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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0만 원짜리 다이어트 주사, 한국선 왜 아직 덜 배부른가

  • 임지민 기자
  • 입력 2026.04.0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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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이 GLP-1 계열 약물을 중심으로 급팽창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460억 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미국이 412억 달러로 전체의 90%를 가져간다. 한국은 3억 달러, 전체의 0.7% 수준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 시장이 부진해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에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노보노디스크)가 출시된 것은 2024년 10월이었고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 한국릴리)는 2025년 8월에야 첫 공급이 시작됐다. 

 

미국에서 두 약이 각각 2021년, 2023년에 출시된 것과 비교하면 3~4년의 시차가 있다. 시장이 작은 게 아니라 시작 자체가 늦었다고 봐야 한다.

 

출발은 늦었지만 수요는 빠르게 폭발했다. 마운자로는 출시 12일 만에 1만 8천500여 건 이상 처방됐다. 위고비가 출시 첫 달 동안 1만 1천여 건 처방됐던 것과 비교하면 기간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전체 처방액도 2025년 전년 대비 120% 성장했다. 

 

약사공론이 집계한 전문의약품 시장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국내에서 처방액 기준 가장 많이 성장한 질환 영역이 비만이었고, 세마글루타이드의 처방액 비중은 2024년 20.4%에서 2025년 44.5%로 두 배 넘게 뛰었다.


한국 GLP-1 시장을 이해하는 핵심 변수는 하나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비만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건강보험 급여가 전혀 없다. 비급여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범위 밖에 있어 환자가 진료비와 약값을 전액 스스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실손보험 청구도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금융감독원 약관 기준상 단순 체중 감량 목적의 비급여 비만 치료비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가격은 만만치 않다. 위고비는 2025년 8월 마운자로 출시에 대응해 가격을 최대 42% 인하했음에도 최저 용량(0.25mg) 기준 월 21만 원, 최고 용량(2.4mg)은 37만 원 수준이다. 마운자로는 초기 용량(2.5mg) 공급가가 약 27만 8천 원, 중간 용량(5mg)은 약 36만 9천 원이다. 고용량(7.5mg 이상)으로 올라가면 55만 원을 넘는다. 

 

치료 효과를 보려면 최소 4~6개월은 지속 투약해야 하는데 6개월 기준 175만~18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병원 진료비가 별도로 붙는다. 비급여 의약품이다 보니 의료기관마다 판매가를 자율로 책정할 수 있어 같은 용량이라도 최대 1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비대면 처방도 막혀 있다. 2024년 12월부터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반드시 병원을 직접 방문해 처방받아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는 2025년 기준 한국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의 사보험·자비 부담 비중이 85%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국가가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구조가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한편 미국 시장이 전 세계의 90%를 장악하는 데는 보험 구조가 결정적이다. 미국에서는 대형 상업보험 계획의 약 60%가 비만 적응증에 대해 GLP-1 약물을 보장한다. J.P.모건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약 1천만 명의 미국인이 브랜드 GLP-1 약물을 복용 중이며, 2030년에는 약 3천만 명까지 늘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식품 환경이다. CDC에 따르면 2021~2023년 미국인 전체 열량의 55%가 초가공식품에서 나왔다. 버거, 감자튀김, 대용량 패스트푸드로 상징되는 고열량 식환경에서는 GLP-1이 제공하는 식욕 억제 효과가 더 직접적으로 체감된다. 

 

2025년 발표된 SURMOUNT-5 임상연구에서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 성분)는 72주 시점 평균 체중 감소율 20.2%를 기록해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성분)의 13.7%를 크게 앞섰다.


보험과 가격 문제 외에 한국 시장에는 식문화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GLP-1 약물은 위 배출 속도를 늦추고 식욕을 억제해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킨다. 이 때문에 복용 중에는 적게 먹고, 천천히 먹으며, 단백질을 우선 섭취하고,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줄이도록 권고된다.

 

한국형 식사는 밥을 중심으로 국·찌개와 여러 반찬이 한 상에 함께 나오는 구조다. 포만감이 빠르게 차는 복용 상황에서 탄수화물인 밥과 국물로 식사가 먼저 채워지고, 단백질 섭취는 뒤로 밀리는 경향이 생긴다. 체중은 줄어도 영양 균형이 흔들릴 수 있어 한식 식사 순서와 GLP-1의 요구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반대로 서구권에서 통용되는 GLP-1 식이 가이드는 달걀, 닭가슴살, 요거트, 샐러드처럼 단순하고 단백질 비중이 높은 한 접시 구성이 기본이다.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수치로 따지기 쉽고 한 끼 안에서 단백질을 먼저 확보하기도 수월한 구조다. 

 

한식 특유의 식사 구조가 약의 요구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다.

 

한미약품, 일동제약, 삼천당제약, 디앤디파마텍 등 국내 제약사들도 GLP-1 계열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아직 임상 초기 단계다.

 

한미약품은 경구용(먹는 약) 저분자화합물 비만치료제 'HM101460'을 2025년 9월 유럽당뇨학회에서 처음 공개했다. 현재 전임상 단계다. 주사제 쪽으로는 'HM15275'와 'HM17321' 등 근감소를 억제하면서 체중을 줄이는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며 기존 GLP-1 약물의 단점으로 지적된 근육량 감소 문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경구용 GLP-1 후보물질 'ID110521156'의 임상 1상을 완료했다. 200mg 투여군에서 평균 9.9%, 최대 13.8%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으며, 2026년 상반기 파트너십 및 기술이전 후 미국에서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삼천당제약은 GLP-1 경구 신약 'SCD0506'의 전임상을 마쳤다. 당뇨 치료용으로는 2026년, 비만 치료용으로는 2027년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임상 3상 환자 모집을 완료했으며 2026년 말 출시를 목표로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글로벌 제품 대비 낮은 가격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웅제약은 다른 방향을 택했다. 피부에 부착하는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자체 인체 흡수 시험 결과 주사제 대비 생체이용률(약물이 실제로 체내에 흡수되는 비율) 80% 이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존 패치형 제품의 흡수율이 30%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다.

 

국내 GLP-1 시장은 뚜렷하게 성장 중이지만 시장 확장의 가장 큰 변수인 급여화 문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마운자로의 경우 당뇨병 치료제 적응증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해 비용효과성 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태이나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과 건강보험공단 약가 협상, 보건복지부 최종 승인 등 남은 절차가 적지 않다. 비만 치료 적응증의 급여 적용은 더 멀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변화는 진행 중이다. 노보노디스크는 2026년 1월 미국에서 위고비 등의 도매구입가격을 35~50%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경구용 GLP-1이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 주사제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있는 환자층의 접근성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본다.

 

모건스탠리 리서치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2035년에 15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시장은 현재 그 0.7%에 불과하다.

 

(썸네일 사진: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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