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12월 금융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강한 신호를 내놓으면서 일본과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최근 연설에서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의 득실을 검토하고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본은행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초저금리를 유지해 왔다. 일본 경제가 장기간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에 시달려 온 탓에 금리를 올리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특정 회의를 직접 언급하며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시장에서도 정책 방향이 크게 바뀌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일본의 기준금리는 0.5%다. 올해 1월에 0.25%포인트 인상하며 17년 만의 최고 수준에 올렸고 이후 계속 동결해 왔다. 그런데 이번 12월 18~19일 열리는 회의에서 금리가 0.75%로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전망을 반영하는 시장 지표인 ‘금리 스왑’과 선물 가격에서는 이번 인상 가능성이 70%에서 80% 가까이 반영되고 있다. 금리는 가계 대출 이자뿐 아니라 기업 자금조달 비용, 외환시장 흐름, 주식·채권 투자 수익률 등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변수다.
우에다 총재의 발언 이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엔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고 달러/엔 환율은 156엔 부근에서 155엔대 중반까지 내려갔다.
금리 정책 변화에 민감한 2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1%대 초반까지 치솟아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1.9% 안팎까지 올라 장기간 유지돼온 일본의 ‘저금리·저수익률’ 환경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책 변화 기대가 커진 이유에는 정치권의 변화도 있다. 새 정부를 이끄는 타키이치 사나에 총리는 과거 금리 인상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BOJ의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막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재정 당국도 “정부와 BOJ의 경기 판단이 다르지 않다”며 사실상 정책 전환에 힘을 실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 가장 큰 부담은 정치적 저항인데 이번에는 그 부담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BOJ 내부에서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일본 경제의 최근 흐름이 있다. 최근 7~9월 성장률은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BOJ는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의 임금 인상 폭이 커지고 있고 노동시장은 구인난이 지속될 정도로 타이트하다.
임금이 오르면 물가도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BOJ는 “일본의 물가 흐름이 정책 목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우에다 총재는 국회 답변에서 일본의 ‘중립금리’, 즉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식히지도 않는 이론적 기준 금리가 1~2.5%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 금리 0.5%는 여전히 이보다 낮기 때문에 BOJ는 이번 인상을 ‘긴축’이 아닌 ‘정상화’ 과정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 시장도 이번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일본 투자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채권 투자자로 꼽힌다. 일본 금리가 일정 수준까지 오르면 해외에 투자하던 자금 일부가 일본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는 미국 국채와 유럽 채권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세계 채권금리를 다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 일본 기업의 수출 채산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는 우에다 발언 직후 닛케이 지수가 1%대 후반 낙폭을 기록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12월 인상 가능성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경로”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에다 총재는 “앞으로 얼마나 추가 인상이 가능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언급하며 속도 조절 여지를 남겼다. 금리 인상이 이번 한 차례로 끝날지, 2026년에도 이어질지에 따라 일본 경제의 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일본은행이 20년 넘게 유지해온 초완화 정책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현실화되면서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장은 이제 12월 회의를 앞두고 BOJ의 추가 발언과 경제 지표를 촘촘히 확인하며 정책 전환의 속도를 가늠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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