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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에 밀린 엔터·미디어주, K콘텐츠의 그림자가 짙어지다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1.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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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기업의 주가가 한동안 이어진 상승세를 끝내고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2025년 11월 들어 와이지엔터테인먼트, 하이브, 에스엠, JYP엔터테인먼트 등 이른바 ‘4대 엔터’ 주가는 나란히 10~20%가량 떨어졌다. 

 

실적이 개선세를 보였음에도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올해 초 한한령 해제 기대감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버블이 꺼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결과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3분기 매출 1731억 원, 영업이익 311억 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시장 예상치에는 한참 못 미쳤다. 

 

에스엠 또한 매출과 이익 모두 성장세를 보였지만 전망치보다 각각 31%, 15% 낮았고 주력 아티스트의 글로벌 투어 성과도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 재개 기대감으로 주가에 불이 붙었지만 9월 중국 드림콘서트 연기 이후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 시진핑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 만찬에서 박진영 위원장과 대화를 나눈 장면이 공개되자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잠시 살아났지만 시장은 이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해당 섹터 전체에 대해서 “이제는 말보다 실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고 구체적인 콘서트 일정과 해외 활동이 현실화되지 않는 한 밸류에이션 회복은 어렵다는 냉정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에 AI 반도체 열풍이 자금의 흐름을 바꾸면서 엔터주는 수급 공백까지 겪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국 수혜주로 분류돼 관심을 받던 엔터 ETF의 수익률은 한 달 새 5% 남짓에 그쳤고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 

 

투자자들은 “AI 기업은 숫자가 보이지만 콘텐츠 기업은 감으로 사야만 한다”는 불안감 속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반도체·AI 중심의 장세에서 감정과 스토리에 기반한 산업은 매력이 떨어졌고 단기적인 실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주가는 급속히 가라앉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드래곤을 비롯한 미디어주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제작비는 오르고 있지만 글로벌 OTT의 투자 속도는 둔화되고 콘텐츠 공급이 넘쳐나면서 흥행 편차가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플랫폼들이 제작비 절감을 선언하면서 한국 제작사들이 받는 편당 단가가 줄었고 광고 시장 침체로 인해 방송 채널 매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국내 OTT들의 경쟁은 계속 과열되고 있지만 수익모델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이러다 보니 ‘콘텐츠는 늘어나는데 돈이 안 된다’는 말이 업계의 공통된 고민이 됐다.


엔터 산업의 경우, 글로벌 투어 수익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와 유럽 투어 관객당 소비가 예전보다 늘지 않았고 응원봉과 MD 상품 판매가 부진했다. 

 

팬덤의 규모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된 셈이다. 신규 팬층 유입이 예전보다 줄고 반복 소비가 줄면서 앨범 판매 증가세도 한풀 꺾였다. 그래서 하이브와 SM 같은 대형 기획사도 예전만큼의 성장 스토리를 내세우기 어려워졌다.


올해 하반기 이후 증권사들은 엔터주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춘 바 있고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리지 않는 한 반등 동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내년 상반기 방탄소년단 완전체 복귀가 시장 분위기를 바꿀 유일한 카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부는 이를 “산업 전체의 전환점”으로 본다.


지금의 엔터·미디어주는 콘텐츠 품질보다 산업의 변화에 뒤처진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폭발적으로 늘었던 글로벌 K콘텐츠 수요가 정상화되면서 예전만큼 팔리지 않는 현실을 맞이했고 기업들은 고비용 제작과 글로벌 확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더 이상 ‘기대감’으로 주가를 밀어주지 않기 때문에 드라마의 실제 시청률과 콘서트 흥행 성적, 그리고 새로운 팬층의 유입이라는 확실한 결과만이 이 산업을 다시 움직일 수 있는 마지막 수단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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