다는 개별 기업이 어떤 정책을 내놓는지를 따져야 한다. 특히 주주가치 제고를 경영 전략의 중심에 두는 기업이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이미 선제적으로 움직인 곳도 있다. LG는 지난해 50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히고 일부를 실행했다. LG전자와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도 잇달아 자사주를 없앴다. 

 

두산은 보유 자사주의 일정 비율을 3년간 단계적으로 소각하겠다고 공표했다. SK하이닉스는 1530만주, 삼성물산은 780만주 소각을 결정했다. 이들 기업은 개정안 통과 전부터 주주환원 강화 흐름에 올라탄 사례로 꼽힌다.


반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 비율이 높아진 기업들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롯데지주, SK, HD현대 등은 개정안 확정 이후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자사주 비중이 20%를 넘는 지주사도 있어 향후 소각 규모에 따라 주가와 지배구조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 지주사 주가는 이미 크게 움직였다. 연초 대비 롯데지주와 SK, 두산, LS, HD현대 등의 상승률은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자사주 소각이 현실화되면 발행주식 수 감소에 따른 주당 가치 상승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증권가는 지주회사 할인 요인 가운데 하나가 제거된 만큼 중장기적인 재평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다만 재계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인수합병이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취득한 ‘비자발적 자사주’까지 일괄적으로 소각 대상에 포함되면서 재무 구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자본금이 줄어들고 이는 신용도나 재무제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이런 경우 감자 절차를 주주총회 특별결의 대신 이사회 의결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제도 등 일정 사유에는 예외를 두는 조항을 담았다.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적대적 인수 시도 국면에서 자사주가 우호 지분 확보에 활용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같은 방어 장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사주까지 의무 소각되면 기업이 외부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동시에 자사주가 경영권 방패 역할을 하던 관행이 사라지면 기업 의사결정이 주주 전체 이익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후에도 주가 누르기 방지, 중복상장 규제 등 추가적인 거버넌스 개선 입법이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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