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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주식 1.5조원을 강제로 팔아야만 하는 이유

  • 고건 기자
  • 입력 2026.03.1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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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19일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일부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두 회사가 처분하는 삼성전자 주식은 합산 약 1조 5,000억원 규모다. 매각 배경은 삼성전자가 지난 10일 공시한 대규모 자사주 소각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자사주 소각이란 기업이 보유한 자기 회사 주식을 시장에서 영구히 없애버리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안에 자사주 8,700만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주식이 소각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든다. 발행주식 수가 줄면 삼성전자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의 지분율이 자동으로 높아진다. 

 

문제는 이 지분율 상승이 법적 한도를 건드린다는 점이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줄여서 금산법은 보험사나 은행 같은 금융회사가 같은 그룹 안의 비금융 계열사 주식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금융회사가 산업 자본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8.51%를, 삼성화재는 1.49%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합산 지분율은 10.00%로 이미 규제 한도 수준이다. 여기서 삼성전자가 발행주식을 줄이면 같은 주식 수를 들고 있어도 지분율이 10%를 넘어버린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소각하는 보통주는 7,336만주다. 이 비율만큼 발행주식이 줄어들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율이 자동으로 10%를 초과한다. 삼성생명이 단순 계산으로 팔아야 할 삼성전자 주식은 약 624만주로 추정된다. 이날 삼성전자 종가 기준으로 1조원이 넘는 규모다. 삼성화재의 매각 물량을 합산하면 총 1조 5,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구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2025년에도 자사주 약 5,014만주를 소각하면서 같은 이유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 약 425만주를 강제로 처분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주주 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소각할 때마다 삼성생명은 가장 안정적인 투자 자산을 의도치 않게 내놓아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셈이다.

 

이날 삼성전자도 같은 날 별도의 공시를 냈다. 올해 AI 반도체와 첨단 제조 설비 등에 110조원을 투자하고, 로봇·의료기기·전장 분야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다. 

 

삼성전기·삼성SDS·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들도 같은 날 나란히 밸류업 공시를 냈다. 삼성그룹 전체가 주가 부양 의지를 동시에 시장에 내보인 것이다.

 

삼성생명 입장에서 이번 매각은 재무 운용의 부담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주식 운용자산 72조원 가운데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 주식이 69조 3,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주식 자산의 96%가 사실상 삼성전자 한 종목에 집중돼 있는 구조다.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삼성전자처럼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춘 종목을 강제로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대체 투자처를 찾는 것은 삼성생명이 당장 직면한 과제다.

 

여기에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까지 변수로 떠올랐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내로 보유하도록 규정하면서도 평가 기준을 주식을 처음 살 때의 가격인 취득원가로 적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현재 시장 가격인 시가 기준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지금보다 훨씬 더 대규모로 추가 매각해야 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포함한 계열사 지분 전반의 매각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로서도 이번 매각은 민감한 사안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재용 회장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우호 지분이다. 두 회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내놓으면 외부 투자자들이 그 물량을 사들이게 된다. 

 

2015년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정면으로 공격한 전례를 고려하면 우호 지분이 줄어드는 구조 자체가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 계획과 주주 환원 공시를 같은 날 내놓은 것도 이 같은 지배구조 불안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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